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기] 닛산 ‘더 뉴 엑스트레일’, 야성을 눌러 놓은 도심형 SUV
OSEN 강희수 기자
발행 2019.02.07 16: 54

 우리에게는 다소 생소하지만 글로벌 자동차 시장에서 닛산 ‘엑스트레일(X-TRAIL)’은 스타급이다. 2000년 첫 출범이후 작년까지 누적 판매량이 600만 대를 돌파한 글로벌 베스트셀링 SUV다. 2016, 17년 2년 연속 세계에서 가장 많이 팔린 SUV에 이름을 올렸을 정도다. 이렇게 많이 팔리는데 우리에게 생소한 이유가 있다. 엑스트레일의 또 다른 이름, ‘로그’를 떠올리면 금방 이해가 간다.
닛산은 사실상 같은 차로 각기 다른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미국 시장에선 ‘로그’, 일본과 유럽에선 ‘엑스트레일’이다. 여기에 르노-닛산 얼라이언스가 탄생시킨 ‘콜레오스(QM6)’까지 포함시킨다면 로그-엑스트레일-QM6의 끈끈한 우애는 소비자들의 머릿속을 복잡하게 만든다. 전량 미국으로 수출되는 로그는 르노삼성자동차의 부산공장에서도 생산되고 있다. 누적 판매량이 600만 대는 로그와 엑스트레일을 합친 수치다. 
최근 국내에 출시된 ‘엑스트레일’은 닛산의 일본 규슈공장에서 생산돼 수입되니 ‘원조격’으로 대우해야 할까? 2013년 3세대로 풀체인지 된 엑스트레일은 2017년 부분 변경을 거쳐 국내에는 ‘더 뉴 엑스트레일’이라는 이름으로 판매를 시작했다.

엑스트레일이지만 ‘로그’와 ‘QM6’가 새긴 기억을 완전히 지울 수는 없는 차, 게다가 디젤 게이트의 직격탄을 맞고 쓸쓸히 물러난 ‘캐시카이’의 추억까지 떠올리게 하는 이 녀석은 대체 어떤 차일까?
한국닛산은 다시 생각하고 싶지 않겠지만 ‘더 뉴 엑스트레일’에서 캐시카이의 잔상을 떠올리는 것은 그리 어려운 일은 아니다. 디젤 엔진이 장악하고 있는 국내 준중형 SUV시장에서 캐시카이와 엑스트레일의 배턴터치는 국내 자동차 시장이 당면하고 있는 환경 이슈의 단면이기 때문이다. 캐시카이는 인피니티가 ‘Q50 디젤’로 국내 세단 시장에 일대 광풍을 일으킨, 좋은 기억을 떠올리며 도입한 디젤 SUV였다. 1.6리터 디젤 엔진에 CVT 변속기를 조합해 13.8km/l의 연비를 보이며 나름 시장에서 선방했던 캐시카이였다. 단, 디젤 게이트가 터지기 전까지.
‘더 뉴 엑스트레일’이 취할 스탠스는 캐시카이로 인해 극명해졌다. 어떤 엔진을 얹을 것인지는 고민할 필요가 없었다. 세계 시장에서 검증받은 2.5리터 가솔린 엔진과 D-Step 로직을 적용한 차세대 엑스트로닉 무단변속기(Xtronic CVT)가 실렸다. 디젤 게이트 이후 국내 시장에서 ‘가솔린 SUV’에 대한 거부감도 많이 희석된 터였다.
이 파워트레인은 최고출력 172마력, 최대토크 24.2kg.m를 발휘한다. 복합연비는 2WD 기준 11.1km/l(도심: 9.9 고속도로: 12.9, 4WD기준 10.6 km/l(도심: 9.6, 고속도로: 12.0)다. 딱히 ‘더 뉴 엑스트레일’의 특성을 규정할 수 있는 수치들은 아니다.
