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 표지 장정 판화가 이정, 첫 전시회가 열린다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 표지 장정 판화가...
[OSEN=홍윤표 기자] 윤동주의 유고시집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1948년)의 표지 장정을 그렸던 판화가...


[OSEN=홍윤표 기자] 윤동주의 유고시집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1948년)의 표지 장정을 그렸던 판화가 이정(李靚, 본명 李朱筍. 1924~1995)의 전시회가 그의 사후에 처음으로 열린다.

이번 전시회는 근대서지학회(회장 오영식)와 소명출판이 주최하고 화봉문고의 후원으로 7월 24일 서울 인사동 화봉갤러리에서 막을 올리게 됐다.

판화가 이정은 그동안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 표지 장정으로 이름이 알려져 있긴 했으나 그의 생애나 판화 작품에 대해 구체적으로 드러난 적이 없었다.

마침 최근 근대서지학회가 출간한 『근대서지』 제19호(소명출판 발행)에 기고한 판화가 홍선웅의 글, ‘표지 장정에서 출발한 판화가 이정(李靚)’을 통해 그의 생애를 집중 탐구, 발표하게 된 것이 전시회의 계기가 됐다.

홍선웅 화백은 그 글에서 “2014년에 발행한 필자의 『한국근대판화사』에서 윤동주와 윤곤강의 시집에 그린 표지와 면지의 다색목판화를 소개한 적이 있는 이정의 본명이나 생애에 대해서는 자세히 모르고 있었다”면서 “근대서지학회 오영식 대표의 주선으로 이정의 따님인 이혜숙 선생을 만나게 되었고 그의 생애를 조금이나마 더듬어 볼 수 있게 됐다.”고 밝힌 바 있다.

이정은 1924년 강원도 회양에서 출생, 서울 정동공립보통학교를 졸업한 뒤 교장의 추천으로 조선총독부 도서관 사서로 근무했다.

어려서부터 미술에 남다른 열정을 지니고 있었던 이정은 만 14살의 소년가장으로 일을 하면서 그린 그림들이 다락방에 가득했다. 어느 날 이정이 퇴근해서 집에 돌아와 보니 어머니가 그 그림들을 벽지 대용으로 써버려 이정이 대성통곡하며 벽에서 떼어냈으나 이미 그림으로 복원이 불가능한 상태가 됐다는 일화도 있다.

이정은 1943년에 일제의 징용을 당해 일본 규슈 오이타현으로 갔다가 해방 뒤 귀국, 정음사에 입사하기 전인 1947년 가을 윤동주의 시집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의 표지 장정을 목판화로 제작하게 된다. 이정은 1948년 9월께 정음사에 입사, 1972년에 퇴사할 때까지 18년간 근무했다.

이번 전시회는 이정의 유족(큰딸 이혜숙 등)이 그동안 보관하고 있던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의 목판화 원화와 윤곤강 시집 『살어리』(1948년)의 면지에 새겨져 있는 ‘석류’ 목판화 원화, 6.25 전쟁으로 출간되지 못한 김동리의 소설집 『역마(驛馬)』 의 내제지 원본 판화 등 그의 유품들이 총 출품된다.

이정의 큰딸인 이혜숙 씨는 1982년 여성동아 장편소설 공모에 당선돼 작품활동을 시작했던 소설가이다. 그는 이번 전시회에 즈음해 “저희 아버지께서는 도서 출판의 편집인으로서 평생을 사신 분이다. 한편으로는 일찍부터 판화의 매력에 빠져 스스로 노력하며 판화가의 꿈을 꾸시기도 하셨다.”면서 “24세 때 정음사판 윤동주 시집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의 표지를 판화로 꾸미고 장정까지 하셨던 일이 출판계에 입문하는 계기가 되어, 이후로는 격조 높은 책을 만들기 위한 표지 디자인과 장정에 전념하셨지만, 말년까지 조각도를 놓지 않으셨다.”고 전했다.

이혜숙 씨는 “일찍이 (윤동주의) ‘서시’를 외우면서 눈 덮인 나목이 겨울 찬바람을 이겨내고 있는듯한 책의 표지화가 그 시의 세계를 너무 잘 표현하고 있다고 생각했고, 그것이 바로 제 아버님의 솜씨라는 데에 긍지를 느끼기도 했다”면서 “손수 스크랩북에 모아 놓으셨던, 여태껏 한 번도 세상의 빛을 보지 못한 아버지 작품의 원본들을 펼쳐 보이게 됐다”고 기쁜 마음을 감추지 않았다.

이혜숙 씨는 모시는 글을 통해 “저희 가족은 아버지께서 윤동주 시인의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 초판본의 표지 판화를 제작하고 장정을 하셨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었습니다. 2017년 봄에 ‘시인 윤동주 탄생 100주년’을 기념하는 여러 가지 행사로 세상이 떠들썩할 때 새삼 열어본, 손수 만들어 놓으신 작품 스크랩북에는 아버지 생전에 갈고닦은 솜씨들이 한 번도 세상의 빛을 보지 못한 채 고스란히 간직되어 있었습니다. 정작 그 의미가 크고 뚜렷하게 다가온 건 바로 그때부터가 아니었나 싶습니다. 마침내 오늘 이렇게 감격스런 자리를 갖게 되었습니다. 올해로 90세 문턱에 오르신 우리 고모가 계셨기에 아버지의 생애를 보다 확실하게 되짚어보고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며 부친의 첫 전시회를 열게 된 감회를 털어놓았다.

판화가 이정의 진면목을 확인해볼 수 있는 이번 전시회는 8월 16일까지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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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7-22 08: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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