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하다, 독해" SK도 박수 보낸 넥센의 가을 질주
OSEN 이종서 기자
발행 2018.11.03 06: 28

"정말 존경한다는 말을 하고 싶다."
넥센 히어로즈가 길었던 가을 여정을 마쳤다. 넥센은 2일 인천 SK 행복드림구장에서 열린 '2018 신한은행 MY CAR KBO리그 포스트시즌' SK 와이번스와의 플레이오프 5차전에서 연장 10회 승부 끝 10-11로 패배했다.
올 시즌 넥센은 정규 시즌을 4위로 마쳤다. 가을야구 티켓을 잡았지만, 와일드카드 결정전부터 치러야하는 험난한 길이 앞에 펼쳐졌다.

매 경기 접전으로 진행되면서 쉽지 않은 길이었지만 넥센은 차례로 상대를 제압해 나갔다. 와일드카드 결정전에서 KIA 타이거즈를 잡았고, 준플레이오프에서는 3위 한화 이글스를 누르고 플레이오프 진출 티켓을 따냈다.
지칠 법도 했지만 넥센의 기세는 대단했다. SK와의 플레이오프에서 1,2차전을 모두 내줬지만, 3,4차전 승자가 되면서 승부를 5차전까지 끌고 갔다.
한국시리즈 진출을 가리는 5차전. 넥센은 6회초 임병욱의 적시타와 상대의 폭투 등으로 3-0으로 앞서 나갔다. 그러나 6회말 제이미 로맥에게 스리런 홈런을 맞은 뒤 최항에게 싹쓸이 3타점 적시타까지 내줬다. 이후에도 실점이 꾸준히 나왔고 결국 마지막 9회초를 남기고는 4-9로 점수가 벌어져 있었다.
패색이 짙었지만 넥센은 끝까지 SK를 괴롭혔다. 9회초 선두타자 김민성의 안타 뒤 고종욱과 허정협이 차례로 범타로 물러났다. 넥센에게 남은 아웃카운트는 단 한 개에 불과했다. 그러나 김하성과 송성문의 2루타로 2점을 붙은 넥센은 서건창 타석에서 상대 실책에 득점을 올리는 행운을 얻었다. 점수가 좁혀지면서 분위기를 타기 시작한 넥센은 결국 박병호의 투런 홈런으로 9-9 동점을 만들기에 이르렀다.
넥센은 10회초 한 점을 더하면서 KBO리그 최초로 와일드카드 결정전에서 한국시리즈 진출까지 일궈낸 팀이 되는 듯 했다. 그러나 마지막 순간 홈런 두 방을 잇달아 맞으면서 경기를 내줬다. 넥센의 신바람 났던 가을 행진이 끝나는 순간이었다.
경기는 내줬지만, 끝까지 치열한 승부로 명장면을 만든 상대 SK도 넥센의 힘에 감탄했다. 경기를 마친 뒤 힐만 감독은 승리를 이끈 선수에게 고마움을 전한 뒤 넥센을 향해서도 "감사하다는 말을 전하고 싶다. 정말 멋진 팀"이라며 "끝까지 싸우고 포기하지 않는 모습은 상대 팀 입장에서도 보기 좋았다. 장정석 감독과 브랜든 나이트 투수코치에게 존경을 표하고 싶다. 넥센은 정말 훌륭한 팀이었다"고 경의를 표했다.
선수들 역시 넥센의 저력에 박수를 보냈다. 김강민은 "정말 싫어지려고 한다. 너무 잘해서 그렇다"라고 운을 떼며 "우리가 떨어지고 넥센이 올라가도 되겠다 싶을 정도로 잘했다"고 이야기했다. 이어서 "와일드카드부터 이렇게 온 것 자체가 정말 대단한 팀이다. 정말 좋은 선수들이다. 웬만해선 인정하고 싶지 않은데 그렇다. 돌이켜 생각해봐도 정말 지금까지 그렇게 포스트시즌을 해봤지만 이런 경기는 다시 안 나올 것 같다"라며 "넥센은 정말 대단한 팀이다. 존경을 표하고 싶다"고 이야기했다.
한국시리즈 확정 홈런을 친 한동민 역시 넥센 이야기에 "정말 피곤한 팀이다. 잠을 제대로 자게 냅두지 않은 팀"이라고 혀를 내둘렀다. 한동민은 "1차전 들어가기 전에 100kg 초반인데 5kg가 빠졌다"라며 "드라큘라처럼 쪽쪽 빨아먹는 팀"이라며 힘겨웠던 넥센전을 되돌아봤다.
한편 넥센 장정석 감독도 힘든 일정을 소화해준 선수들에게 고마움을 전했다. 장정석 감독은 "(오늘 패배가) 아쉽지 않다. 어떤 상황이든, 어떤 선택이든 내가 한 것이다. 그 상황과 선택을 받은 선수들은 최선을 다했다. 정말 상상 못할 경기를 했다. 우리 선수들에게 정말 고맙다는 말을 하고 싶다"라며 "포스트시즌 10경기를 하면서 모든 순간들이 자랑스럽고 대견스러웠다. 젊은 선수들로 구성된 팀이라 이 10경기가 내년과 내후년, 앞으로 선수들의 생활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 생각한다. 정말 값진 시간을 보냈다"고 2018년 마지막 경기 소감을 전했다. /bellstop@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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