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기] 다양해진 쉐보레 ‘더 뉴 말리부’, 뚜렷해진 쓸모 분담
OSEN 강희수 기자
발행 2018.11.27 09: 10

분위기는 어수선했다. 이른 아침부터 한국지엠 노조원들은 ‘더 뉴 말리부(The New Malibu)’ 미디어 쇼케이스가 열린 강원도 인제군 인제스피디움 입구에서 시위를 벌였다. 행사를 치르는 한국지엠 종사자들도 말을 아끼는 모습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몇 가지 분명한 사실도 있었다. 안팎으로 시끄러운 와중에서도 쉐보레의 중형세단 ‘말리부’가 새로운 모델을 내놓았다는 점, 이는 한국지엠이 약속한 ‘향후 5년간 15종의 신차 출시’ 약속의 일환이라는 점, 그리고 여전히 말리부의 성능은 매력적이라는 점이다.
말리부 출시 관련 브리핑을 한 카허 카젬 한국지엠 사장은 매우 원론적인 이야기를 했다. 노사 갈등의 원인이 되고 있는 연구개발부문 법인 분리에 대해 “한국지엠의 입지를 강화하려는 미래 전략의 하나이다. 법인 분리를 통해 추가적인 투자를 할 수 있고, 추가적인 업무 배당을 받을 수 있다. 이를 설득하기 위해 여러 관계자들과 긴밀히 협의하고 있는데, 노조도 중요 관계자다”고 했다.

한국지엠을 둘러싼 일련의 움직임이 미국의 제너럴모터스(GM)가 그룹 차원에서 추진하고 있는 체질 개선 작업이라면 카허 카젬 사장도 일개 실무자에 불과하다. 카젬 사장은 지난 취임 1년의 시간을 되돌아 보며 “도전적인 한해였다. 회사를 위해 경영정상화를 채택했고, 지금 진척이 있다. 향후 5년간 15개 차종 출시 약속을 지켜나갈 것이고 수출 시장도 성장할 것이다”고 판박이 말을 했다. 
▲회장님은 언제 오시나요?
노사가 팽팽한 긴장 상태에 있기는 하지만 의미 부여를 할 수 있는 소식도 있었다. 메리 바라 GM 회장의 방한 계획이다. 한국지엠 한 관계자는 “아직 날짜는 정해지지 않았지만 메리 바라 회장의 방한이 추진되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이미 노조에도 정식으로 이 사실을 알렸다”고 귀띔했다.
지엠 그룹의 최고 경영 책임자가 방한한다면, 그리고 한국지엠 종사자들은 물론 우리나라 소비자들에게 믿음이 담긴 메시지를 준다면 이야기는 달라질 수 있다. 한국지엠과 이날 출시 된 말리부에 꼭 필요한 것은 ‘신뢰’이기 때문이다.
▲달라진 디자인, 성숙하게 진화
한국지엠은 쉐보레 ‘더 뉴 말리부’ 출시를 두고 “페이스리프트이지만 신차급 변화”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전혀 새로운 파워트레인이 등장하고, 전면부 디자인까지 확 달라졌으니 ‘신차급’이라고 표현하고 싶었을 게다. 그런데 속내는 디자인 변화 자체보다 한국지엠을 둘러싼 암울한 분위기를 환기시키고자 하는 의지가 더 강했었을 수 있다. 
가장 큰 변화가 찾아온 전면부는 성숙하게 진화하고 있었다. 라디에이터 그릴이 크고 시원하게 뚫렸다. 정면 형상이 훨씬 입체적으로 변했고, 라인은 선굵은 근육질이 연상 됐다. 토요타나 혼다의 최신 중형 세단 디자인이 견지하고 있는 트렌드와 유사하다. 좀더 공격적이고 선명한 디자인 언어가 ‘더 뉴 말리부’에도 적용 됐다.
