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윤표의 휘뚜루 마뚜루]거칠어진 프로 야구 판, 몸에 맞는 볼 급증에 대한 우려
OSEN 홍윤표 기자
발행 2019.04.29 13: 27

한국 프로 야구 판이 너무 거칠어졌다. 올해 들어 몸에 맞는 볼이 급증했다. 그에 따른 여파로 타자들이 큰 부상을 당해 장기간 결장하는 일도 생겨났다.
4월 28일 잠실에서 벌어졌던 롯데 자이언츠와 두산 베어스간의 경기 막판에 일어난 ‘감독 벤치클리어링’ 사태도 그 원인은 롯데 투수 구승민(29)이 던진 공에 두산 타자 정수빈(29)이 얻어맞은 데 있다.
4월 29일 현재 10개 구단 통틀어 몸에 맞는 공은 148경기에서 모두 231번 일어났다. 경기당 1.56개꼴이다. 이는 지난 2015년 이래 가장 많은 수치다. 2015년부터 살펴보면 경기당 1.21개(720게임 871개)였던 것이 2016년 1.11개(800개)→2017년 1.32개(953개)→2018년 1.19개(860개)로 소강상태였다 2019시즌에 부쩍 늘어났다.

비단 몸에 맞는 공뿐만 아니라 볼넷도 이미 1000개를 넘어서 1094개(경기당 7.39개)로 5년 동안 가장 많았던 2016년(5373개, 경기당 7.46개)의 경기당 수치에 육박하고 있다.
볼넷과 몸에 맞는 공은 투수의 컨트롤 능력과 직결된다. 그 숫자가 급증했다는 것은 그만큼 한국 투수들의 제구력이 형편없다는 반증이다. 투수들이 볼넷을 남발하는 바람에 경기의 질이 현저히 떨어지고 그에 비례해 관중들의 짜증을 유발한다. 한 발 더 나아가 울화통마저 치밀게 한다. 무엇보다 지도자들이 ‘필요악’으로 간주하는 몸에 맞는 공은 자칫 타자의 생명을 직접 위협할 수 있는 터여서 우려를 자아낸다.
롯데의 민병헌(32)은 4월 2일 SK 박민호(27)가 던진 공에 왼손중수골 골절상을 입어 전선에서 이탈했고, 정수빈 역시 갈비뼈 골절로 상당 기간 공백이 불가피해졌다.
몸에 맞는 공은 두 가지 경우에서 나타난다. 투수가 제구를 하지 못해 생기는 단순한 실투이거나, 특정한 의도를 가진 위협구(빈볼)이거나이다.
고 이종남 기자의 번역으로 잘 알려져 있는 레너드 코페트의 명저 『야구란 무엇인가』(이종남 역)를 보자.
“투수는 컨트롤을 갖춰야 한다. 이 컨트롤이라는 것은 미묘한 말이다. 컨트롤에는 두 가지가 있다. 하나는 스트라이크를 던질 수 있는 능력이다. 자신이 갖춘 레퍼토리들이 위력을 잃지 않은 채 스트라이크존을 상시 통과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그 빈도는 다섯 개 중에 네 개, 또는 열 개 중에 아홉 개가 돼야 한다. 그런 컨트롤을 못하는 투수에게는 아무 것도 기대할 수 없다. (……) 스트라이크를 던질 수 있는 컨트롤은 필수적이고, 정교한 컨트롤은 신의 은총이라고 부르는지 별도의 설명이 필요 없을 것이다. 투수가 원하는 지점에 정확히 공을 던질 수 없다면 타자를 처리하는 조리법이 아무리 좋더라도 형편없는 요리가 되고 만다.”
몸에 맞는 볼은 필연적으로 피해를 당한 쪽의 감정을 상하게 마련이다. 설사 위협구가 아닌 단순한 실투라고 하더라도 그렇다. 선수의 생명을 담보로 한 위협구 놀이는 결코 있어서는 안 될 일이다.
올 들어 유난스레 자주 발생하는 투수들의 제구력 난조 사태는 한국 프로야구의 근간을 위협하는 요인이다. 이제 그 근본을 되돌아봐야 할 때다. 아울러 제 아무리 경기의 일부라고 하더라도 선수들은 적절한 매너를 차릴 필요가 있고, 더군다나 지도자들은 품위를 잃은 거친 언행을 자제해야 한다. 동업자 정신이 실종된 야구 판은 난장판이나 마찬가지다.
그런 면에서 4월 28일 밤에 일어났던 롯데와 두산의 볼썽사나운 일은 서로 사과하는 게 마땅하다.
/홍윤표 OSEN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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