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환(30·두산)이 MVP를 수상했지만 환하게 웃지 못했다.
김재환은 19일 서울 강남구 역삼동 르메르디앙 서울에서 열린 '2018 신한은행 MY CAR KBO 시상식'에서 동료 투수 조쉬 린드블럼을 제치고 MVP를 수상했다. 기자단 투표에서 김재환은 총점 487점 받아 1위에 올랐고 린드블럼은 367점을 받았다.
김재환은 최고의 한 해를 보냈다. 139경기에서 타율 3할3푼4리, 44홈런 133타점 104득점 OPS(출루율+장타율) 1.062를 기록하며 정확성과 장타력 모두 겸비한 타자로 팀의 정규시즌 우승을 이끌었다. 홈런, 타점 1위의 성적이기도 하다. 아울러 KBO리그 최초 3할-30홈런-100타점-100득점 기록도 달성했다.
곱지 않은 시선도 있었다. 2011년 말 금지약물 복용 사실이 밝혀지면서 김재환의 활약에는 '약물 꼬리표'가 항상 따라붙었다. 이날 역시 김재환은 수상의 기쁨보다는 미안함과 사죄의 뜻을 밝혔다.
김재환은 수상 소감에서 "내가 또 짊어져야할 책임같은 것들도 무겁게 가지고 남은 인생 좀 더 성실하고 좋은 모습만 보일 수 있도록 하겠다. 많은 분들이 응원해주시는데, 누가 되지 않도록 좋은 모습만 보일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기자회견에서도 김재환은 "매일 그날을 후회한다"라며 "정말 성실한 모습을 보이겠다"고 다짐했다. 다음은 김재환의 일문일답.
- MVP를 예상은 하고 있지 않았나.
▲ 다른 후보들이 이야기 해주기는 했는데, 벙벙한 기분이었다.
- 2008년 입단해 2018년에 MVP를 받았다. 지난 11년을 돌아보면 어떤 생각이 드나.
▲ 정말 입단할 때부터 팀에 감독님이나 코치님들께서 도움을 정말 많이 주셨다. 도움을 주신것에 비해 내가 너무 어렸던 것 같다. 마음적으로 준비도 안된 것 같다. 그랬던 분이 계셔서 지금 좋은 상을 받을 수 있었던 것 같다.
- 수상 소감에서 '짊어진 책임'이라는 말을 했다.
▲ 극복해야겠다는 말보다는 앞으로 얼마만큼 내가 더 좋은 생활을 하고 성실하게 하는 것이 야구장에서 플레이를 하고 밖에서 생활을 잘하는 것이 그게 더 좋은 모습이지 않을까 싶다.
- 생애 최고의 날인데, 수상 소감으로 먼저 꺼내는 것이 용기가 필요했을 것 같다.
▲ 워낙 이야기가 많으니 그것을 무시하면 안된다고 생각했다. 좀 더 모든 사람과의 약속 의미에서 이야기를 먼저 했던 것 같다.
- 골든 글러브와 지금은 느낌이 어떻게 다른가
▲긴장이 되서 좋은지는 모르겠다.
- 울컥한 것 같다.
▲ 나보다는 나를 바라보는 가족들 때문에 감정이 올라왔던 것 같다.
- 인터넷에 올라온 곱지 않은 시선 때문에 가족도 고생이 많았을 것 같다.
▲ 많이 본다. 걱정이 안되지는 않는다.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앞으로의 모습이다.
- 부상으로 받은 차량은 기부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 만약에 받는다면 기부할 생각을 하고 있었다. 받을 지 안 받을지는 모르지만, 주위에서 이야기해주니까 받는다면 그렇게 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내가 팬분들이나 주위에서 고마운 분들이 많았다. 응원도 많이 해주시고, 나도 받은 것에 베풀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 박병호와 김현수와 같은 테이블에 앉았다. 그동안 경쟁자라고 이야기하면 부담스러워했었는데, 오늘 기분은 어땠나.
▲ 솔직히 아직 병호형, 현수형과 경쟁이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오랜만에 얼굴본 기분이었다.
- 동료들에게 고마움을 전했다. 혹시 마음속의 MVP가 있다면.
▲너무 많다. 투수 쪽에서도 많고, 야수쪽에서도 경기 후에 늦은 시간까지 연습해줬다. 그 선수들이 있어서 내가 조금 더 기록이 좋아진 것 같다.
- 수많은 노력을 했는데, 가장 힘들었던 노력은 무엇인가.
▲ 결혼이다. 결혼을 해서 후회한다는 것이 아니다. 너무나 힘들게 결혼을 했다. 정말 무모하게 결혼을 했고, 정말 상상하지 못할 정도로 무모했다. 인생의 가장 중요한 선택인데, (아내가) 믿고 도와줬다. 지금이야 잘 지내지만, 아무래도 그 순간이 가장 힘들었던 것 같다. 우리 부부의 스토리가 있다.
- (금지 약물이) 한 번의 실수인데 후회했을 것 같다.
▲ 지금도 후회를 하고 있고, 하루도 안빠지고 후회를 했던 것 같다. 앞으로의 인생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 사실 그 부분 때문에 인정해주지 않는 팬도 있다.
▲ 야구장에 오는 팬분들이 있어서 내가 존재한다고 생각한다. 그렇기 때문에 그런 이야기는 감수하고 내가 앞으로 그 분들에게도 더욱 실망스러운 모습 보이고 싶지 않다.
- 야구적으로 힘들었던 부분은.
▲ 오히려 개인적으로 최근 3년인 것 같다. 3년 정도가 물론 야구는 잘됐지만, 정말 바깥 생활도 절제하고 그리고 안 좋은 이야기도 있었다.
- 월요일 휴식일에도 안쉰다고 했는데.
▲16년 시즌 때부터 그랬던 것 같다. 가족이 생겼으니 당장 그 애들을 먹여 살려야 하니까, 야구를 그만두려고 했다. 그 애들 먹여 살려야하니까 1년 만 아무것도 하지 않고 야구를 해보자고 생각을 했다. 그렇게 쉬지 않고 했는데, 좋은 결과가 있었따. 그게 나만의 루틴이라고 생각한다. 그게 꾸준히 나오는것 같다. 아내보다도 어머니들이 존경스럽다. 아내에게 고맙고, 많이 도와줘야겠다는 생각을 많이 했던 것 같다.
[사진] 역삼동=지형준 기자 jpnews@osen.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