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광현이 누린 특권 '헹가래 투수'…오승환 최다 5회
OSEN 이상학 기자
발행 2018.11.14 06: 09

투수라면 누구나 한국시리즈 우승 순간 마운드에 서고 싶은 꿈이 있다. 우승이 확정되면 마운드에 있는 투수를 중심으로 세리머니가 펼쳐진다. 일본에선 우승 순간 대미를 장식하는 투수를 '도아게(どうあげ) 투수', 우리말로는 헹가래 투수라고 부르며 특별한 의미를 둔다. 
지난 12일 잠실구장에서 연장 13회말 SK의 우승이 확정된 순간, 마운드에는 김광현(30)이 있었다. 이날 경기 전 트레이 힐만 SK 감독은 "특별한 상황이 되면 쓸 것이다"며 에이스 김광현에 대한 예우를 예고했다. 지난 4차전 선발 후 이틀밖에 쉬지 못했지만, 불펜 대기를 자청하며 우승 순간을 준비했다. 실제로 마지막 순간 김광현에게 기회가 왔고, 멋지게 마무리했다. 
김광현 개인적으로는 두 번째 헹가래 투수 경험이었다. 첫 번째는 지난 2010년 대구시민구장에서 열린 삼성과 한국시리즈 4차전으로 당시 8회 구원 투입됐다. 1점을 내주긴 했지만 마지막 아웃카운트 5개를 책임지며 세이브를 올렸다. 우승 확정 순간 마운드로 달려오는 대선배 포수 박경완에게 모자를 벗고 허리 숙여 인사하던 모습이 지금까지도 회자되고 있다. 

올해까지 총 36차례 한국시리즈 우승 헹가래 투수를 경험한 선수는 25명. 대부분 팀을 대표하는 에이스 또는 마무리투수들이 영광을 누렸다. 
삼성 왕조의 '끝판왕' 오승환이 역대 가장 많은 5차례 헹가래 투수 경험이 있다. 2005·2006·2011·2012·2013년 삼성의 우승 순간에는 늘 오승환이 마운드를 지켰다. 세이브가 아닌 상황이 3차례 있었지만 당시 선동렬·류중일 감독은 마무리 오승환에게 우승 확정 순간을 맡기며 최고 투수를 예우했다. 
KBO리그 역대 최고 왕조 해태의 우승 순간에는 '국보급 투수' 선동렬이 자주 있었다. 오승환 다음으로 많은 4차례 헹가래 투수가 됐다. 1986·1989·1991·1993년 해태의 우승 순간 마운드에서 포효했다. 1993년을 제외한 나머지 3차례 우승 때 보직은 선발이었지만 우승 확정 경기에선 마무리로 출격했다. 
그 다음으로 정민태가 있다. 1998년과 2003년 현대가 우승을 이룬 순간 정민태가 마운드에 우뚝 섰다. 1998년 마무리로 투입돼 우승을 완성했고, 2003년에는 최종 7차전 완봉승으로 시작부터 끝까지 책임졌다. 우승 확정 경기에서 완봉승으로 헹가래 투수가 된 건 정민태가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남아있다. 
이외 해태·KIA에서 이상윤·김정수·문희수·이대진·김상진·양현종, OB·두산에서 박철순·권명철·진필중·이현승·이용찬, SK에서 정대현·채병용, 롯데에서 최동원·박동희, LG에서 정삼흠·김용수,  현대에서 임선동·조용준, 한화에서 구대성, 삼성에서 임창용이 한 차례씩 헹가래 투수를 경험했다. 외인 투수는 아직 없다. /waw@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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