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야구사 재발견](2)한국 최초 야구기사는 1906년 『황성신문』 ‘타구성회(打球盛會)’

[한국야구사 재발견](2)한국 최초 야구기사는...
1898년에 창간된 『황성신문(皇城新聞)』(1898년 9월 5일~1910년 9월 15일)과 1904년에...


1898년에 창간된 『황성신문(皇城新聞)』(1898년 9월 5일~1910년 9월 15일)과 1904년에 창간된『대한매일신보(大韓每日新報)』(1904년 7월 18일~1910년 8월 28일) 같은 신문들이 ‘운동 기사’를 본격적으로 다루기 시작한 것은 1900년대 초반이었다.

그 시절에는 경성(서울)이나 평양, 개성 등지의 도회지에서는 관립이나 사립학교들이 따로, 또는 모여서(연합) 운동회를 열었다. 당시 신문기사를 살펴보면, ‘각학교운동회성황(各學校運動會 盛況)’,(『황성신문』 1907년 4월 29일치), 이나 ‘관사립학교 추계연합대운동회(官私立學校 秋季聯合大運動會)’(『황성신문』 1907년 10월 23일치) 따위 제목을 붙여 4, 5줄 안팎의 짧은 기사로 보도를 했던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

1904년에 미국인 선교사 필립 질레트가 조선 땅에 야구를 보급하기 시작한 이후 일반 운동회 기사가 아닌 야구 기사가 신문지상에 등장한 것은 『황성신문』이 1906년 2월 17일치에 ‘타구성회(打球盛會)’라는 제목으로 보도한 것이 최초였다.

여태껏 최초 야구기사는 1907년(날짜 미상) 『황성신문』이 ‘휘승청패(徽勝靑敗)’라는 제목으로 실었던 휘문의숙과 황성기독청년회의 야구경기 기사로 알려져 있었으나 최근 동아일보사 신문박물관 주연우 연구원의 도움으로 『황성신문』에서 ‘타구성회(打球盛會)’ 기사를 찾아내게 됐다.

‘타구성회(打球盛會)’ 기사에는 야구(野球)가 ‘타구(打球)’로 표기돼 있다. 그 내용은 “皇城基督靑年會會員과 德語學校學徒가 馬東山에서 一大打球會를 設行하얐는데 德語學校가 三次를 勝하고 又同土曜日에도 二次를 勝하얐다더라.”는 세로로 5줄짜리 기사였다.

풀이하자면, ‘황성기독청년 팀과 덕어(독일어)학교 팀이 마동산에서 야구를 했는데, 덕어학교가 3점차, 2점차로 연달아 이겼다’는 내용이다. 이 기사에는 경기일자가 명확하게 드러나지 않고 점수도 단순히 ‘점수 차이’만 표기를 해 알 수 없다. 다만 1906년 2월 17일자(토요일)로 발행된 신문에 실린 것으로 미루어 그 무렵에 경기가 열렸다는 것을 짐작할 수 있을 뿐이다. 한국야구사에서는 이 경기를 조선 땅 최초 공식야구경기로 간주하고 있다. 이 기사에 나오는 경기 장소 마동산(馬東山)은 동대문 인근의 옛 훈련원 부근으로 추정된다.


『황성신문』은 1898년 9월 5일 남궁억(南宮檍)의 주도로 국한문혼용체로 창간된 신문이다. 지면의 기사배치가 대한제국시대의 다른 신문과 거의 마찬가지로 논설, 별보(別報), 관보, 잡보(雜報), 외보(外報), 광고 등으로 구성돼 있다. 『황성신문』은 1910년 8월 29일 한·일 강제병합으로 신문제호가 『한성신문(漢城新聞)』으로 바뀌어 1910년 8월 30일자부터 9월 14일 (제3470호)까지 발행되다가 폐간됐다.

그렇다면, 왜 여태껏 조선 최초의 야구기사가 『황성신문』의 1907년 ‘휘승청패(徽勝靑敗)’로 전해져 왔을까. 이는 동아일보 기자 시절 일장기말살사건의 주역으로 우리나라 체육기자 선구자였던 이길용(李吉用. 1899~?)과 1922년에 미국메이저리그 선발팀을 최초로 조선 땅에 초빙했던 이원용(李源容. 1896~1971)의 기술(記述)에만 의존했기 때문이다.

이길용은 동아일보에 14회(1930년 4월 2~16일)에 걸쳐 연재했던 ‘조선야구사’ 가운데 2회(1930년 4월 3일)째 ‘儆新의 發興-그 다음엔 徽文의 躍起’ 제하의 기사에서 ‘청년회군(YMCA를 일컬음)이 한 번은 휘문군에 패하여 큰 코 다친 일이 있다. 당시 皇城新聞에는 徽勝靑敗라고, 지금 몇 호 활자에 해당할지 모르겠으나 어쨌든 넉자 제목 아래 간단히 상승을 뽐내던 청년회군이 패전한 것을 보도하였으니 이것이 조선에서 신문에 기록이라고 할런지 여하튼 운동에 관한 기사를 게재하기는 최초의 일이었다.’고 밝혔다.

