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상' 한석규x설경구x천우희, 다신 없을 조합+역대급 연기 시너지 [종합]
OSEN 박소영 기자
발행 2019.02.20 12: 18

'연기의 신' 한석규와 설경구의 만남, '한공주' 이수진 감독과 천우희의 재회. '우상'을 향해 영화 관객들의 관심과 기대가 쏟아지는 이유다. 
20일 오전 11시, 서울 강남구 압구정CGV에서 영화 ‘우상’ 제작보고회가 열렸다. 연출을 맡은 이수진 감독과 주연배우 한석규, 설경구, 천우희가 참석해 취재진을 만났다. 
‘우상’은 아들의 뺑소니 사고로 정치 인생 최악의 위기를 맞게 된 남자와 목숨 같은 아들이 죽고 진실을 쫓는 아버지 그리고 사건 당일 비밀을 간직한 채 사라진 여자를 중심으로 그들이 맹목적으로 지키고 싶어 했던 참혹한 진실에 관한 이야기를 그린다.

지난 2014년 장편 데뷔작 '한공주'에서 보여준 섬세하고 집요한 연출로 마라케시국제영화제, 로테르담 국제영화제, 청룡영화상 등 국내외 영화계를 휩쓸며 단박에 가장 주목받는 감독으로 자리매김한 이수진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 
이수진 감독은 “우상을 좇는 남자가 있고, 본인이 그렇게 갖고 싶고 찾으려고 했던 게 헛것이었다는 걸 깨닫는 남자가 있고, 그런 것조차 가질 수 없는 위치에 있지만 가장 파워풀하고 무서운 여자에 대한 이야기다. 시나리오를 쓴 건 13년 전이다. ‘한공주’를 하기 훨씬 전이었다. 잘 안 돼서 ‘한공주’를 한 다음에 가벼운 얘기를 하고 싶었으나 손이 ‘우상’으로 갔다. 지금 해야 하는 이야기구나 싶더라. 한국 사회에서 벌어지는 크고 작은 사건사고를 보며 그 시작점이 어딜까 고민했다. 그게 이 이야기를 시작하는 계기였던 것 같다”고 밝혔다. 
‘우상’은 한석규와 설경구의 첫 만남으로 개봉 전부터 엄청난 기대를 모으고 있다. 한석규는 “우리 설경구는 오래 봐도 변하지 않는 사람이 있다. 부침이 심한 연기자인데 20여 년 보고 있어도 한결 같다. 좋은 친구 같다. 하지만 ‘우상’ 현장이 정말 만만치않았다. 다들 극도로 예민해지는 일이 많고 한겨울이라 춥기도 했다. 저도 예민해져 있는데 후배들을 다독거렸다. 각자의 파트가 있어서 합을 많이 못 맞춰서 아쉽긴 하다”고 밝혔다. 
설경구는 “석규 형님은 제가 영화 시작할 때 한국 영화를 홀로 짊어지고 있었다. 온리 한석규였고 제 우상이었다. 저 뿐만 아니라 연기하는 후배들의 우상이었다. 사석에서 뵙긴 했지만 한석규 이름 석 자를 제가 평가할 순 없다. 한석규는 역시 한석규였다. 한석규 형님이랑 붙는 신이 많지 않지만 현장에서 가끔 뵈면 배려하고 유연한 점이 크다. 제가 성질이 상당히 급한데 많이 눌러주셨다. 형님 없었으면 저는 사고 몇 번 쳤을 것 같다”며 미소 지었다. 
천우희는 “한석규 설경구 두 분을 한 작품에서 뵙게 되다니 정말 영광이었다. 영화를 보는 관객 입장에서도 두 분의 조합은 처음 아닌가. 역대급이겠구나 싶더라”고 치켜세웠다. 이수진 감독 역시 “두 분의 캐스팅이 굉장히 설레고 든든했다. 대선배님인데 촬영 들어가기 훨씬 전부터 엄청난 준비를 하고 같이 이야기를 나눴다”고 박수를 보냈다. 
천우희는 ‘한공주’에 이어 이수진 감독과 두 번째로 호흡을 맞추게 됐다. 감독에 대한 전적인 믿음으로 이 작품을 선택한 것. 천우희는 “‘우상’ 제안을 받고 너무 영광이었다. ‘한공주’ 덕분에 제가 배우로서 성장할 수 있는 계기가 됐다. 감독님께 보답하고 싶었다. ‘우상’ 캐릭터도 욕심났다. 열의가 생겼고 흥분됐다”고 말했다. 
한석규는 차기 도지사에 거론될 정도로 존경과 신망이 두터운 도의원이었으나 아들의 실수로 벼랑 끝에 몰리게 되는 구명회를 맡았다. 그는 캐릭터를 소개해 달라는 말에 단박에 “나쁜놈이다. 한의사인데 정치적으로 도지사를 꿈꾸는 야망 있는 인물”이라고 표현했다. 
