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력의 아이덴티티 잃고 싶지 않아"..가수 비, 배우 정지훈, 가장 정지훈 (종합)[Oh!커피 한 잔]
OSEN 이소담 기자
발행 2019.02.20 13: 47

지난 1998년 그룹 팬클럽으로 데뷔, 2002년 솔로가수 비로 가요계 정상에 올라, 2003년 ‘상두야 학교가자’로 안방극장까지 사로잡은 정지훈. 지난 2017년 배우 김태희와 부부의 연을 맺은 그는 그해 딸을 품에 안고 가장으로서 정지훈이라는 역할도 생겼다.
정지훈은 20일 오전 서울시 종로구 소격동의 한 카페에서 영화 ‘자전차왕 엄복동’(감독 김유성, 27일 개봉)으로 취재진과 만나 영화와 관련한 이야기부터 다양한 이야기를 솔직하게 털어놨다.
그의 등장은 솔로가수의 전성기를 이끈 것은 물론 가수와 배우 영역을 넘나들며 활동하는 만능엔터테이너의 시초를 열었다고 할 수 있다. 정지훈이 연기를 하게 된 이유는 정말 하고 싶었기 때문. 그는 “거슬러 올라가자면 우리나라에서 하나의 직업으로 어떤 각인이 된 사람이 다른 직업에 바람을 피우는 것이 받아들여지기 힘든 구조였다. 2000년 초반대는 더 그렇다. 신인상을 받고 가수로서 탄탄대로로 앞으로 3~4년은 충분히 비라는 인물을 많이 찾을 거라고 할 때 제가 갑자기 ‘상두야 학교가자’는 시놉시스를 읽고 무조건 하겠다고 매달렸다”며 “뜻하진 않았지만 어차피 진짜 연기를 하고 싶긴 했고, 계획을 잡진 않았으나 계속 가게 된 거다. 어떻게 보면 저의 첫 작품이 저한테 정말 감사했다. 정말 매력있는 캐릭터를 할 수 있게끔 해줬던 작품인 것 같다”고고 설명했다.

댄스가수로서 정지훈은 수많은 후배들의 ‘롤모델’이다. 지금까지도 제2의 비를 꿈꾸며 앞을 향해 달려가는 후배들이 많은 것이 사실. 그는 “사실 몸이 옛날 같지는 않다. 그래서 운동도 꾸준히 하는데 마치 스포츠 선수와 똑같다. 몸의 전성기는 이제 지나가는 시기니까 그래서 댄스가수라는 역할은 내려놔야 하지 않을까. 물론 지금 내려놓는다는 게 아니고, 아침저녁 운동을 꾸준히 하지만 어느 순간부터는 내려놔야 하지 않을까”라고 솔직하게 전해 눈길을 끌었다.
앞으로는 배우의 길을 가는 것이냐는 질문에는 “연기로 전향해서 꾸준히 열심히 하겠다는 게 아니라 저한테 냉정해진 것 같다. 옛날에는 가수 겸 배우, 둘 다 직업을 갖고 있으니까 전투력이 있었던 거지 이제는 진짜 배우를 할 거면 정말 연기를 잘해야 한다”고 답했다.
정지훈은 최근 영화 홍보를 위해 예능에 나가 몸을 불태우며 활약했다. 그는 “제가 생각지도 못하게 춤을 췄다. 제가 홍보를 해야 하니까 예능을 나갔다가 제가 무릎도 안 좋고 그래서 늘 호동이 형이 저를 많이 시킨다. 아직도 저는 그 당시 열아홉 같고 호동이 형도 그 당시 똑같은 형 같고 한번 해보라고 하면 정말 춤을 안 춰야지 했는데 추게 된 거다. 노래가 나오니까 만족스럽진 않은데 춤이 나오긴 하더라”면서 “제 목표는 이제 어떻게 될지 모르겠지만 저는 늘 여러가지로 20년 동안 심판을 받아왔다. 직업의 특성상 심판을 받는 게 두렵지 않으나 참고는 하되, 제 목표는 천천히 저라는 사람의 인물을 만드는 게 숙제인 것 같다. 앞으로는 작은 역할, 분량이 작다는 게 아니라 숨어있는 듯 아닌 듯한 역할을 해보고 싶은 게 제 욕심인 거다”고 말했다.