쉐보레 디자인 측면에서 보면 ‘신형 스파크’에서 소개 된 최신 패밀리룩이기도 하다. ‘더 뉴 말리부’의 디자인이 시원시원해서 좋아 보이기는 했지만 그렇다고 종전 디자인이 그다지 뒤떨어 보이지 않는 점도 특이했다. 쉐보레 패밀리룩이 안정화 단계에 들었다고 볼 수 있는 대목이다.
▲3기통 1.35 E터보의 등장, 뚜렷해진 역할분담
한국지엠이 저 멀리 강원도 인제에서 미디어 쇼케이스와 시승행사를 연 데는 두 가지 이유가 있었다. 하나는 새로 출시 된 1.35 E터보 모델과 1.6 디젤 모델의 트랙 등판 능력 테스트다. 나머지 하나는 2.0터보의 등급 차별화다. 인제스피디움에 마련 된 프로그램은 1.35 E터보와 1.6 디젤의 성능 테스트 위주였지만 인제를 오가는 과정에서는 2.0 가솔린 터보 모델을 타게 했다. 시승에 참가한 미디어 관계자들은 메인 프로그램인 1.35 E터보, 1.6 디젤보다는 2.0 터보의 성능에 더 매료되고 있었다.
1.35리터 E터보 엔진은 3기통 엔진이다. 여기에 VT40 무단변속기를 조합했다. 지극히 효율성을 강조한 선택이다. 한국지엠이 이 차로 인제스피디움을 달리게 한 것은 숫자에 대한 선입견을 깨기 위함이었다. 효율성을 강조한 차라면 당연히 도심 주행에 최적화 돼 있을 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트랙 주행까지 가능하다는 것을 강조하고 싶어했다. 
E-Turbo 1.35 엔진은 최고출력 156마력, 최대토크 24.1kg.m을 발휘한다. 3기통 엔진으로 이 정도 퍼포먼스를 낼 수 있다는 게 사실 놀랍다. 쉐보레는 이를 두고 “지엠의 기술력이 만들어낸 라이트사이징(Rightsizing)의 성과”라고 칭했다. 라이트사이징이 완전히 새로운 개념은 아니다. 다른 자동차 브랜드에서는 ‘다운사이징’이라고 부르던 ‘저배기량 고효율 엔진’을 말한다. ‘다운사이징’이라고 하니 사람들이 ‘사이즈가 준’ 데에만 집착하는 기류이 있어 ‘라이트사이징’이라 불렀다. ‘옳은 방향성’이라는 의미 부여는 덤이다. 
이 모델은 기존 1.5터보 엔진 모델을 대체한다. 작아진 엔진으로 인제스피디움의 레이싱 트랙을 몇 바퀴 돌았다. 엔진음에서는 힘든 기색이 가려지지 않았다. 인제스피디움은 산의 경사면을 그대로 살려 설계했기 때문에 레이싱 트랙임에도 불구하고 언덕길이 많다. 언덕길을 오를 때면 엔진이 있는 힘껏 기합을 넣었다. 그런데 힘들어 하는 건 엔진음뿐이었다. 전장 4,935mm의 작지 않은 차체가 가파른 경사로를 가뿐하게 치고 올랐다. 
효율성을 중시했으니 연비도 자랑해야 한다. 전 트림에 스톱앤드스타트(Stop&Start) 시스템도 기본으로 갖추다 보니 복합연비는 14.2km/l를 따냈다. 국내 가솔린 중형모델로는 최초로 복합 연비 2등급을 획득했다. 제 3종 저공해 차량 인증을 받아 공영주차장 할인 같은 친환경 혜택을 누릴 수 있다. 배기량이 적으니 세제 혜택도 쏠쏠하다.
디젤 모델은 유럽에서 개발한 1.6리터 CDTi 디젤 엔진이 실렸다. 쉐보레의 중형 SUV ‘이쿼녹스’에 장착 된 그 엔진이다. 사실 트랙 주행에서 좀 놀랐다. 이쿼녹스에서는 왠지 답답했던 이 엔진이 말리부와는 궁합이 맞아 떨어졌다. 최고출력 136마력과 최대토크 32.6kg.m의 동력성능이 말리부를 꽤나 자유롭게 했다. 시류에 역행하는 디젤 엔진이라는 점만 빼면, 움직임은 매력 있었다. 유럽에서 위스퍼 디젤(Whisper Diesel) 이라는 별명을 얻은 이유를 알만했다. 디젤 모델이라는 인스트럭터의 설명이 없었더라면 1.35 터보와 헷갈릴 뻔했다. 연비도 15.3km/l나 되니 경제성도 좋다.
