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기] 제네시스 G90, ‘맏형’ 디자인? ‘아빠’가 되고 싶은 건 아니고?
OSEN 강희수 기자
발행 2018.12.03 13: 55

제네시스는 ‘G90’을 출시하면서 ‘브랜드 일관성’을 거론했다. G70, G80으로 이어지던 라인업이 플래그십에 가서는 갑자기 EQ900으로 달라지는 상황이 영 마음에 걸렸던 모양이다. 그런데 이해가 안 되는 점도 있었다. 미국에서는 이미 ‘G90’ 배지를 달았던 차다. ‘브랜드 일관성’은 사실상 국내 시장에만 해당 되는 과제였다. 
결국은 디자인을 확 바꾸고 싶었던 게다. 출시 된지 3년밖에 안 된 차를 풀체인지급으로 바꾸려 하다보니 세울 명분이 부족했다. 종전 디자인이 글로벌 시장에 갓 태어난 프리미엄 브랜드의 탄생을 알리기엔 너무 점잖았다는 걸 먼저 인정해야 했다. 
그래서 찾은 명분이 ‘브랜드 일관성’이었다. 이 명분을 앞세운 맨프레드 피츠제럴드 현대자동차 부사장은 말이 끝나기 무섭게 모순점을 보이고 말았다. ‘G90’의 디자인이 G80, G70과는 완전히 다른 바탕이 돼 있었기 때문이다. 브랜드는 일관성을 찾아가는데 디자인은 거꾸로 ‘나홀로 럭셔리’를 향하고 있었다. 

이런 모순 논리 때문이었는지, 서울 신라호텔에서 ‘G90’이 공개 됐을 때 처음 받은 인상은 당황스러움이었다. ‘일관성’과는 전혀 어울리지 않게 형제 라인업과 멀리 동떨어져 있었다. 대형 다이아몬드를 닮아간 전면 라디에이터 그릴은 불안하게 서 있었다. 위는 넓고 아래쪽으로는 뾰족한 게 안정감과는 거리가 먼 역삼각형이었다. 불안정성을 보상하기 위해 헤드라이트에는 수평의 직선이 과도하게 처리 돼 있었다. 첫 느낌은 그랬다. 
며칠 뒤 미디어 자유시승을 위해 밝은 대낮에 ‘G90’을 다시 만났다. 인공 조명 가득한 출시 행사장에서 본 모습과는 사뭇 다른 느낌의 차가 서 있었다. 불안한 요소로 여겨졌던 다이아몬드 그릴(제네시스 브랜드는 크레스트 그릴이라고 부른다.)이 좌우 LED 주간주행등의 보좌를 받아 반짝반짝 빛나는 초대형 다이아몬드를 닮아 있었다. 뾰족한 바닥은 전면 하단부에 좌우로 굵게 테두른 가니시 위에 견고하게 달라붙어 있었다. LED  조명이 들어온 주간주행등이 다이아몬드의 좌우에서 균형을 잡고 있었다. 역삼각이 주는 불안감은 하단 크롬 가니시와 데이라이트로 안정을 찾고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후면 디자인은 여전히 호불호의 여지가 있었다. 이 또한 전면부 다이아몬드가 주는 공격적인 디자인을 보완하기 위한 장치라고 해석은 된다. 제네시스 브랜드는 아예 G90의 디자인 콘셉트를 ‘수평적 구조(Horizontal Architecture)의 실현’이라고 제시 했다. 
현대자동차 현대디자인센터장 루크 동커볼케는 출시 행자장에서 ‘G90’ 디자인을 두고 “진보적이다”는 단어를 여러번 썼다. 일반적인 경우라면 진보적 디자인은 낮은 세그먼트에서 시작해 시장의 검증을 거친 뒤 플래그십으로 옮겨 간다. 하지만 혁신적 차원에서 극적인 효과를 노려야 하는 경우라면 다르다. ‘스웨디시 럭셔리’를 표방하며 디자인 혁신을 이룬 볼보자동차의 예가 그렇다. 볼보자동차는 종전에 없던 새 디자인 콘셉트를 도입하면서 플래그십인 S90, XC90에서부터 적용해 XC60, XC40으로 내려왔다. 
플래그십에 적용 된 진보적 디자인은 새로운 과제를 던진다. 과연 아우들과 디자인 요소들을 공유할 것인가이다. 현재로선 그 답을 낼 수가 없다. 시장의 대답을 아직 못 들었기 때문이다. 풀체인지급 페이스리프트를 한 G90이 새로운 형제상을 제시할 지, 아니면 아우들과 차별화 해 독보적 위상을 견지할 지는 아무도 모른다. 시장이 그 답을 감추고 있다.   
