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준원, 말 안듣는다" 그래도 양상문이 지켜만 보는 이유
OSEN 조형래 기자
발행 2019.04.24 12: 11

“말 정말 안 듣네요. 지금 주의를 두 번 줬네요. 그래도 지금은 지켜만 보고 있습니다.”
롯데 양상문 감독은 신인 투수 서준원의 얘기만 나오면 입가에 미소가 번지고, 자신의 생각을 거듭 전한다. 서준원은 현재 팔 근육 뭉침 증세로 1군 엔트리에서 빠져 있지만, 양상문 감독의 총애를 받으면서 1군에 합류, 10경기 2패 평균자책점 5.23의 기록을 남기고 있다. 
아직 미완의 모습으로 아쉬운 부분도 눈에 보이지만 양상문 감독은 그에게 다양한 상황에 투입시켜 나름 ‘강하게’ 조련하고 있다. 서준원이 갖고 있는 재능과 마운드 위에서 보여주는 배짱과 자신감이 양상문 감독을 비롯한 코칭스태프를 사로잡았다. 일단 양상문 감독은 “퓨처스에서 2~3경기 정도 던지고 나면 바로 1군에 불러올릴 수 있을 것이다”며 약간의 휴식기 이후 서준원을 다시 불러올릴 계획을 전했다.

롯데 서준원 /pjmpp@osen.co.kr

다만, 양상문 감독은 서준원이 마운드에서 던지는 투구 내용과 패턴에 대해서는 고개를 갸웃하고 있다. 150km에 육박하는 강한 속구로 패기 있게 승부를 펼치는 대신, 변화구 승부가 잦아지고 있다는 게 아쉬운 대목.
양 감독은 “아마추어 때는 변화구가 잘 안들어간 것으로 알고 있다. 그런데 지금 변화구 승부를 하면서 타자들도 헛스윙을 하다보니, 속구 승부 대신 변화구 승부에 맛을 들린 것 같다”면서 “두 번 정도 주의를 줬다. 그런데 말을 정말 안듣는다”고 말했다. 좀 더 패기 있는 승부를 펼치지 못한 것에 대한 아쉬움이다.
하지만 강한 질책의 뉘앙스가 아니었다. 양상문 감독은 너털 웃음으로 서준원에 대한 얘기를 이어갔다. 신인의 이런 당돌한 자세를 양상문 감독은 그저 '귀엽게' 바라보고 있다. 그렇기에 지금은 서준원에 대해서 ‘터치’를 하지 않고 있다. 
그는 “서준원이 그렇게 던지면서 직접 맞아보고, 경험도 해보면서 본인이 느껴야 한다”며 “그 다음에 볼 배합이나 패턴에 대한 얘기를 해야 한다. 지금은 그저 지켜보고 있다. 본인이 공 하나의 중요성을 직접 느껴야 성장한다”고 강조했다. 
서준원의 이런 당돌한 패기는 선배들과 함께 있는 자리에서도 드러난다. 선배 불펜 투수들에게 거리낌 없이 다가가서 먼저 조언을 구하고 있다. 구승민은 “(서)준원이가 먼저 다가와서 불펜에서의 루틴이나 포크볼 잡는 법 등을 많이 물어본다. 먼저 다가오는 부분들이 좋은 것 같다”며 “마운드 위에서 자신감 있게 하는 모습이 보기 좋더라. 떠는 성격은 아닌 것 같다”고 말했다.
다만, 구승민 역시 선배로서 서준원에 대한 성장의 포인트는 양상문 감독과 궤를 같이 했다. 구승민은 “본인이 맞아보면서 많이 느껴야 한다. 마운드에서 자신감 있는 것도 좋지만 스스로 터득하는 것이 있어야 한다”고 양상문 감독과 같은 의견을 전했다. /jhrae@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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