야구선수 출신으로 조선일보 기자를 역임했던 이원용(李源容. 1896~1971)도 월간 잡지 『신태양』 1956년 6월호에 게재했던 ‘야구반세기(野球半世紀)의 야화(野話)-짚신 신고 야구하던 시절의 이야기’」에 이어 그가 직접 편찬했던 한국야구 최초 공인야구규칙서인 『야구규칙(野球規則)』(1956년 10월 10일, 대한야구협회 발행) 안에 ‘휘승청패’를 이길용과 마찬가지로 조선 최초의 스포츠 기사로 단정 지었다.

이원용의 글은 “YMCA가 항상 우승하다가 일차 휘문의숙에 패배 당한 일이 있었다. 그 결과 당시 서울에서 발행하던 황성신문에 ‘휘승청패(徽勝靑敗)’하는 1단 제목 하에 10여 행에 불과 하는 사회면 기사로 보도한 일이 있었다.”고 돼 있다. ( 『신태양』 1956년 6월호)

흔히 ‘조선 최초의 스포츠 기사’로 인용되곤 했던 이 기사조차 사실이 아닐 가능성이 크다. 사실을 규명하기 위해 한국언론진흥재단이 구축해놓은 『황성신문』 등 옛 신문을 전수조사 했다. 야구는 물론 스포츠 관련 기사를 검색해 본 결과 유감스럽게도 『황성신문』에서는 ‘휘승청패(徽勝靑敗)’를 확인할 수 없었다.

『황성신문』에 야구(野球) 또는 야구(野毬) 기사가 빈번하게 등장하는 것은 1909년과 1910년 사이다. ‘野毬’ 표기가 7번, ‘野球’가 6번이다. 가장 먼저 실린 기사는 이 신문 1909년 7월 22일치 ‘野毬團運動歌’였다. ‘野毬團運動歌’는 같은 해 『대한매일신보』 7월 24일치에 ‘소년남자가(少年男子歌)’라는 제목으로 실렸는데 그 기사 끄트머리에는 ‘우(右)는 한인야구단용창가(韓人野球團用唱歌)’로 명기해 놓았다.

『황성신문』에 실려 있는 야구관련 기사는 ‘野毬團運動歌’(1909년 7월 22일. 1면 5단. 잡보), ‘留學界活動’(1909년 7월 23일. 2면 1단. 논설), ‘爲設午餐’(1909년 7월 24일. 3면 2단. 잡보), ‘野毬運動盛況’(1909년 7월 25일. 1면 3단. 잡보), ‘五學會歡迎’(1909년 7월 25일. 3면 1단. 잡보), ‘우校選手歸國’(1909년 10월 10일. 2면 2단. 電報), ‘兩校의 野球練習’(1910년 1월 29일. 2면 5단. 잡보), ‘兩學校野球競技’(1910년 2월 25일. 2면 4단. 잡보), ‘高校得勝’(1910년 2월 27일. 2면 6단. 잡보), ‘野毬競爭’(1910년 5월 12일. 2면 6단. 잡보), ‘留學生得勝’(1910년 7월 27일. 2면 5단. 잡보) 등이다.

그 내용은 대부분 황성기독청년회(흔히 청년회로 표기)와 관립한성학교(경기고 전신), 일본유학생들의 방문경기 등에 관한 것이다.

제목 표기가 ‘휘승청패’가 아닌 ‘청패휘승(靑敗徽勝)’으로 진 팀(YMCA)을 이긴 팀(휘문의숙) 앞에 놓은 기사는 『매일신보』 1911년 11월 12일치에 나타난다. 『황성신문』의 야구 기사와는 달리 『매일신보』의 ‘청패휘승(靑敗徽勝)’ 기사는 심판 이름과 점수까지 명기돼 있다.

그 기사의 원문은 “거(去) 7일 하오 3시에 훈련원에서 청년회와 휘문의숙이 야구경쟁을 행하얏는데 공정한 현동순(玄東洵) 씨의 심판으로 17점 대 8점으로 휘문의숙이 득승(得勝) 하얏더라.”는 것이다.

1911년 11월 7일 훈련원에서 휘문의숙이 YMCA와 야구경기를 벌여 17-8로 이겼다는 내용이다. 현동순은 1904년 미국인 선교사 필립 질레트가 처음으로 야구를 가르쳤던 황성기독청년회(YMCA) 회원들 중 한 명으로 투수 출신이다. 현동순은 질레트의 스케이트를 물려받아 탄 한국 최초의 스케이터로도 알려져 있는 인물이다.

『매일신보』는 1904년 7월 18일 영국인 베델(Ernes Thomas Bethell. 한국이름 배설(裵說)을 발행인 겸 편집인, 양기탁이 총무로 창간했던 한말의 대표적인 민족지였던 『대한매일신보』를 일제가 사들여 국권침탈 직후인 1910년 8월 30일부터 ‘대한’ 두 자를 떼고 개제해 발행했던 신문이다.

글/ 홍윤표 OSEN 선임기자

사진/ 1906년 2월 17일치 『황성신문』에 실린 ‘타구성회(打球盛會)’ 기사 부분(한국언론진흥재단 이미지 인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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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11-23 0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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