이번 영화는 이범수가 제작해 화제가 되기도 했던 바. 정지훈은 파트는 영화, 음반으로 갈리지만 같은 제작자의 입장에서 그를 많이 이해하게 됐다고 전했다. 영화제작자 이범수에 대한 이야기를 꺼내자 정지훈은 “힘도 되었고 힘이 들기도 했다. 저도 2007년에 JYP라는 곳을 나와서 제작자로서 첫 행보가 ‘레이니즘'이었고 '널 붙잡을 노래’였다. 마무리 잘하고 군입대한 건데 누구보다도 제작자 마음을 이해하게 됐다. 제작자도 힘든 거구나, 왜 내 마음 같지 않지, 이제는 한 시간이 오버되면 너무 과하게 운영비가 측정되는 거다. 이게 성공하면 물론 크게 이윤이 남는다. 그것도 알겠고 저는 음반제작자니까 제작자로서 이범수 선배를 이해하게 되더라. 그래서 제가 더 힘들었다. 오히려 제가 배우로서만 참여를 했다면 아까 그 오디션도 회사에다가 이야기하고 ‘형 저 (스케줄) 가요’ 갔다오면 그만이다. 그게 얼마나 힘든 건지 알기 때문에 힘들겠지라는 것 때문에 제가 자꾸 이해를 하게 되더라. 저는 정말 이 영화에 7~8개월 올인했다. 하루하루 밀리지 않아야 하니까 꼭 찍어야 하는 신이 있지 않나. 열심히 당겨왔기 때문에 마무리가 됐다고 생각하고 제작자로서 많이 힘드셨을 거라 생각한다”며 깊은 속내를 드러냈다.
정지훈은 앞서 ‘아는 형님’에서도 가족 이야기를 하지 않는 이유에 대해 짤막하게 털어놨다. 그는 이번 영화로 가족애를 전하게 된 바. 아빠가 되면서 작품을 선택하는 데 달라지게 된 변화가 있었던 걸까. 하지만 정지훈은 “달라진 게 없다”면서도 규칙이 생겼다고 답했다.
그는 “예전만 해도 저의 아이는 이렇고 저의 식구는 이렇게 지내고 있다고 밝게 이야기할 수 있을 텐데 요즘 세상이 너무 무서워졌다. 아이가 너무 예쁘고 사실 공개도 하고 싶고, 그게 나중에 다 칼이 되어서 돌아오더라. 이건 안 되겠다고 생각해서 앞으로도 철저히 가족과 일은 벽을 치고 싶다. 저는 제 가족이 다치는 걸 원치 않다. 작품을 고르거나 그런 기준에 영향을 끼치진 않지만 드러내놓고 저의 가족에 대한 이야기는 조심스러워졌다”고 가족에 대한 이야기를 시작했다.
이어 “또 이야기를 하면 그렇지만 저는 어머니에 대한 죄책감이 이었던 사람이다. 가족을 건드리면 이성적인 판단이 안 된다. 저야 저를 죽이든, 저에 대해 오해가 있든, 그럴 수 있다. 저는 연예인이라는 직업을 가졌으니까 논의의 편의상, 말 그대로 대중에 의한 저는 장난감이라고 선포를 하고 이 업계에 들어온 거니까 저는 갖고 놀다가 버리셔도 괜찮은데 가족을 건드리면 가끔씩 선을 넘게 되더라. 이성적인 판단이 안 되니 선을 긋는 게 낫겠다고 생각했다”고 덧붙여 그의 가족 사랑을 엿볼 수 있었던 시간.
올해 영화로 관객들과 만나게 된 정지훈은 “겸허히 결과가 나올 때까지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전했다. 앞으로의 계획에 대해서는 “작은 역할이라도 조금씩 독립영화, 아트영화를 하고 싶어서 접촉중이다. 다들 제가 다가가면 ‘지훈 씨가 왜요?’ 하시더라. 저도 기회를 주셔야 이런 독립영화를 한다고 기회를 달라고 했다. 그분들은 굳이 왜 하실 생각이냐고 묻는다. 5분 영화, 아트 영화, 독립영화를 꾸준히 해보고 싶다. 그래서 영화과에 있는 대학생들과 커뮤니케이션을 하고 있다. 아이폰 4K 무비가 있더라. 얼마나 좋은 일이냐. 많은 걸 해보고 싶다. 드라마가 논의 중이긴 한데 제가 체력이… 대본을 읽어보니까 쉽게 다가갈 영화가 아니더라. 다행히 연말에 앨범이 나온다”고 밝혀 다양한 루트로 그의 활약을 만나볼 수 있을 전망이다. / besodam@osen.co.kr
[사진] 레인컴퍼니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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