그러면서 “쇠가 본디 쇠였는데 남은 건 녹 뿐이더라는 얘기가 있다. 구명회가 그렇다. 쇠로 출발해 좋은 과정을 거치면 명검이 될 수 있는데 남은 건 흉물스러운 녹덩어리만 남은 인물이다. 세상을 호령하는 검을 꿈꾸지만 구명회는 자기는 간다고 열심히 갈지만 남은 건 흉물스러운 녹덩어리”라고 부연했다. 
설경구가 분한 유중식은 예기치 못한 사고로 억울하게 아들을 잃자 모든 것을 걸고 사건의 실체를 쫓아가며 극의 서스펜스를 극대화시킨다. 그는 “구명회가 대중의 인기를 먹고 정치적으로 큰 그림을 그리는 인물이고, 련화는 숨어 있어야 하는 들여다 봐선 안 되는 인물인데 중식은 그저 평범한 사람이다. 장애를 가진 아들과 나름의 재미를 갖고 살았지만 사고의 원인을 찾아가며 가질 수 없는 걸 쫓다가 허상이란 걸 알게 되는 인물”이라고 밝혔다. 
이어 그는 “이름이 왜 중식이냐고 물었다. 점심이냐고 했더니 감독님이 맞다더라. 허겁지겁 급하게 여유없이 먹는 점심, 그게 중식”이라고 했고 노랑머리로 파격 변신을 꾀한 이유로는 “아들의 머리가 노랗다. 일체감도 있고 부성애를 표현했다. 지능이 낮은 성인이라서 잃어버릴까 싶어서 머리 색깔로 통일감을 주려고 했다. 중식이 좇는 우상은 혈육이다. 처음부터 가진 건 아니고 집착이 돼 가는 과정”이라고 귀띔했다. 
천우희가 완성한 최련화는 중식의 아들과 사고 당일에 함께 있다가 사고 이후에 갑자기 사라진 미스터리한 인물이다. 천우희는 “구명회와 유중식이 각자 다른 목적으로 최련화를 찾는다. 그래서 최련화 역시 양면적인 인물이다. 최련화는 우상조차 가질 수 없는 인물이다. 평범하게 살고자 하는 것도 어려운 삶이다. 그래서 더 극단적이고 어려운 캐릭터”라고 소개했다. 
이수진 감독은 세 배우의 조합에 관해 “한석규는 침이다. 설경구는 복서다. 천우희는 보석이다”라고 밝혔다. 그는 “한석규는 전체를 본다. 가끔은 제작자 같기도 하다. 저는 전날부터 촬영할 것에 관해 복기하고 긴장하는데 한석규를 만나면 긴장감이 없어진다. 유연하게 만들어주신다. 극의 맥을 잘 짚어준다. 어느샌가 깊숙이 들어와 있는 연기를 보여주신다”고 찬사를 보냈다.  
이어 “설경구는 현장에 올 때 이미 캐릭터의 마음으로 온다. 링 위에 바로 올라가도 될 정도로 독기가 바짝 들어 있다. 기교나 기술을 부리지 않는다. 사소한 걸음이라도 모든 걸 진짜로 한다. ‘한공주’ 때 서로를 알기 부족한 시간이었다. 반면 ‘우상’은 달랐다. 천우희라는 배우에 대해 깊이 알게 됐다. ‘한공주’ 이후 4~5년간 어마어마한 성장을 했더라. 천우희가 아니었으면 련화를 소화할 수 있었을까 싶다”고 애정을 내비쳤다. 
'우상'은 제69회 베를린 국제영화제 파노라마 섹션의 유일한 국내 초청작이다. 최근 이수진 감독과 설경구, 천우희가 레드카펫을 밟고 월드 프리미어에 참석했다. 시사회에서 엔딩 크레딧이 올라간 뒤 객석에선 환호성과 기립 박수가 5분 동안 터져 나왔다고. 전 세계 영화 팬들이 먼저 주목한 '우상'이다.
이수진 감독은 "제가 좋아하고 자랑스러워 하는 세 배우와 좋은 조단역 배우들과 함께했다. 긴 시간 노력해서 만든 영화다. 세 배우와 함게 있어 기분 좋다"고 말했고 천우희는 "'우상'이란 작품이 제겐 특별하다. 한석규, 설경구, 이수진 감독에게 많은 걸 얻었다. 관객들에게도 많은 여운을 남기는 좋은 작품이 되길 바란다"며 미소 지었다. 
설경구는 "우리 영화가 드디어 3월 개봉한다. 정성을 다한 연출이라 여운이 길더라. 같은 여운을 느꼈으면 하는 바람이다. 많이 응원해 달라"고 팬들에게 부탁했고 한석규는 "여러 가지 생각이 든다. '우상'은 제작 기간이 길었다. 온 정성을 다했다. 정성을 알아주셨으면 한다"고 인사했다. 
역대급 문제작이자 기대작인 '우상'은 오는 3월 개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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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이대선 기자 sunday@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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