▲은근한 주인공 2.0터보
시승단이 서울 잠실에서 인제 스피디움까지 이동할 때 탄 ‘더 뉴 말리부 2.0 터보’는 이날 행사의 은근한 주인공이었다. 귀가길에 2.0 터보를 시승한 한 기자는 “한국지엠이 왜 가장 긴 시승코스에 2.0 터보를 배정했는 지 알겠다”고 말했다.
‘2.0 터보’는 디자인 변화만 있다고 했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았다. 서스펜션 세팅이 달라져 있었다. 스포츠 세단을 표방해도 무방할 정도였다. 엔진만 보면 당연히 퍼포먼스 세단이 되었어야 할 2.0 터보다. 같은 엔진이 아메리칸 레이싱 머신 카마로(Camaro)와 캐딜락(Cadillac) CTS, ATS에 그대로 실려 있다.
‘2.0 터보’가 퍼포먼스를 강화할 수 있는 배경에는 1.35 터보의 등장이 있었다. 조용하고 부드러운 패밀리 세단과 운전의 즐거움을 추구할 트림을 완전히 구분해 버렸다. 1.35 터보가 부드러워진 만큼 2.0 터보는 더 강해져 있었다. 한국지엠의 신영식 부사장이 쇼케이스 모두에 한 발언이 생각난다. “우리나라의 중형 세단은 과거 중년 세대가 패밀리카로 타던 차였다. 하지만 요즘을 구매층을 분석해 보면 10명 중 4명이 30대다. 젊은이들이 선호하는 차급으로 달라졌다.” 2.0 터보의 재발견이 나올 수 있었던 우리나라 자동차시장의 트렌드 변화다.
2.0리터 직분사 터보 엔진은 최고출력 253마력, 최대토크 36.0kg.m의 폭발적인 성능을 발휘한다. 우리나라 자동차 소비자들이 갈구하는 9단변속기는 아쉽게도 실리지 않았다. 국내에서 생산하는 3세대 6단 자동변속기가 장착 됐다. 최적의 변속 타이밍으로 최고 출력 260마력까지 대응하는 능력을 갖춘 변속기라고 한다.
안전성능이 강화 된 것은 칭찬할 만했다. 더 뉴 말리부는 무릎 에어백 2개가 추가 돼 10개 에어백을 기본으로 탑재했다. 지능형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 저속 및 고속 자동 긴급 제동시스템, 사각지대 경고시스템, 후측방 경고시스템, 차선 이탈 경고 및 차선 유지 보조시스템, 전방 보행자 감지 및 제동 시스템, 전방 충돌 경고 시스템 등 첨단 능동 안전 시스템을 채택, 레이더, 광학 카메라, 초음파 감지기 등 총 17개의 카메라 및 센서를 통해 360도 전방위 안전을 책임지게 한 것도 바람직하다. 애플 카플레이나 안드로이드 오토와 연동 된다는 것은 스마트하다.
신형 말리부의 가격은 E-Turbo LS 2,345만원, LS 디럭스 2,461만원, LT 2,566만원, LT 디럭스2,741만원, 프리미어 2,845만원, 프리미어 프라임 세이프티 3,125만원, 퍼펙트 블랙 프리미어 2,930만원, 퍼펙트 블랙 프라임 세이프티 3,210만원이며, 2.0 터보 모델은 LT 스페셜 3,022만원, 프리미어 스페셜 3,249만원, 퍼펙트 블랙 3,279만원이며, 1.6 디젤은 LT 2,936만원, 프리미엄 3,195만원이다. (전 모델 자동변속기 기본) /100c@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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