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생충' 봉준호 감독 "황금종려상? 무관이라도 영화의 가치는 그대로"(인터뷰 종합)[72회 칸영화제]
OSEN 하수정 기자
발행 2019.05.23 07: 46

'기생충' 봉준호 감독이 칸영화제 수상 가능성에 대해서 솔직한 생각을 공개했다. 
22일 오후 4시(현지시간) 제72회 칸영화제 경쟁 부문 진출작 '기생충' 봉준호 감독의 인터뷰가 팔레 드 페스티벌 4층 살롱에서 진행됐다. 
'기생충'은 지난 21일 오후 10시(현지시간)은 뤼미에르 극장에서 첫 공식 상영을 가졌다. 영화 곳곳에 은유와 블랙코디미, 한국 사회의 현실을 풍자하는 장면이 녹아들어 있다. 기우와 기정(박소담 분), 두 남매의 과외 알바 진입 이후의 스토리는 알면 알수록 놀랍고, 반전을 거듭한다. 박사장 네 입주 가사도우미 문광을 연기한 이정은과 또 다른 히든 캐릭터 박명훈이 신 스틸러로 활약하는데, 이들의 역할은 자세히 설명하면 영화를 보는 재미가 떨어질 정도로 놀라운 캐릭터다.

상영 직후, 뤼미에르 극장에서는 8분 간 기립박수가 터져나왔고, 봉준호 감독은 늦은 시간까지 영화를 관람해 준 관객들을 향해 "감사합니다. 밤이 늦었으니 집으로 돌아가자"고 화답했다. 현재 해외 배급사를 비롯해 할리우드 리포터, 버라이어티, 데일리 텔레그라프, 인디와이어 등 각종 외신들도 호평과 극찬을 쏟아내고 있다. 
봉준호 감독은 150여개의 외신과 인터뷰를 하느라 피곤한 상황에서도 신작 '기생충'을 향한 호평 덕분에 즐거워보였다. 영화를 보는 것만큼 흥미로웠던 봉 감독과의 인터뷰를 일문일답으로 정리했다. 
Q. '봉테일'의 진수를 보는 것 같았다.
최우식 캐릭터가 영화 감독의 역할을 할 때가 있다. 아버지한테 '컷컷컷' 이럴 때 묘한 느낌이 들더라. 그런 대사도 내가 직접 썼는데, 써놓고도 신기해한다.(웃음) 내가 좀 정신이 분열적이라서 배우한테 이상한 걸 주문해 놓고, '왜 저래 너무 이상해'라고 생각한다. 그럼 배우들은 '감독님이 그렇게 하라고 했잖아요'라고 하더라. 그런 낯선 느낌이 좋은가보다. 영화에 여러가지 생경하고 특이한 아이디어가 많다. 배우들이 워낙 연기를 잘하고, 사실적인 느낌을 뿜어내니까 설득력을 가지는 것 같다. 배우들의 위력이 대단하다.
Q. 배우들의 연기를 보면서 '이런것까지 주문을 했단 말이야'라고 느낀 순간이 있나?
예를 들면 조여정 씨가 연기한 연교가 처음 등장할 때 야외 테이블에서 졸고 있는 모습이 나온다. 그때 문광이 다가가서 깨우는데, 내가 동작까지 흉내내면서 시켰다. 그런데 카메라로 보니까 '왜 저러지?' 싶더라. 너무 이상하고 기괴했다. 그런데 다들 즐거워했다. 그 장면은 뭔가 그렇게 찍어야할 것 같았다. 무하마드 알리가 나비처럼 날아가서 탁 쏘는 그런 느낌을 생각했다. 내가 유니크한 주문을 해도 그럴듯하게 소화해줄 수 있는 배우라서 안도감이 있었다.
Q. 해외 관객들도 많이 공감할 만한 이야기를 만들었다.
상영이 끝나고 영국의 한 프로듀서가 '영국에서도 리메이크 해도 딱이고, 완전 런던 상황이야'라고 했다. 어떤 이탈리아 부부도 '이거 지금 이태리 상황이야, TV시리즈 하면 딱이야' 그러더라. 홍콩 배급사도 완전 홍콩 상황이라고 했다. 빈부 양극화 등 거창한 슬로건을 걸고 찍은건 아니지만, '통하는 이야기구나, 어쩔 수 없이 비슷하게 느끼는 구나' 싶었다.  
Q. 모스부호, 인디언 이미지가 자주 나온다. 일반 관객들한테는 낯설 수도 있다. 
젊은 세대에게 친근한 건 아니다. 이미 죽어 있는 느낌의 세계에 대해서 지속적으로 다뤘고, 수석도 죽어 있는 느낌이다. 자연 속에 있는 돌과는 다른 느낌이다. 인디언도 보호 구역에 얼마나 남아 있는지는 모르지만, 사실상 죽어 있는 듯한 느낌이다. 그런 장치를 쓰게 됐다. 
