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뷔 20주년·8년만 정규” 다크해진 박기영의 새로운 변화 [종합]
OSEN 지민경 기자
발행 2018.10.15 17: 18

 “자주적이면서 외압 없는 앨범”
15일 오후 서울 행당동 엔터식스 한양대점 메두사홀에서는 박기영 정규 8집 쇼케이스가 열렸다.
박기영의 정규 8집 ‘리:플레이’(Re:Play)는 무려 8년 만에 발표하는 정규 앨범으로 대부분의 곡을 박기영이 작사, 작곡, 프로듀싱 하며 완성도를 높였다.

이날 8년 만에 정규 8집 ‘리:플레이’(Re:Play)를 발매하는 박기영은 감회가 남다를 것 같다는 말에 “제가 2010년에 7집 앨범을 냈었는데 그 때 작업하면서 이 앨범을 내고 나서 다시 정규 앨범을 작업할 수 있을까라는 생각을 했었다. 언제 나올지 장담을 하지 못했다. 여러 가지 사건을 계기로 큰 공백이 생기고 뮤지션으로서의 삶이 중지 됐다. 그 때 당시에는 다시는 음반활동을 하지 못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때는 음악 활동을 하는 것처럼 육아에 몰입했다. 그러다 아이가 크고 제 시간이 생기면서 그 안에 움트고 있던 제 본질이 나오기 시작했다”고 밝혔다.
이어 “오랫동안 앨범활동을 하지 않아서 박기영이라는 이름으로 정규앨범을 내기까지 오래 걸렸다. 사계 프로젝트를 하면서 용기를 얻게 됐고 이제는 들어주길 바라면서 앨범을 내는 것이 아니라 어차피 다 듣지 못할 테니 정말 하고 싶은 것을 할 수 있는 가장 좋을 때가 아닌가 싶었다. 하나씩 작업한 결과물이 모여 앨범을 만들게 됐다”고 전했다.
총 10곡이 실린 이번 앨범의 타이틀곡은 ‘아이 개이브 유’(I gave you)로, 박기영이 직접 작사, 작곡했으며 데뷔 후 처음 시도하는 일렉트로니카 장르와 블루스를 결합한 곡이다. 차디찬 건반과 나른한 블루스에 실리는 노랫말로 끝 간 데 없는 절망을 표현한 박기영은 그간 쉽게 들을 수 없었던 새로운 목소리를 들려준다.
그는 타이틀곡에 대해 “대중음악의 기본이 되고 탄생시켰던 장르가 블루스인데 한의 정서가 기본적이다. 밤부터 아침까지의 이야기를 쭉 서술한 내용을 담았고 지치고 힘든 사람이 자신의 이야기를 굉장히 사실적으로 말하고 있다. 그런 것이 블루스 정서에 가장 적합한 표현이 아닌가 싶었다. 아름답게 포장하려고 하지 않고. 그런 가사와 장르 조합에 가장 신경 썼던 것이 편곡이다. 일렉트로닉 음악의 편곡 장르를 선택해서 제가 가지고 있는 음악 장르를 접목 시켰다”고 설명했다.
이번 앨범은 그간 박기영의 앨범에서 들을 수 있던 기존의 밝고 상큼한 요소들이 완전히 사라지고 어둠과 절망과 고통 슬픔의 감정들이 담겼다. 또한 사랑과 관련된 가사보다는 직설적이고 표현의 수위가 높은 가사들이 눈에 띄는 등 큰 변화가 엿보인다.
박기영은 “박기영 하면 어쿠스틱이 정설처럼 있었는데 이번에 그것을 파괴한 것이 가장 큰 변화인 것 같다”며 “분노와 고통, 기쁨과 환희를 날 것 그대로 전하고 싶었다. 제가 힙합 뮤지션이 아니라 라임을 맞춰서 하지는 못하지만 제가 할 수 있는 리드미컬한 경고를 주고 싶었다. 삶은 사실 고통이다. 나는 행복해라고 거짓말 하고 싶지 않았다”고 밝혔다.
특히 가장 강렬한 분노와 증오의 감정을 담은 ‘STOP’이라는 곡에 대해서는 “종교의 역할을 하지 못하는 대형 교회들의 그런 사태들을 지켜보면서 뮤지션으로서 할 말이 있는 데 이걸 뭔가 음악으로 이야기하고 싶었다. 너무나 많은 사회적 약자들이 기득권에게 무너지는 것을 보면서 많은 생각을 했다. 이것을 외면하고 동떨어져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 전직 대통령이 될 수도 있고 이익만을 쫓는 기업들을 지칭하는 곡이다. 가깝게는 개인적으로 욕하고 싶은 사람들을 겨냥하는 곡”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가수로서 대중성을 놓기란 쉽지 않은 일. 박기영은 이에 대해 “대중성을 간과하지는 않는다. 음반 시장이 싱글화되고 간직하고 소장하는 시대는 지났다고 생각한다. 음원을 소비하는 시대로 완벽하게 넘어왔는데 어떻게 이걸 듣게 하느냐에 집중하면 답이 안 나온다”며 “제가 어떻게 할 수 있는 건 아니다. 내가 들어달라고 애원할 것이냐, 내 주체적인 것들을 담아서 이번 기회에 하고 싶은 것을 다 할 것이냐의 선택이었다. 8장의 앨범 중 외압 없이 제 의견대로 만들어진 것은 5집 앨범과 이번 8집 앨범 두 장이었다. 자주적이면서 외압이 없는 앨범이다. 대중성이란 것을 놓고 봤을 때 트렌드에 민감하기 때문에 사운드를 미니멀하게 갔고 EDM이라는 장르도 가지고 온 것”이라고 밝혔다.
또한 올해로 데뷔 20주년을 맞은 박기영은 “20년이라는 시간은 아이가 성인이 될 때까지의 시간이다. 정말 많은 일들이 있을 텐데 몸도 못 가누고 눈도 잘 못 뜨고 그런 아이가 태어나서 어른이 되어 하나의 인격체가 되기까지의 과정이 순탄하고 안전할 수만은 없다. 그런 의미에서 본다면 제 20년은 그 20년이라는 삶에 올곧이 집중하고 그 과정들을 피하려고 하지 않고 하나 하나 밟으면서 지나온 시간들이 아닌가 싶다. 앞으로의 20년은 이제 방법을 알았으니 음악에만 집중할 수 있는 20년이 될 수 있을 것 같다”는 소감을 전했다. /mk3244@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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