롯데가 뽑고, KT서 터진 '9라운드 로또' 배제성 폭풍 성장
OSEN 이상학 기자
발행 2019.09.01 06: 25

신인 드래프트에서 후순위는 ‘로또’ 당첨에 비유된다. 대부분 하위 지명 선수들이 프로에서 소리 소문 없이 사라지지만, 종종 깜짝 성공 사례가 나오곤 한다. KT의 토종 에이스로 우뚝 선 우완 투수 배제성(23)이 새로운 ‘로또’ 픽으로 떠올랐다. 
성남고 출신 배제성은 지난 2015년 신인 드래프트에서 2차 9라운드 전체 88순위로 롯데에 지명됐다. 고교 3학년 시절 팔꿈치 통증으로 등판 기록이 없다. 1~2학년 때도 5경기에서 8⅔이닝을 던진 게 전부. 189cm 85kg 좋은 체격과 가능성만 보고 뽑았다. 
롯데는 2016년 일본프로야구 지바 롯데 마린스에 배제성을 파견으로 보내며 육성에 공을 들였다. 2017년 시범경기에서 1군에 첫 모습을 드러냈고, 개막 엔트리에도 포함됐다. 140km대 중후반 강속구로 가능성을 보였지만 롯데에선 1군 등판 기록이 없다. 

kt 배제성이 이닝을 마친 뒤 미소짓고 있다. /youngrae@osen.co.kr

그해 4월18일 2대2 트레이드를 통해 롯데를 떠나 KT로 옮겼다. KT는 불펜 에이스였던 장시환과 투수 김건국을 보내며 롯데로부터 내야수 오태곤과 배제성을 받았다. 오태곤과 장시환에게 초점이 맞춰진 트레이드였고, 배제성은 미래 자원으로 분류됐다. 
롯데 시절 배제성 /dreamer@osen.co.kr
KT가 기대한 배제성의 ‘미래’가 생각보다 빨리 찾아왔다. 2017~2018년 1~2군을 오르내렸던 배제성은 올해 KT의 토종 에이스로 폭풍 성장했다. 25경기에서 112이닝을 던지며 8승9패 평균자책점 3.86을 기록 중이다. 최근 4연승 포함 후반기 6경기에서 4승2패 평균자책점 1.80으로 위력을 떨치며 KT의 5위 싸움에 큰 힘을 보태고 있다. 
KT 이강철 감독은 “배제성은 계속 좋아지는 모습이 보인다. 높은 타점에서 때리는 투구 각이 좋다. 공에 위력이 있다. 하이 패스트볼에 상대 타자들의 헛스윙이 자주 나온다”며 “제구도 좋아져 볼넷이 많이 줄었다. 스스로 초구 스트라이크를 잡으려고 하는 의식이 생겼다”고 평가했다. 
31일 한화전도 최고 147km 직구(49개) 슬라이더(24개) 체인지업(14개) 3가지 구종으로 공격적인 투구를 펼치며 상대를 압도했다. 삼진 5개 중 3개의 결정구가 직구였다. 경기 후 이강철 감독은 “배제성이 오늘뿐만 아니라 4연승을 할 만큼 구위가 좋다. 더할 나위 없이 호투하고 있어 지금 페이스를 잘 유지하길 바란다”며 또 칭찬했다. 
KT는 2015년 1군 진입 후 국내 투수 최다승이 8승이다. 2015년 조무근, 2016년 김재윤, 2017년 고영표, 2018년 금민철이 8승씩 기록했다. 선발 8승은 고영표에 이어 배제성이 두 번째. 아직 시즌이 남은 만큼 배제성은 KT 토종 최초 10승까지도 가능하다. 드래프트 9라운드 후순위 선수에게 생각도 하지 못한 성적, KT로선 로또를 맞은 셈이다. 
“늘 뒤를 잘 막아주는 우리 불펜에 고맙다”고 겸손을 보인 배제성은 10승 도전에 대해 “내가 컨트롤할 수 있는 부분이 아니다. 내가 바라는 것은 경기에서 점수를 안 주며 이닝을 길게 가져가는 것이다. 늘 팀이 이기는 데 도움이 되는 선수가 되고 싶다”고 다짐했다. /waw@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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