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Z 스토리] ‘요절복통 민첩훈련’ 키움, 주장 김상수 커피 돌린 사연
OSEN 이종서 기자
발행 2019.02.11 17: 31

“아니 짜고 하는게 어딨어요!”
키움 히어로즈 선수단은 11일(이하 한국시간) 미국 애리조나주 피오리아에 위치한 피오리아 스포츠컴플렉스에서 스프링캠프를 진행했다. 이날 키움 선수단은 투수와 야수와 함께 모여 PFP(Pitcher Fielding Practice) 훈련을 진행했다.
PFP 훈련을 마친 뒤 야수진이 배팅 훈련을 하러 떠났고, 투수진 역시 따로 모여 민첩성 훈련을 진행했다.

투수진의 민첩성 훈련 말미. 선수단은 작은 ‘미니 게임’을 진행했다. 주장 김상수, 이보근, 오주원 등 고참 선수 3명을 중심으로 6명씩 팀을 나눈 뒤 공을 옮기는 경기였다. 빠른 발놀림과 정확한 방향 전환, 판단력 등이 요구되는 그야말로 ‘민첩성 훈련’의 결정체였다.
규칙은 간단했다. 삼각형으로 선수단이 서있고, 가운데 공을 모아놓았다. 게임당 한 명의 대표 주자가 나와 가운데 있는 공 혹은 다른 팀의 공을 한 번에 한 개씩 자기 팀에 가져도 놓는 것이었다. 마지막 순간 가장 많은 공을 가지고 있는 팀이 승리하는 것이다. 꼴찌를 한 팀은 투수조에 커피를 돌려야 한다는 간단한 내기도 있었다.
주장 김상수 팀은 김상수, 제이크 브리검, 한현희, 신재영, 윤영삼, 김동준으로 구성됐고, 이보근 팀은 안우진, 윤정현, 양기현, 김성민, 이승호가 있었다. 최고참 오주원의 팀에는 양현, 에릭 요키시, 김선기, 박주성, 최원태로 꾸려졌다.
가장 먼저 맞붙은 것은 이보근과 오주원, 그리고 한현희였다. 시작 구호와 함께 선수들은 재빠르게 움직였다. 그러나 이 때 변수가 발생했다. 이보근과 오주원이 김상수 팀으로 모두 몰려가서 공을 가지고 왔다. 양 팀의 협공에 김상수 팀은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밖에 없었다.
김상수는 “우리가 걸리면 내가 직접 커피를 만들겠다”고 엄포를 놓았다. 그러자 이보근은 “나는 자바칩 프라푸치노”라고 응수하며 만만치 않은 기 싸움을 펼치기도 했다. 이후에도 오주원-이보근 팀은 김상수 팀을 협공했고, 결국 이날 경기는 김상수 팀의 완패로 끝났다.
양 팀 전략에 게임을 만든 트레이너들은 잠시 대책 회의를 했다. 일방적인 승부에 규칙 보완에 나선 것. 그러나 김상수 팀에서 “그냥 사겠다”라고 포기 선언을 하면서 이날 훈련은 끝이 났다.
미니게임을 마친 뒤 이보근은 “승부는 냉정해야한다”라며 미소를 지었다. 반면 김상수는 “정확한 규칙이 있어야 하고, 정정당당해야 한다”라며 분통(?)을 터트리기도 했다.
훈련 효과는 확실했다. 선수들은 이구동성으로 “즐거웠다. 승부욕도 생기면서 집중력 있게 훈련을 받을 수 있었다”고 미소를 지었다.
치열한 눈치 게임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커피를 사게된 김상수 팀은 ‘몰아주기’ 게임을 진행했다. 두 번째 경기는 ’악어 이빨 게임’. 휴대전화 게임으로 악어 이빨을 눌러 입이 닫히면 이기는 게임. 마지막 결승전은 악어의 입을 다물게 한 사림이 걸리도록 규칙을 만들었다.
치열한 가위바위보로 순서를 전했고, 김상수와 한현희가 결승전에서 맞붙었다. 결승전답게 악어도 쉽게 승자를 정해주지 않았다. 마지막 이빨 두 개가 남을 때까지 입을 벌리고 있던 악어는 ‘주장’ 김상수를 당첨시켰다.
커피를 사게 된 김상수는 곧바로 ‘통 큰’ 결정을 내렸다. 투수조 뿐 아니라 야수조와 트레이너 등에게도 커피를 돌리겠다는 것. 김상수는 “한 팀인데 투수조만 커피를 마실 수는 없다. 사실 내가 안 걸렸어도 야수조의 커피는 사려고 했다”고 설명했다. 이날 김상수가 돌린 커피는 약 45잔. 30만원 남짓의 거금이 들었다.
주장 김상수의 넉넉한 인심에 키움 선수들은 투수, 야수 가릴 것 없이 힘든 훈련 뒤 시원하고 기분 좋게 휴식을 누릴 수 있었다./ bellstop@osen.co.kr
[사진, 영상] 피오리아(미 애리조나주)=이동해 기자 eastsea@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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