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윤표의 휘뚜루 마뚜루]경찰야구단 사태에 침묵하는 선수협, 존재의 이유를 묻는다
OSEN 홍윤표 기자
발행 2018.11.09 13: 20

쥐 죽은 듯이 조용하다. 자신들의 이익과 결부된 일이라면 눈에 쌍심지를 켜고 툭하면 성명서를 발표하곤 했던 야구단체들이 마치 ‘침묵은 금’이라는 듯 경찰야구단 문제에 대해서는 수수방관으로 일관하고 있다.
어찌 보면 경찰야구단 문제야말로 야구후배들의 미래가 걸린 큰 일인데도, 선수들의 권익옹호에 앞장서야할 프로야구선수협회나 은퇴한 선배들의 모임인 일구회, 은퇴선수협회 등이 하나같이 외면, 입을 꾹 다물고 있다.
야구단체들과는 대조적으로 축구는 아산무궁화축구단 해체와 관련, 11월 2일 서울 종로구 효자동 청와대 앞 분수광장에 홍명보, 최용수, 김병지, 송종국 등 예전의 대표출신 인사들을 포함 300여명이 모여 아산무궁화축구단 존속을 호소하는 시위를 벌였다.

경찰청이 2023년까지 의경제도 전면폐지의 일환으로 한국프로축구연맹에 선수선발을 더 이상 하지 않겠다는 통보를 함에 따라 무궁화축구단이 전면 해체 위기에 놓이자 선배들이 발 벗고 나선 것이다. 야구도 축구와 마찬가지로 KBO가 경찰야구단 선수 모집 중단을 통보받았으나 야구계는 ‘나 몰라라’ 뒷짐을 지고 있다.
KBO는 그 동안 정운찬 총재, 장윤호 사무총장이 수차례 경찰청장을 비롯한 관계자들에게 2020년 도쿄올림픽 때까지 만이라도 야구단 존속을 설득했지만 별무신통이었다. 그에 따라 지난 11월 1일에는 국무총리실 산하 국무조정위원회를 통해 ‘상무를 통한 추가선발 후 경찰야구단 파견 배치’ 검토를 요청하기에 이르렀다.
사실 경찰야구단은 박용오 총재(작고)와 이상국 총장 시절, 정부 요로에 호소해 선수들의 병역을 합법적으로 해결하기 위한 방안으로 지난 2005년 12월에 창단됐다. 야구단 운영비용은 KBO가 전액 지원해 왔다. 연간 예산은 10억 원 가량으로 알려져 있다.
경찰야구단은 그동안 프로야구 선수들의 ‘재활과 재기’의 요람으로 작용, 최형우, 안치홍(이상 KIA 타이거즈), 양의지, 박건우(이상 두산 베어스) 같은 선수들이 대선수로 거듭나 국가대표로도 뛸 수 있었던 발판이 됐다. 유승안 전 한화 이글스 감독이 사령탑을 맡고 있는 경찰야구단은 올해까지 8년 연속 퓨처스리그 우승을 차지하는 등 그 순기능이 대단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야구인은 “축구는 하다못해 선배들이 나서서 시위라도 하는데, 우리는 선수협이나 일구회, 은선협 같은 단체가 도대체 꿀 먹은 벙어리 마냥 가만히 있다. 말 잘한다는 야구해설자들도 해설 때 한마디라도 거든 적이 없다”면서 “너무 한심스럽다. 앞으로 이들을 야구인이라고 부르지도 말아야한다”고 노골적으로 분노를 표시했다.
현재 경찰야구단에는 올해 17명이 제대한 뒤 20명이 남아 있다. 이 선수로는 2019년에 퓨처스리그에 계속 참가할 수 있을 지 의문이다.
유승안 감독은 “선수야 투수 9명을 포함해 20명이 있다지만 30%는 몸이 온전치 않다. 구단들이 몸이 안 좋은 선수들을 보내기도 했고, 부상당한 선수도 있다.”면서 “어찌 됐든 내년 시즌에도 퓨처스리그에 참가는 해야겠지만 그야말로 ‘죽자 사자’ 해야 한다. 그렇게 되면 ‘웃기는 야구’를 할 수밖에 없다”면서 한숨을 내쉬었다. 무리를 시키면 부상 위험이 그만큼 커지기 때문에 유 감독의 고뇌는 깊어지고 있다.
현역 선수들의 현안 해결에 집중해야할 프로야구선수협회는 현재 10개 구단 대표선수들이 이사진을 구성한 집단지도 체제다. 회장이 공석이어서 실무책임자인 김선웅 사무총장이 책임 있는 결정을 내리기 쉽지 않은 구조다. 그래서인지 경찰야구단 문제도 진작부터 수면 위로 떠올랐지만 선수협은 그저 뒷전에서 바라만 보고 있다.
KBO 관계자는 “그동안 경찰청과 서울지방경찰청에 수차례 요청을 했지만 완강한 반대에 부딪혔다. 국가정책이라니까 어쩔 수 없었다. 상무야구단은 올해 14명을 선발하는데 추가로 10명을 더 선발해주면 경찰야구단에 파견하는 식으로 배정한다면, 우선은 퓨처스리그를 유지할 수 있다. 그래서 국무조정실에 검토를 요청했다.”고 밝혔다.
경찰청의 벽에 막힌 KBO가 현실적인 대안으로 국방부를 통한 우회 전략을 세워 경찰야구단 문제 해결을 모색하고는 있으나 아직 답은 오지 않았다.
KBO는 “최형우, 양의지, 박건우, 민병헌, 안치홍, 임찬규 같은 선수들이 경찰야구단을 거쳐 국가대표로 국위도 선양하고 전성기를 맞고 있다. 그들이 경찰야구단을 거치지 않았다면 경력 단절로 인해 그 같은 경쟁력을 갖출 수 있었겠는가”라고 반문하면서 “2023년에 의경제도를 폐지하게 된다면, 2021년에 마지막으로 의경을 선발하게 되는데, 야구단은 2020년 도쿄올림픽 때까지 만이라도 유지할 수 있게 올해 30명을 뽑아주셨으면 좋겠다.”고 호소했다. ‘30명’은 내년에 20명이 제대한 뒤에도 야구단을 운영할 수 있는 최소 인원이다.
야구계가 과연 ‘발등에 떨어진 불’을 끌 수 있을까. 이슈화에도 실패한 경찰야구단 문제는 도쿄올림픽에 ‘디펜딩 챔피언’으로 나서야하는 한국야구가 안고 있는 큰 숙제중의 하나다.
/홍윤표 OSEN 선임기자

Copyright ⓒ OSEN.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