자유시승 코스는 서울 대치동에 있는 ‘제네시스 강남’을 출발해 청평 일대를 돌아오는 구간으로 잡았다. 도심과 고속도로, 호반의 경치 좋은 국도를 골고루 돌아볼 수 있는 코스다. 내외관 디자인 외 주행감성은 사실 달라진 게 없다. 3년전 출시 때와 다른 감성으로 다가왔다면 차가 아니라 시승자의 경험치가 달라졌다고 보는 게 타당하다. 
그런데 아니었다. 몸이 3년전의 감성을 기억하고 있을 줄 알았는데, 난생 처음 타보는 차처럼 여겨진다. 운전석은 발을 앞으로 쭉 뻗게 돼 있다. 엉덩이가 낮아 무릎을 세우려 하면 어색한 자세가 만들어진다. 옆 사람 눈치볼 것 없이 다리를 쭉 뻗었더니 오히려 편하다. 
운전석 대각선 방향 뒷좌석에도 앉아 봤는데, 비행기 비즈니스석을 빼닮았다. 버튼 하나로 앞 좌석이 앞쪽으로 밀려나가 등허리를 수그리고, 뒷좌석은 엉덩이부터 밀려 나와 허리를 펴준다. 수그린 등허리로 발이 자연스럽게 올라갔다. 이래서 사장님하는구나 싶었다. 렉시콘의 낭랑한 음악소리에 취하니 안방 침대가 따로 없다. 
스포츠 모드를 선택하고 가속기를 지긋이 밟았더니 배기음이 적당한 박자로 호응을 한다. 귀에 거슬리지 않을 정도로 점잖은 데시벨이다. 액티브 노이즈 컨트롤(Active Noise Contol)이 거슬리는 소음을 제거해 주고 있었다. 소음이 발생하면 반대 위상의 음원을 만들어 소음을 능동적으로 제거하는 기술이다. 
반(半)자율주행 기능은 좀더 정교해 졌다. 차로 유지 보조(LFA, Lane Following Assist)가 차를 양 차선의 중앙으로 끊임없이 유도했다. 억센 느낌은 아니었지만 옆길로 새는 꼴은 못본다는 태세다. 내비게이션 기반 스마트 크루즈 컨트롤(NSCC, Navigation-based Smart Cruise Control)은 훌륭한 조수 구실은 한다. 고속도로 또는 자동차 전용도로에서 속도 제한 구역 진입 시 제한 속도 이하로 알아서 감속했다. 곡선구간 진입 시에도 속도가 과하면 알아서 줄여 준다. 
주차장에서 후진으로 빠져 나올 때 후측방 접근 차량이 감지 되면 경보를 울리다가 위험시에는 브레이크까지 잡아 준다. 전방 충돌을 방지하고 피해를 경감하는 ‘전방 충돌방지 보조(FCA, Forward Collision-Avoidance Assist)’ 기능의 감지 범위가 추월시 반대편에서 오는 차까지 알아채게 확대됐다. 뒷자리 탑승객이 내리려 할 때 팝업 및 경고음으로 후방 위험물체 접근을 알려주는 ‘안전 하차 보조(SEA, Safe Exit Assist)’도 달았다. 
후진 램프는 위치가 바닥으로 낮아졌다. 후방 노면에 LED 가이드 조명을 투사해 바닥을 밝히고 보행자 및 주변 차량에 후진 의사를 알린다. 
연비도 개선 됐다. ‘지능형 코스팅 중립제어’라는 기술이 실린 덕이다. 이 기능은 운전자가 가속페달을 밟지 않고 타력 주행을 하면 변속기가 알아서 중립으로 설정 되는 기능이다. 이 기술로 실도로 연비가 약 2~3% 개선 됐다. 3.8 가솔린이 8.9km/ℓ(18인치 2WD기준), 3.3 가솔린 터보가 8.8km/ℓ(18인치 2WD기준), 5.0 가솔린이 7.3 km/ℓ(19인치 AWD기준)의 복합연비를 인증 받았다. 
가격은 3.8 가솔린이 7,706~1억995만 원, 3.3 가솔린 터보가 8,099~1억 1,388만 원, 5.0 가솔린 모델이 1억 1,878만 원이다. /100c@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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