그런데 이 대목은 눈길을 끈다.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154 g/km(2WD), 162 g/km(4WD)로 저공해 3종 차량 인증을 획득했다는 점이다. 디젤 게이트의 호된 추궁을 당한 브랜드들이 대체로 이런 수순을 밟고 있다. 굳이 묻지 않아도 친환경 이미지를 강조하고 있다.
전장은 4,380mm의 캐시카이에 비해 30cm 이상 긴 4690mm다. 같은 준중형이라고 하기가 미안할 정도로 엑스트레일의 전장이 넉넉하다.
미디어 시승행사에서 ‘더 뉴 엑스트레일’이 어필한 인상도 위의 두 가지 특징에서 비롯됐다. '가솔린 엔진'과 '여유로운 공간'이다.
‘더 뉴 엑스트레일’의 주행감성은 르노삼성의 QM6 가솔린 모델과 유사한 점이 많았다. 부드럽고 조용하면서 편안하다. 2000cc 엔진을 쓰는 QM6 가솔린에 비해 배기량이 크기 때문에 동작도 굼뜨지 않았다. 172마력까지 뽑아 올리는 2.5리터 가솔린 엔진이 가속 페달에 여유로움을 선물하고 있었다. D-Step 로직을 적용한 엑스트로닉 무단변속기는 미리 설명을 듣지 않는다면 CVT임을 알기가 어려울 정도로 생기가 있었다.
부드러우면서도 탄력 있는 주행감은 나무랄 데는 없었으나 ‘엑스트레일’이라는 이름과 따로 노는 아쉬움도 있었다. 엑스트레일이라는 이름은 자꾸만 '도심형 SUV' 이상을 기대하게 했다. 외관 디자인이 초기의 오프로드 지향에서 온로드 지향으로 바뀌기는 했지만 닛산자동차의 새 패밀리룩 ‘V모션 라디에이터 그릴’이 여전히 역동적인 탓도 있다. 
엑스트레일이라는 이름과 주행감성이 따로 노는 데는 3세대로 진화하는 과정에서 차의 개발 콘셉트가 달라졌기 때문이다. 1, 2세대 엑스트레일만해도 오프로드를 위한 다목적용 아웃도어 콘셉트가 지배적이었다. 하지만 3세대로 넘어오면서 개발 콘셉트는 온로드로, 주 활동무대는 도심으로 바뀌었다.
‘도심과 교외를 넘나들며 운전자의 삶에 짜릿한 활력을 제공하는 익사이팅 파트너’가 3세대 엑스트레일의 마케팅 포인트다. 도회지로 활동 무대가 옮기고 있지만 이름은 여전히 익스트림 스포츠가 연상되는 엑스트레일이다. 시승코스가 지극히 도심형 SUV에 맞게 구성된 것도 ‘익사이팅 파트너’를 확신할 수 없게 만드는 요인이었다. 
온로드 지향으로 바뀌긴 했지만 공간 활용성은 오프로드 지향 시절 그대로였다. 감히 동급 최대라는 표현을 써도 이견을 달 수 없을 정도로 공간을 잘 뽑아냈다. 2열 무릎 공간은 고급 세단을 연상할 정도로 널찍했고, 변신 또한 자유자재였다. 슬라이딩, 리클라이닝 기능을 갖추고 있으며 4:2:4 비율로 조정이 가능했다. 트렁크 공간은 모든 좌석을 세워 놓아도 565리터가 나오고, 좌석을 모두 접으면 1,996리터까지 늘어난다.
반자율주행 수준의 안전기술도 빠지지 않았다. 용어는 다르지만 앞 차와의 간격을 자동으로 조절하고, 차선을 벗어나지 않게 운전대를 돌려주며 앞 차와 충돌이 예상되면 브레이크를 잡아주는 재주를 갖추고 있다.
더 뉴 엑스트레일은 구동방식, 안전 및 편의 사양에 따라 3가지 트림(2WD 스마트 3,460만 원, 4WD 3,750만원, 4WD 테크 4,120만원)으로 구성된다. /100c@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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