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노 ‘마스터’로 캠핑카 만든 장커스텀, “움직이는 호텔을 그렸다”
OSEN 강희수 기자
발행 2019.03.11 09: 42

 집은 아늑하고 편안하다. 다만 움직이지 못하는, 부동산이라는 게 흠이다. 그래서 사람들은 캠핑카를 꿈꾸게 된다. 내 집을 갖고 싶을 열망이 넘치는 사람들이라면, 캠핑카에 대한 염원도 강렬하다. 
지난해 말 르노삼성자동차는 상용차 ‘르노 마스터(Master)’를 국내에 출시했다. 마스터는 1980년 1세대 모델이 출시된 이후 유럽을 비롯한 전세계 43개국에 판매되고 있는 ‘유럽의 상용차’다. 국내에 들여온 차는 2011년에 나온 3세대의 페이스리프트(2014년) 모델로 2,900만 원짜리 ‘마스터 S’와 3,100만 원 하는 ‘마스터 L’, 두 가지다. S는 ‘Standard’, L은 ‘Large’를 뜻한다.
본디 이 차는 승용 공간을 제외한 뒤쪽은 속이 텅 빈 차다. 르노에서 제공하는 ‘상용’ 공간은 뼈대만 있을 뿐, 나머지는 차를 구매하는 이들이 얼마든지 개조할 수 있게 했다. 물론, 광활한 공간을 그대로 사용해도 되지만 공간 활용성을 생각하면 필요에 따라 변신을 하는 게 타당하다.

‘달리는 보금자리’를 생각하는 이들의 눈빛도 반짝이기 시작했다. 1평 남짓한 공간이지만 꾸미기에 따라 얼마든지 꿈꾸던 보금자리가 만들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지난 2월 28일부터 3월 3일까지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는 캠핑카를 흠모하는 이들의 눈과 귀를 사로잡을 전시회가 열렸다. ‘2019 서울국제스포츠레저산업전’(이하 스포엑스)이다. 스포처레저 산업과 관련된 다양한 아이디어들과 산업으로서의 성장 가능성을 점칠 수 있는 박람회였다.
장커스텀의 장종수 대표도 2019 스포엑스에 참가했다. 그가 내놓은 출품작이 바로 르노 마스터를 기반으로 하는 캠핑카다. 장커스텀은 기아자동차와 함께 원더걸스 멤버 선예의 쏘울 커스텀카를 만들었고, 스타렉스를 개조해 박진영의 스튜디오 밴도 제작한 바 있는 자동차 커스터마이징 전문기업이다.
장 대표는 2001년부터 자동차 튜닝을 기반으로 컨버전, 캠핑카, 특수차량, 푸드트럭 등 다양한 분야에서 경력을 쌓았다. 최근에는 LG디스플레이와 콜래보 한 작업이기는 하지만, OLED 패널을 세계 최초로 차량에 접목해서 크게 화제가 되기도 했다.
자동차 커스터마이징이란 하나의 맞춤형 자동차를 만들기 위해 기계설비, 실내 인테리어, 차 외관까지를 모두 설계하는 작업을 말한다. 이 일을 하는 전문가는 자동차 변신작업의 총괄 감독 정도로 이해할 수 있겠다.
르노 마스터의 캠핑카 개조 작업도 장종수 대표의 기획과 진두지휘 아래 이뤄졌다. 물론 장 대표가 구상한 아이디어를 실현할 파트너도 매우 중요하다. 공동작업 파트너사로 ㈜코반과 손을 잡았다. 코반은 3D스캔, 역설계, 3D설계 같은 튜닝 작업에 필요한 최신 설비를 잘 갖추고 있는 솜씨 좋은 기업이다.
장종수 대표는 “처음부터 ‘호텔 같은 캠핑카’를 생각했다. 내 집안 같은 아늑함도 중요하지만 기본적으로 캠핑카는 집을 벗어나 여행을 떠나는 과정에서 동원되는 도구이기 때문에 살림집의 거실보다는 호텔이 더 어울릴 것 같았다”고 말했다.
공간은 크게 미니바와 화장실, 그리고 침실로 구성된다. 문을 열고 들어가면 곧바로 컵 진열대가 나오고, 운전석 뒷면에 붙어 있는 작은 싱크대로 이어진다. 여기서 기본적인 조리가 가능하도록 설비가 구비돼 있다.
그 옆은 화장실 겸 샤워시설이다. 은색 버티컬 문으로 공간을 나눠 호텔방 출입구 같은 분위기를 연출했다. 시선을 돌려 안쪽으로 돌아서면 은은한 조명 아래 깨끗한 시트가 깔린 침대가 나온다. 침대 아래쪽에서는 넣었다 뺐다 할 수 있는 간이 아일랜드 테이블이 숨어 있는데, 숨어 있는 소파와 함께 세트가 돼 커피를 마시거나 음식을 먹을 수 있는 미니바를 만들어낼 수 있다. 차의 뒤쪽에서 문을 열면 하부에 겉옷을 수납할 수 있는 옷걸이장이 나온다.  
차의 출입구 위에도 마술 같은 장치가 숨어 있다. ‘어닝’이라고 하는 일종의 천막이 3미터 크기로 크게 펼쳐진다. 차양막을 넓게 펼치고 테이블을 놓으면 볕 좋은 테라스가 된다.
실내 인테리어의 하부는 구석구석 숨어 있는 수납공간으로 활용된다. 컵이나 요리기구들은 이동시에는 모두 일종의 맞춤 수납공간인 ‘이너폼’으로 자리를 찾아 들어간다. 침실에서 운전석 쪽으로 보이는 벽면에는 큼지막한 TV도 자리잡고 있다.
장커스텀의 출품작은 르노 마스터의 3,100만 원짜리 ‘마스터 L’을 기반으로 했다. 그나마 이 차가 좀더 공간이 넓기 때문이다. 하지만 르노 마스터에는 이 보다 훨씬 더 큰 차도 다양하게 포진해 있다. 르노삼성자동차에서는 15인승 버스로 활용할 수 있는 유럽형 바디 모델을 조만간 들여올 계획이다. 이 차라면 장커스텀이 할 수 있는 일이 더 많아진다.
장종수 대표는 “아무래도 공간의 압박을 받지 않을 수 없었다. 하지만 둘 만을 위한 최고급 호텔 분위기를 내는 데는 충분한 공간이었다. 1평 남짓했지만 자투리 공간을 활용할 수 있는 여지가 많았기 때문에 필요로 하는 요소들을 알뜰하게 챙겨 넣을 수 있었다”고 말했다.
장커스텀에서는 스포엑스 출품을 위해 약 3개월 간 작업을 했고, 그 결과 3,100만 원짜리 르노 마스터는 6,780만 원짜리 매력 넘치는 캠핑카로 변해 있었다. /100c@osen.co.kr
[사진] 장커스텀이 스포엑스 출품을 위해 르노 마스터를 기반으로 개조한 캠핑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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