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 용기' 심석희의 아픔 치유가 우선이다 [유구다언]
OSEN 우충원 기자
발행 2019.01.11 05: 17

세계 최고 여자 쇼트트랙 선수인 심석희(22)의 이름이 언론에 집중 보도되고 있다. 큰 용기를 갖고 자신에게 주어졌던 힘겨웠던 상황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몸부림 때문이다.
심석희는 지난달 17일 경기남부지방경찰청에 조재범(38) 전 쇼트트랙 대표팀 코치를 '아동·청소년의 보호에 관한 법률 위반(강간상해) 등'의 혐의로 고소했다. 심석희의 진술에 따르면 심석희는 만 17세인 2014년 고 2 때부터 조 전 코치로부터 지속적으로 성폭행을 당했다.
심석희는 초등학교 재학시절 조 코치에게 발탁됐다. 그러나 지난해 1월 조 전 코치로부터 폭행을 당한 뒤 진천선수촌을 이탈, 조 전 코치로부터 받아왔던 폭행 사실을 털어놓았다.

결국 조 전 코치는 상습 상해 등 혐의로 징역 10개월의 실형을 받고 법정 구속됐다. 심석희는 직접 증인으로 출석해 피해사실을 진술하며 눈물로 엄벌을 호소한 바 있다.
설상가상 심석희는 단순히 경기력 향상을 위해 맞는 데 그친 게 아니라 성폭행까지 당했다. 심석희 측은 "지도자가 상하관계에 따른 위력을 이용해 폭행과 협박을 가하면서 4년간 상습적으로 성폭행했다"며 "한국체대 빙상장 지도자 라커룸, 태릉 및 진천선수촌 빙상장 라커룸 등에서 폭행이 일어났다"고 구체적인 장소와 정황까지 공개했다.
비슷한 피해를 당한 동료들 일부가 조 코치와 법적으로 합의한 절망적인 순간에도 심석희는 끝까지 용기를 냈다. '효자종목'의 에이스라는 부담감까지 안고 있던 심석희는 인간으로 살기 위해 세상에 소리쳤다.
하지만 세상이 받아들이는 것은 조금 다르다. 아니 다르게 받아들이는 세상이 있다. 1997년생으로 성인이 된 지 얼마 안된 심석희가 어린 시절부터 잊고 싶지만 잊을 수 없는 경험에 대해 도와 달라는 이야기를 하는데 엉뚱한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다.
현재 세간의 관심은 뛰어난 선수가 성폭력을 당했다는 것에 주로 집중된다. 성폭행을 범한 문제자에 대한 이야기보다는 유명한 선수가 당했다는 점이다. 또 법 아래에서 조사가 이뤄지고 있는 가운데 배경에만 치중하고 있다.
젊은빙상인연대와 문화연대, 스포츠문화연구소, 100인의여성체육인, 한국여성단체연합 등 18개 단체들은 지난 10일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조재범 사건의 철저한 조사와 진상규명, 재발방지 대책을 촉구했다. 이날 행사의 가장 중요한 의미는 '성폭력 사건에 대한 재발방지 촉구'였다.
철저한 진상규명부터 시작되야 하지만 대부분 관심은 배경에 쏠리는 경우가 있었다. 물론 이날 행사에 참여한 단체들은 대부분 심석희에 대한 안타까운 사연이 다시 발생해서는 안된다는 점에 초점을 맞췄다. 그러나 소위 체육계 관계자들은 오히려 다른 부분에 대해 더 주목했다.
정치권에서도 배경에 대해서만 집중하는 모양새인 가운데 젊은빙상인연대의 경우도 이해하기 힘든 이야기를 했다. 이날 공동 행사가 아니라 언론과 인터뷰서 이미 폭행하는 것을 지켜봤다는 폭로를 내놓았다. 당시에는 왜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았던 것일까. 의문은 커진다.
일단 현재 발생한 문제에 대해 집중해야 한다. 어린 선수가 자신에게 일어나서는 안될 일 그리고 쉽게 밝히기 어려운 일을 공론화했다. 그렇다면 선수가 겪고 있는 문제 해결이 우선이다. 또 그 후 밝혀질 문제에 대해서는 더 차근차근 단계를 밟아 모두 발본색원하면 된다. 다른 어떤 이유가 더해진다면 오히려 선수에게 더 상처로 남는다. / 10bird@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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