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기] 기아차 ‘K3 GT’, “빠른 만큼 보수적인 그 것”
OSEN 강희수 기자
발행 2018.11.23 09: 55

 핸들링은 묵직했고, 가속페달은 고무줄처럼 가벼우면서 탄력 있었다. 앞모습은 날아갈 듯 날렵했지만, 뒷모습은 못 담을 게 없을 듯 풍성했다. 기아자동차의 퍼포먼스 지향 도심형 준중형 ‘K3 GT’가 준 인상이다.
형제 집안의 같은 차급 아반떼는 ‘아반떼 스포츠’인데, K3는 왜 GT가 붙었는지도 해독(?)이 됐다. 22일, 기아자동차 국내영업본부가 경기도 파주 출판단지에 베이스캠프를 차린 미디어 시승회, 그 곳에서 보여준 ‘K3 GT’의 특장점들은 꽤나 인상적이었다.
시승코스부터가 속 시원했다. 보통 왕복 80km 정도를 탔던 게 현대기아차의 시승 패턴이었는데, 이번에는 그 두 배 거리의 코스가 잡혔다. 파주 출판단지를 출발해 자유로와 서울외곽순환도로를 거쳐 경기도 남양주를 왕복하는, 주행거리가 154km에 달하는 코스였다. 달리는 맛이 남다른 차, ‘K3 GT’의 콘셉트 그대로였다.

시승차들은 고삐 풀린 망아지처럼 도시 고속도로를 질주했다. 스포츠 주행을 하기에 이만한 사이즈의 차도 없다. 운전자가 원하는 대로 움직임이 발랄하다. 솔직히 가족을 태우고 싶은 생각은 들지 않았다. 차와 운전자만 폐쇄적 교감을 나누며 도로를 희롱하고 싶었다. 
스포츠 주행에 걸맞게 핸들링은 저속에서부터 묵직했다. 고속에서는 힘이 더 뻣뻣하게 들어간다. 모든 트림에 기본 장착 된 ‘차로 이탈방지 보조장치(LKA)’는 기아차의 그 어느 모델보다 더 고집스러웠다. 차선 이탈만 막아주는 게 아니라, 양 차선의 중앙을 유지하려는 능력을 갖추다 보니 차선 이탈과 관계없이, 날쌘 주행의 거의 모든 구간에서 개입을 한다. 안전이 최상인 고속주행에서는 많이 믿음직스럽다. 경우에 따라선 차의 간섭이 심하다고 꾸짖을 사람도 있을 법했다. 
전방 충돌방지 보조(FCA) 장치가 신속하게 작동하는 상황과도 맞닥뜨렸다. 빠른 속도로 달리던 앞차가 갑자기 속도를 줄이자 운전자가 대비한 수준보다 더 강하게(보수적으로) 브레이크를 잡았다. 
고무줄 같은 액셀은 7단 DCT와 죽이 짝짝 맞았다. 발을 가볍게 눌러도 액셀은 깊숙이 움직인다. 7단으로 달리던 DCT는 액셀의 깊이에 맞춰 5단으로, 6단으로 시시각각 시프트한다. 연료 추가 공급에 맞춰 듀얼클러치가 특유의 민첩성을 발휘하는 게 눈에 보인다.
‘K3 GT’의 주행모드 통합제어 시스템에서는 독특한 점도 찾을 수 있다. 버튼으로 선택할 수 있는 모드 전환에는 특이하게 스포츠 모드가 없다. 대신 ‘에코’ ‘컴포트’ ‘스마트’가 있다. 스마트 모드가 그 바쁘고 민감한 일을 알아서 하고 있었다. 가속기의 깊이에 따라 능동적으로 기어를 변속하며 대응하는데, 변화의 폭이 7단에서 4단까지 오르내리기도 했다.
그렇다면 우리가 알던 일반적인 스포츠 모드는 어디로 갔을까? 변속기를 운전자 쪽으로 잡아당기면 수동모드로 전환하는데, 그 때 비로소 ‘스포츠 모드’라는 사인이 나온다. 수동변속기 조작에 익숙한 이들에게만 허가 된 ‘스포츠 모드’였지만 이 모드가 K3 GT의 ‘스마트 모드’보다 더 민첩하기는 쉽지 않아 보였다.
최고출력 204마력, 최대토크 27.0kgf·m을 뽑아내는1.6리터 GDi 터보엔진은 급가속시 순간적으로 토크량을 높여 가속력을 끌어 올리는 오버부스트를 지원한다. 배기 사운드도 전자적으로 만들어져 나온다. 드라이브 모드별로 ‘전자식 사운드 제너레이터(ESG)’의 주행음이 다르게 세팅 돼 운전자에게 전달 되는데, 도심 주행에 알맞게 점잖은 편이다. 주변을 놀라게 하는 민폐 걱정은 안 해도 되는데, 심장까지 자극하기를 기대했던 이들에게는 모자람도 있어 보였다.
디자인은 K3 일반 모델에다 ‘GT’임을 티내는 요소들이 곳곳에 숨어 있었다. 전면부에는 GT엠블럼이 달렸고, 라디에이터 그릴 안쪽 가로대를 빨간색으로 처리해 ‘레드 포인트’로 삼았다. 18인치 휠 가운데 KIA 엠블럼도 오각형 레드 포인트로 둘러싸고 있었고, 실내에도 곳곳에 GT 로고와 레드 포인트가 배치 돼 있다. 패들시프트, D컷 스티어링 휠, 알로이 페달, 양 옆구리를 깊이 파고드는 볼스터 등이 ‘스포츠 지향’임을 웅변했다.
눈길 끄는 디자인 하나는 5도어 모델이다. 트렁크 공간을 뒷좌석 실내와 연결시킨 5도어 모델은 실용성은 물론이고, 디자인 측면에서도 상당한 안정감을 주고 있었다. 일단 트렁크 용량은 평상시에는 428리터지만 6:4로 분할 되는 뒷좌석을 접으면 광활한 적재 공간이 확보 된다. 더불어 패스트백 디자인은 의외로 풍성한 안정감을 줬다. 앞쪽에서 내달리는 K3 GT의 뒷면은 준중형차라고는 믿기기 않을 만큼 풍성하고 듬직해 보였다. K3에 ‘스포츠’가 아닌 ‘GT’가 붙은 이유는 스포츠로 형용할 수 없는 그 이상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7단 DCT가 훌륭히 제 몫을 해내는 K3 GT 5도어 모델의 공인 연비는 1리터당 12.1km다. 퍼포먼스 테스트 위주의 고속 주행으로 편도 77km를 내달렸더니 11.5km/ℓ가 트립 컴퓨터에 찍혔다.
K3 GT의 가격은 ▲4도어 GT Basic(M/T) 1,993만  원, GT Basic 2,170만원 GT Plus 2,425만 원 ▲5도어 GT Basic 2,224만 원, GT Plus 2,464만 원이다. 미디어 시승에 동원 된 5도어 GT 플러스의 풀옵션 가격은 2,970만 원이다. /100c@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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