Q. 스포일러 자제를 당부하는 '부탁드립니다' 서문을 남겼다
너무 유난떠는 거 아닐까, 긁어부스럼 되는 거 아닐까, 괜히 '뭐야? 뭐가 있는 걸까?' 더 불안하긴 했다.(웃음) 영화를 보면 느끼겠지만 '기생충'이 충격, 대반전 그런 영화는 아니다. 그러나 굽이굽이 지점이 있다. 그게 관객들을 견인해주는, 멱살을 잡아끄는 힘은 있다. 그런 것들을 모르고 영화를 봤을 때 2시간의 영화와 관객이 함께 달려가는, 2인3각처럼 발을 묶고 가는 느낌이다. 스포일러를 모르면 그런 느낌을 살릴 수 있을 것 같아서 부탁드렸다. 개봉 전부터 영화를 알리고 싶고, '기생충'에 대해 얘기하고 싶은데, 뭔가 쓰지 말아달라고 부탁하는 건 어패가 있다. 그래서 간절한 마음에서 부탁드렸다.
Q. 원래 예민한 편이라고 들었다. '옥자'를 작업할 때도 악몽을 많이 꿨다고 하던데
이번 작품은 더워서 힘들었다. 작년 여름에 우리 모두 더웠으니까. 부잣집을 전주에서 촬영했는데 정말 더웠다. 그래도 같이 일한 스태프나 배우들이 친정집 식구 같은 느낌이 들더라. 해외에서 7~8년 보냈는데, 기차에서 4년, 돼지와 4년 등 객지를 떠돌다가 친정집에서 긴밀에서 작업한 것 같다. 외국이냐 한국이냐 이런 문제보다 규모의 문제 같다. 해외 작품은 제작비가 400억~600억 원이었고, '기생충'은 100억 원대 초반이다. 옛날 제작비와 비교하면 '마더' 정도 규모다. 이번에 친정집처럼 편안하게 느껴진 점, 세밀하게 현미경을 들이댄 점, 이런 규모의 영화를 계속 하고 싶은 느낌을 받았다. 영어 영화든, 한국어 영화든. 
Q. '설국열차'는 직설적이었고, '기생충'은 직관적이면서 은유가 적절하게 쓰였다
히치콕이 서스펜스 대가다. 그러지만 그양반의 초기작을 보면 멜로, 코미디 작품도 찍은 적이 있다. 어느 시점부터 자신의 세계를 좁히지만 동시에 깊어진다. 난 아직 7편 밖에 못 찍긴 했지만, 50대에 진입한 관계로, 히치콕의 시점이 온 게 아닌가 싶다. 좋은 의미에서 좁혀서 깊게 가야하는 시점 말이다. 어제 '기생충'을 보고 나오면서 어렴풋이 확인했다. 
Q. '기생충'을 보면 '플란다스의 개', '괴물' 등 전작의 비슷한 장면들이 떠오른다. 셀프 오마주를 한 것 아닌가? 
최근 김혜자 선생님의 연락을 받고 관련 행사를 달려갔다. 그 행사를 위해 흑백 '마더'를 다시 봤는데, '오~ 저거 '기생충'에 있는 시츄에이션이랑 비슷하네' 싶더라. '마더'때 저런 컷을 찍었구나 생각했다. 설마 내가 고갈돼 가는 건가. 이러면 안되는데, 70살까진 영화를 찍어야 하는데(웃음) 
Q. 칸영화제 수상 가능성이 전혀 없다고 했는데, 첫 공식 상영 후 분위기가 굉장히 좋다. 지금 생각은 어떤가?
처음부터 수상할 것 같다고 하는 것보다 오히려 이런 행보가 더 낫지 않나(웃음). 송강호 선배님의 남우주연상을 강력히 기대한다.(웃음) 그동안 베를린 경쟁 부문 심사위원을 비롯해 많은 영화제 심사위원 과정을 경험했다. 올해 칸영화제는 엘르 패닝 양이 하고 있더라. 그때 경험한 느낌은 정말 예측할 수 없다. 최후의 30분에 뒤바뀌는 경우도 있고, 심사위원 중에 한 명이 인성도 안 좋고 고집도 세고, 미친듯이 한 영화를 반대하고 별의별 케이스가 있다. 나도 심사를 받는 입장이 있는데 '그때도 이랬겠구나' 싶더라. 결국 심사위원 9명이 결정하는 것이다. 상영관에서 어떻게 반영하고, 그 반응이나 리액션도 소중하지만, 상이란 건 그것과 별개인 것 같다. 최후의 날 아침에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서 결정된다. 그걸 생각하면 마음이 편해진다. 상을 못 받았다고 해서 이 영화의 가치나 재미가 없어지는 건 아니다. '기생충'은 한국이나 여러나라의 관객들과 만날 준비를 하고 있다. 그렇게 생각을 정리했다. 
한편, '기생충'(감독 봉준호, 제작 바른손이앤에이, 제공배급 CJ엔터테인먼트)은 전원백수인 기택(송강호 분) 네 장남 기우(최우식 분)가 고액 과외 면접을 위해 박사장(이선균 분) 네 집에 발을 들이고, 이렇게 시작된 두 가족의 만남이 걷잡을 수 없는 사건으로 번져가는 이야기를 그린다. 
제72회 칸영화제는 오는 25일 오후 7시 폐막하며, 경쟁 부문에는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을 비롯해 총 21편이 진출했다. 폐막식에서 황금종려상의 주인공이 발표된다./hsjssu@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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