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력 vs 행운’ 타티스 Jr.는 후반기에도 3할을 칠 수 있을까
OSEN 길준영 기자
발행 2019.07.12 05: 43

페르난도 타티스 주니어(샌디에이고 파드리스)는 후반기에도 맹활약을 이어갈 수 있을까.
올 시즌 전 메이저리그에서 가장 많은 주목을 받은 선수는 단연 블라디미르 게레로 주니어(토론토 블루제이스)였다. 명예의 전당에 헌액된 블라디미르 게레로의 아들이라는 사실만으로도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는 게레로 주니어는 아버지는 갖지 못했던 선구안과 참을성까지 갖췄다는 찬사를 받으며 주요매체의 유망주 랭킹에서 1위를 석권했다. 게레로 주니어의 메이저리그 콜업 여부가 전 미국의 관심거리가 될 정도였다.
하지만 전반기가 끝난 지금 가장 뛰어난 활약을 보여준 유망주는 게레로 주니어가 아니다. 그 주인공은 바로 페르난도 타티스의 아들인 타티스 주니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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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티스는 1999년 한국인 메이저리거 박찬호(당시 LA 다저스)를 상대로 한 이닝 동안 만루홈런 2개를 터뜨리면서 한국에서 이름이 잘 알려졌지만 사실 성적만 본다면 아주 뛰어나지는 않은 평범한 선수다. 메이저리그 통산 11시즌을 뛰었고 949경기 타율 2할6푼5리(3051타수 807안타) 113홈런 448타점 OPS 0.785를 기록했다. 한 팀에서 가장 오래 뛴 기간이 3년밖에 되지 않고 5개팀을 돌아다닌 저니맨이기도 했다.
타티스의 아들 타티스 주니어도 처음에는 그렇게 주목받는 유망주는 아니었다. MLB.com의 2015년 국제 아마추어 유망주 TOP30에서는 30위에 간신히 이름을 올렸다. 당시 함께 국제 아마추어 유망주 시장에 나왔던 선수 중에는 게레로 주니어(7위)와 워싱턴의 후안 소토(25위)가 있다.
타티스 주니어는 2015년 7월 시카고 화이트삭스와 70만 달러에 계약을 맺었다. 하지만 아버지에게 저니맨 기질도 물려받은 탓인지 화이트삭스와 계약한지 1년도 되지 않은 2016년 6월에 제임스 쉴즈의 대가로 샌디에이고로 팀을 옮기게 됐다.
새로운 유니폼을 입게된 타티스 주니어는 잠재력을 폭발시키기 시작했다. 마이너리그에서 2년 연속 OPS 0.800을 넘기며 타격 재능을 꽃피웠다. 유망주 랭킹에서도 2018년 TOP10에 진입했고 올 시즌 전에는 게레로 주니어 다음 가는 유망주로 손꼽히게 됐다.
이번 겨울 FA시장 최대어 중 한 명이던 매니 마차도를 영입한 샌디에이고는 주전 유격수로 마차도를 기용할 것으로 보였다. 하지만 마차도가 직접 타티스 주니어에게 유격수를 맡겨달라고 구단에 요청하면서 타티스 주니어는 트리플A를 건너 뛰고 곧바로 개막전 로스터에 합류했다.
만 20세의 어린 선수에게 주전 유격수를 맡기는 것은 다소 모험적인 선택이었다. 하지만 타티스 주니어는 자신의 재능을 유감없이 발휘하며 이러한 우려를 불식시켰다. 
부상으로 많은 경기를 소화하지는 못했지만 55경기 타율 3할2푼7리(208타수 68안타) 14홈런 33타점 46득점 13도루 OPS 1.013으로 맹활약을 펼쳤다. 비록 올스타전에는 하비에르 바에즈(시카고 컵스), 폴 데용(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 트레버 스토리(콜로라도 로키스)에 밀려 출전하지 못했지만 전반기 보여준 활약은 이들 못지 않았다.
문제는 이러한 활약이 후반기에도 계속될 수 있을지 장담할 수 없다는 것이다. 타티스 주니어는 200타석 이상 기록한 타자 249명 중 타율 7위에 오를 정도로 높은 타율을 기록중이다. 그런데 보통 고타율을 기록하는 타자들과 달리 타티스 주니어는 뛰어난 컨택 능력을 보여주고 있지는 못하다. 오히려 컨택 능력이 나쁜 쪽에 속한다. 
메이저리그 공식 통계사이트 베이스볼서번트에 따르면 타티스 주니어의 컨택%는 67.2%로 메이저리그 최하위 수준이다. 스트라이크 존에 들어온 공에 대한 컨택%는 77.8%(리그 평균 83.0%), 유인구로 들어온 공에 대한 컨택%는 45.0%(리그 평균 59.9%)에 불과했다.
컨택을 제대로 하지 못하다보니 삼진도 많이 할 수밖에 없었다. 타티스 주니어의 삼진%는 28.6%로 200타석 이상 타자중 24번째로 높았다.
타티스 주니어가 컨택이 좋지 않음에도 높은 타율을 기록한 비결에는 어느정도 행운의 영향이 있었다는 것이 분명해 보인다. 타티스 주니어의 BABIP(인플레이타구 타율)는 0.419로 대단히 높다. 물론 강하고 날카로운 라인드라이브 타구를 많이 날리는 타자는 BABIP가 높게 형성되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타티스 주니어의 라인드라이브 타구 비율은 21.0%로 리그 평균(25.5%)보다도 낮다.
타구의 속도와 각도, 타자의 주력 등을 종합해 통계적으로 기대되는 타율을 나타내는 기대타율을 보면 타티스 주니어는 2할4푼으로 실제 타율(0.327)과 무려 8푼7리가 차이난다. 200타석 이상 기록한 타자 중에서 기대타율과 실제 타율의 차이가 가장 컸다. 
타티스 주니어는 분명 잠재력이 넘쳐나는 유망주다. 만 20세의 나이에 벌써 메이저리그 주전 유격수로 뛴다는 것 자체가 이미 대단한 일이다. 하지만 그만큼 불안요소도 아직 많이 남아있다. 타티스 주니어가 후반기 이러한 불안요소들을 극복하고 좋은 성적을 유지할 수 있을지 궁금하다. /fpdlsl72556@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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