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 의뢰인' 이동휘, 더 이상 웃기지 않아도 좋다[손남원의 연예산책]
OSEN 손남원 기자
발행 2019.05.23 07: 53

영화 '극한직업'을 아무 생각없이 웃으며 보다가 뒤늦게 깜짝 놀랐다. 범인 검거보다 양념치킨 요리에 더 뛰어난 마약수사대의 유일한 열혈형사가 이동휘였네. '어라.' 지난 2015년 '응답하라 1988'의 발칙하지만 앳된 고교생 동룡은 어디 간거지. 콧수염 더부룩한 얼굴로 "왜 장사가 이렇게 잘 되냐고" 악을 쓰는 모습에서 동룡과 형사 영호의 겹치는 부분이 있었다. 그 참을수 없는 까칠함이라니.
관객 웃기는 재주가 대한민국에서 둘째 가라면 서러워할 이동휘가 진지하고 숙연한 표정으로 돌아왔다. 새 영화 '어린 의뢰인'이다. 2013년 발생한 칠곡 계모 아동학대 사망 사건을 모티브로 삼았다. 소재만 들어도 가슴이 아프고 조여온다. 실제 영화를 보면 그 이상이다. 세상에 가장 몹쓸 짓이고 못볼 짓이 아이들을 상대로 한 악행아닐까. 
이번 작품에서 이동휘는 '극한직업' 영호와는 다른 톤으로 관객에게 묻는다. “당신은 이 아이를 외면하시겠습니까?” 까만 두 눈에 진심과 열정을 동시에 담았다. 대형 로펌 소속 변호사, 화이트칼러로 등장한 그가 우리 사회 밑바닥에 감춰진 아동 학대의 진실을 밝혀내는 과정은 지고지난하다. 그래서 더 공감되고 편한 객석에 반쯤 누인 몸은 어둠 속으로 가라앉는다.

한 마디로 이동휘는 연기 변신에 완벽하게 성공했다. 웃기지 않아도, 웃을려고 하지 않아도 이동휘의 연기와 매력은 살아서 춤을 췄다. '극한직업'과 '어린 의뢰인'은 완전히 다른 영화지만 한 가지는 똑같다. 잘 만든 영화라는 사실이다. 두 작품에서 상반된 캐릭터를 소화한 이동휘는 연기 변신이랄 것도 없이 그냥 다른 인간임을 드러냈다. '응팔'의 동룡은 어느새 먼 추억 속으로 사라지고 없었다.  
제작진에 따르면 ‘어린 의뢰인’의 기획 의도는 아동 학대 사건에 안일하게 대처했던 우리 사회의 반성과 경각심을 촉구하려는 마음이다. '이장과 군수' '나는 왕이로소이다' '바람 바람 바람' 등 코미디 장르에서 솜씨를 뽐냈던 장규성 감독이 자신의 필모그래피에 한 편의 감동 드라마를 더했다. 
7살 남동생 민준(이주원 분)을 죽였다는 10살 친누나 다빈(최명빈 분)의 믿을 수 없는 자백으로 인해 아이가 진실을 말할 수 있도록 돕는 청년 변호사 정엽, 포악한 진실을 감추고 있는 워킹맘 지숙, 자신을 돕겠다고 말하는 어른들을 의심하는 다빈의 관계를 통해 묵직한 메시지를 전한다. 이동휘가 정엽을, 유선이 지숙을 연기했다.
이동휘는 아동학대에 노출돼 사실을 숨기고 있는 다빈을 설득해 진실을 이끌어내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변호사 정엽을 제대로 소화했다. “이 시나리오를 제안 받았을 때 느꼈던 마음가짐이 저를 움직였다. 누군가 해야할 이야기라면 제가 외면하지 않고 마주할 수 있는 용기가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어느새 몸도 마음도 완숙하고 노련해진 이동휘다. 까불까불 철없던 동룡이 사라진 건 아쉽지만서도. /mcgwire@osen.co.kr
[사진] '어린 의뢰인'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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