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질 국감-청탁금지법 무관, SUN의 상처는 누구의 잘못인가

저질 국감-청탁금지법 무관, SUN의 상처는...
[OSEN=한용섭 기자]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이 끝난 지 한 달이 지났다. 선동렬 야구 대표팀 감독은...


[OSEN=한용섭 기자]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이 끝난 지 한 달이 지났다. 선동렬 야구 대표팀 감독은 금메달을 따고 돌아왔지만, 한 달 동안 죄인 마냥 시간을 보냈다.

청탁금지법 위반 의심으로 국민권익위원회에 신고를 당했고, 국정감사에 불려나가 호통과 면박을 당했다. 선수 시절 '국보'로 불렸던 선 감독의 명예는 큰 생채기가 났다. 한국 야구를 대표하는 그가 받았을 마음의 상처는 이루 짐작하기 힘들 정도다.

선 감독은 대표팀을 선발하면서 군 입대가 임박한 군 미필 선수(오지환, 박해민)를 뽑았다는 이유로 대회 전부터 비난을 받았다. 금메달 획득으로 미필 선수들이 병역 혜택을 받자, 비난 여론은 거세졌다. 그런데 개별 선수에 대한 호불호, 대표팀 엔트리 구성에 대한 찬반 의견은 다양하기 마련이다.

선 감독은 대회를 앞두고 오지환, 박해민의 선발에 대해 "백업으로 활용하려고 뽑았다. 성적을 우선 기준으로 발탁했다"고 짧게 설명했다. '병역'은 우리 사회에서 가장 민감한 사안이다. 상대적 박탈감으로 인해 선 감독의 대표팀 구성이 정서적으로 비난 받을 순 있어도, 법을 위반하거나 비리가 있는 것은 아니다.

오지환은 선발 당시 유격수 부문에서 WAR 2위였다. 실책(10개)은 주전 김하성과 3개 차이였다. 과거 대회마다 유격수는 2명씩 뽑혔다. 2008년 베이징올림픽(박진만, 손시헌), 2010년 광저우아시안게임(손시헌, 강정호), 2014년 인천아시안게임(강정호, 김상수). 박해민은 중견수로서 공격력과 WAR은 낮았지만, 대수비와 대주자 역할이었다. 단기전에서 결정적인 도루나 수비는 무시하지 못할 요인이다.

25명의 엔트리를 모두 홈런타자로 꾸리지 않고, 포지션별로 공격력, 수비력 등을 안배하기 마련이다. 대표팀 감독이 구상하는 전술과 전략에 따라 반드시 필요한 주전을 뽑고, 백업과 벤치 멤버를 차선책으로 선발한다. 그리고 결과에 책임을 지는 것이다.

금메달을 획득했지만, 프로가 아닌 실업야구 선수들이 출전한 홍콩, 대만, 일본과의 경기에서 실망스런 경기를 보인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스포츠에서 100% 승리는 없다. 항상 변수가 생기고, 약팀이라도 단판 승부에서는 강팀을 이길 수도 있다. 우여곡절 끝에 최상의 결과를 달성했으나, 돌아온 것은 특정 선수의 병역 혜택을 향한 비난 여론이었다. 성과주의에만 매달려 팬, 국민들과 소통을 제대로 하지 못했고, 병역 혜택에 관해 정서적인 공감대에 소홀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거기까지다. '촛불 여론'으로 대통령을 바꾼 우리 사회는 좋은 의미든 나쁜 의미든 여론에 민감하다. 그러다 보니 팩트에 기반한 올바른 여론이 아닌 '아니면 말고' 식의 여론 선동도 있다.

한국청렴운동본부는 9월 중순 "일부 병역 미필 선수들을 대표팀으로 선발한 것은 부정한 청탁에 따른 위법행위로 의심된다"며 선동렬 감독을 국민권익위원회에 청탁금지법 위반으로 신고했다. 그러나 어떤 증거도 없었다. 그냥 비난 여론에 편승에 막연하게 의심된다는 것. 결국 권익위는 "선 감독은 청탁금지법 적용 대상인 '공무수행 사인(私人·민간인)'에 해당하지 않는다"며 사건을 종결했다.

여론을 이용해 인지도를 노린 국회의원도 덩달아 나섰다.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는 선 감독을 국정감사 증인으로 채택, 스포츠 행정가가 아닌 스포츠 지도자로는 최초로 선 감독을 증인대에 세웠다.

10일 열린 국정감사는 한마디로 '촌극'이었다. '대표팀 선발 과정에서 청탁과 비리가 있었나'는 본질을 벗어난 질문, 2017년 성적을 놓고 A와 B 중에서 선택을 강요하는 질문, 선수 선발과 무관한 연봉, 확인되지 않은 판공비 등 자극적인 질문을 쏟아내며 호통쳤다. 대기업 총수들을 불러내 창피주기식 국감의 판박이었다.

손혜원 의원은 "그 우승이 뭐 그렇게 어려운 우승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2억원 연봉을)너무 편하게 일하면서 많이 받는다. 너무 편한 전임 감독 아닌가"라며 선 감독은 물론 야구계 전체를 모독하고 비꼬았다. TV 중계의 상세한 화면과 리플레이, 한번에 5경기를 모두 체크하려는 TV 관전을 이해하지 못하는 '야알못'을 드러내기도 했다. 전가의 보도인양 '적폐 세력'이라고 흥분하며 "사과하시든지 사퇴하시든지 하라"고 목소리만 높였다. 국감 이후 손 의원은 되려 수준 낮은 질문과 준비되지 않은 '정치쇼'로 거센 역풍을 받고 있다.

최순실의 태블릿 PC 같은 확실한 물증도 없으면서 선 감독을 국감 증인으로 출석시켜 수모를 안긴 국회의원들은 야구팬들에게 사과해야 마땅하다. 다른 의도를 갖고, 자극적인 댓글 여론에 중심을 잡지 못한 일부 언론도 책임이 있다.

지난 4일 기자회견에서 "어떠한 청탁도, 불법행위도 없었다"고 해명한 선 감독은 10일 국감에서도 같은 발언과 설명을 되풀이했다. 더불어 "(병역 혜택을 두고) 청년들의 마음을 헤아리지 못해서 죄송하다"고 거듭 사과했다. 더 이상 선 감독을 무대 위 삐에로로 만들어선 안 된다. /orange@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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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10-12 06: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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