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계 NBA리거’ 알론조 트리어, “한국대표팀 뛰고 싶지만...” [미국통신]
OSEN 서정환 기자
발행 2019.03.08 14: 54

한국인의 피가 흐르는 NBA선수가 있다? 사실이다.
한국인 최초 NBA리거 하승진 이후 한국선수들에게 NBA 진출은 궁극의 목표이자 거대한 벽이었다. 방성윤, 최진수, 이대성 등이 미국무대 문을 두드렸지만 NBA 근처에도 가보지 못하고 돌아왔다. 제레미 린이 ‘동양인 가드도 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줬지만 여전히 남의 나라 이야기다. 일본의 하치무라 루이는 2019 NBA 드래프트 TOP5 지명이 확실시 된다. NBA선수가 태극마크를 달고 한국대표팀에서 뛰는 것은 언제쯤 현실이 될까.
기자는 지난해 뉴욕 닉스의 가드 알론조 트리어(23, 196cm)가 한국계라는 정보를 입수하고 취재계획을 세웠다. 오랜 기다림 끝에 지난 7일(한국시간) 피닉스와 원정 경기서 그와 만날 수 있었다. 식스맨으로 투입된 트리어는 뉴욕의 공격을 주도했다. 그는 기본적으로 슛이 정확하고, 운동능력이 수준급이었다. 작은 틈만 있으면 파고드는 돌파도 깔끔했다. 애리조나대학 동료였던 디안드레 에이튼이 버티는 골밑에 쳐들어가 파울을 얻어내는 대담함도 보였다. 자유투는 백발백중이었다. 운동괴물들이 넘치는 NBA에서 그가 수준급 식스맨으로 활약할 수 있는 이유였다.

이날 트리어는 32분을 뛰면서 12점, 4리바운드를 기록했다. 다만 그의 매치업 상대였던 데빈 부커가 무려 41점을 폭발시키면서 승리와 모든 스포트라이트를 독점했다. 경기 후 뉴욕 라커룸이 언론에 개방됐다. 스타급 선수들은 이미 샤워를 하고 도망간 뒤였다. 그나마 활약이 좋았던 트리어에게 인터뷰 요청이 쇄도했다. MSG네트워크 등 뉴욕 언론들이 트리어에게 마이크를 들이댔다.
트리어는 “우리 팀도 최선을 다했지만, 부커를 막지 못했다. 41점을 줬다”면서 고개를 숙였다. 그나마 뉴욕 언론은 벌어진 점수 차에도 불구 끝까지 추격하려 애쓴 트리어에게 좋은 점수를 줬다. 뉴욕 언론들의 인터뷰가 끝나고 트리어와 대화할 짧은 기회가 주어졌다. 패배로 풀이 죽어 있던 그는 한국에서 왔다는 기자의 말에 반가움을 표하며 친절하게 인터뷰에 응했다.
한국계 배경에 대한 설명을 부탁했다. 트리어는 “우리 어머니는 한국 사람이다. 아주 어릴 적에 한국에서 미국으로 입양됐다고 들었다. 어머니가 한국출신인 것에 대해 자랑스러워하신다. 아버지에 대한 기억은 전혀 없다”고 답했다.
혹시 한국대표팀에서 뛸 기회가 주어진다면 의향이 있는지 궁금했다. 트리어는 “기회가 된다면 뛰고 싶다. 그런데 난 이미 미국대표팀으로 뛴 적이 있다. 그게 가능한지는 잘 모르겠다”고 답했다.
실제로 트리어는 지난 2015년 U19 세계선수권에 미국대표로 출전해 금메달을 딴 경험이 있다. 당시 션 밀러 애리조나대 감독이 대표팀 지휘봉을 잡으면서 신입생이던 트리어를 뽑아갔던 것. 제이슨 테이텀, 잘렌 브런슨, 해리 자일스, 조쉬 잭슨 등이 미국의 주축 멤버였다. 한국도 송교창, 김경원, 전현우 등이 주축으로 나가서 대회 12위를 했다. 
국제농구연맹(FIBA)은 각국 유망주의 유출을 막기 위해 만 16세 이후 대표팀 경력이 있는 선수는 추후 국적을 바꾸더라도 다른 대표팀에서 뛰는 것을 막고 있다. 결론적으로 미국 청소년대표 경력이 있는 트리어는 추후 한국국적을 취득해도 한국대표팀에서 영구히 뛸 수 없는 셈이다.
아쉽지만 트리어가 태극마크를 달고 뛰는 것은 상상으로만 가능한 일이었다. 다만 그가 NBA에서 뛰며 한국계라는 사실을 스스로 자랑스러워한다는 것만은 확인할 수 있었다. / jasonseo34@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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