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근우도 넘지 못한 2루수 '마의 구간', 박경수는 다를까
OSEN 이상학 기자
발행 2019.01.22 05: 52

2루수는 롱런하기 어려운 포지션 중 하나다. 기본적으로 좌우 움직임이나 활동량이 많다. 순발력이 필수인 포지션이라 신체 능력이 떨어지는 30대 중후반 선수가 풀타임 2루수를 맡기란 쉽지 않다. 
골든글러브를 3회 이상 수상한 강기웅, 박정태, 박종호도 30대 초반부터 하락세를 피하지 못했다. 김성래와 안경현은 30대 초중반 포지션을 1루로 옮겼다. 역대 최고 2루수로 평가되는 정근우(한화)도 다르지 않았다. 
정근우는 지난해 2+1년 총액 35억원에 한화와 FA 재계약했다. 주전 2루수로 시즌을 시작했지만 수비 불안감을 노출했다. 2루에서 303이닝 동안 실책 9개로 수비가 무너졌다. 정근우답지 않은 수비 실수를 연발하며 2군에 내려가기도 했다. 1군 복귀 후에는 외야수를 거쳐 1루수로 포지션을 바꿨다. 

FA 내야수 박경수(35)의 계약은 그래서 더욱 주목받는다. 박경수는 지난 21일 KT와 3년 총액 26억원에 계약을 체결했다. 계약금 8억원, 연봉 총액 12억원, 인센티브 6억원 조건. 첫 FA 4년 총액 18억2000만원보다 좋은 조건에 계약을 맺으며 지난 4년간 꾸준한 활약에 대한 보상을 받았다. 
그러나 미래 가치는 불투명하다. 박경수의 포지션이 2루수이기 때문이다. 계약기간 3년을 보장받았지만 6억원의 인센티브가 더해진 이유다. 구단 입장에선 안전장치를 걸어둘 수밖에 없다. 그동안 사례를 보면 2루수로 만 35~37세 시즌에도 풀타임으로 뛴 선수는 거의 찾아보기 힘들다. 
정근우가 만 35세였던 2017년 105경기 타율 3할3푼 11홈런 46타점 OPS .863으로 활약한 게 최고. 그러나 이때부터 현장에선 2루 수비가 예전 같지 않다는 평가가 나왔다. 2005년 두산 안경현, 2008년 KIA 김종국이 만 35세에 2루수로 100경기 이상 뛰었지만 이듬해 안경현은 1루수로 이동했고, 김종국은 주전에서 밀려났다. 
만 36세로는 2012년 롯데 조성환이 주전 2루수로 뛰었지만, 타율 2할7푼8리 3홈런 33타점으로 하락세를 보였다. 이듬해부터 출장 기회가 눈에 띄게 줄어들며 은퇴 수순을 밟았다. 만 37세 이후 2루수로 30경기 이상 뛴 선수는 없다. 
35~37세는 2루수에게 ‘마(魔)의 구간’이다. 과연 박경수는 계약기간 3년간 2루수로 살아남을 수 있을까. 그렇게 한다면 2루수는 롱런하기 어렵다는 인식을 바꿔놓는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이다. /waw@osen.co.kr
[사진] 박경수-정근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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