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 연속 100실책’ SK 수비, 또 풀지 못한 숙제
OSEN 김태우 기자
발행 2018.09.21 06: 00

강팀이 되려면, 특히 단기전에서 성과를 거두기 위해서는 수비가 강해야 한다. ‘지키는 야구’의 초석이기 때문이다. SK는 그 기본적인 숙제를 풀지 못하고 있다. 3년 연속 100실책은 이를 적나라하게 상징한다.
SK는 20일 인천SK행복드림구장에서 열린 한화와의 경기에서 2-8로 완패했다. 사실 매일 타격이 잘 될 수는 없다. 공격이 풀리지 않은 것은 그렇다 칠 수 있다. 그러나 실책이 3개나 나온 것은 납득하기 어려웠다. SK의 올 시즌 6번째 3실책 이상 경기. 더군다나 그 실책 중 2개가 직접적인 실책으로 연결되며 실점과 자책점의 차이를 만들었다.
이날 경기 전까지 98개의 실책을 기록 중이던 SK는 3개를 추가해 100개를 넘겼다. 올 시즌 리그에서 가장 빨리 100실책에 도달한 팀이라는 불명예를 안았다. 더 심각한 것은 매년 되풀이되는 연례행사로 자리 잡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 SK는 2016년과 2017년에도 100개 이상의 실책을 기록했다. 3년 연속 100실책이라는, 하위권 팀에서나 볼 수 있는 불명예 기록을 떠안았다.

수비력 보완이라는 팀의 지상과제가 말뿐인 구호라는 것이 여실히 드러났다. 근래 들어 SK의 마무리캠프와 전지훈련에서 ‘수비’라는 키워드는 항상 상위에 있었다. 매년 “열심히 보완했다”고 했고, 매년 “수비 부분에서 성과가 있었다”고 했다. 그러나 막상 뚜껑을 열면 그렇지 않았다. 기본적인 부분에서부터 실책이 터져 나왔고, 그 실책이 경기를 그르치는 원흉이 되는 경우가 잦았다.
두 가지 이유가 뽑힌다. 기본적으로 드래프트 때부터 수비보다는 공격에 초점을 맞춘 픽을 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수비보다는 일단 치는 것을 우선시했다는 것이다. 최근 몇 년간 투수 쪽에 초점을 맞춘 전략을 짜다 보니 상대적으로 야수 충원이 소홀했고, 그 한정된 지명권을 아무래도 공격에 썼다는 시각이 있다. “타격은 재능이지만, 수비는 훈련을 통해 어느 정도 보완이 가능하다”는 막연한 기대감이 있었던 것이 아니냐는 비판이 나온다.
한편으로는 수비적인 부분을 조련할 수 있는 매뉴얼 또한 부족했다는 의견도 나온다. 그간 여러 코치들이 수비 조련에 힘을 썼지만, 끝내 효과를 보지 못한 것은 선수들의 기량 문제는 물론 “무엇을 어떻게 효율적으로 가르쳤나”는 문제에서 자유롭지 못하다는 평가가 불가피하다. "우리 팀의 수비는 계속 나아지고 있다"며 매번 외부의 시선을 정면 반박하곤 했던 트레이 힐만 감독부터가 안일했다는 비판도 있다. 구단 내부에서조차 “선수들의 기본기가 부족하다”는 자성의 목소리가 적지 않다.
물론 지금도 노력은 계속되고 있다. 수비 전술과 훈련에 일가견이 있는 염경엽 단장이 직접 선수들의 수비 훈련 매뉴얼을 짰다. 근래 들어 2군 선수들을 대상으로 시행 중이다. 비디오 촬영을 통해 모든 구단 관계자들이 확인할 수 있도록 구성했다. 염 단장도 거의 매일 올라오는 영상을 본다. 적응에 시간이 걸리겠지만, 기본기부터 착실하게 다지고 있다. 문제는 지금 뛰는 1군 선수들이다. 이런 체계적인 훈련을 시즌 중 하기는 불가능하다. 지금으로서는 차분하게, 집중력 있게 실책을 최소화하는 것밖에는 방법이 없다.
시즌이 끝나면 마무리캠프에서 또 한 번의 수비 강훈련이 기다린다. 박승욱 최항 강승호 등 내야 자원들이 집중적인 관리 대상이 될 전망이다. 그러나 한 달은 짧다. 이처럼 문제점이 뻔히 보이면서도 또 내년을 기약해야 하는 답답한 도돌이표가 계속 이어지고 있음은 분명하다. 이 악순환을 끊지 못하면 그들이 원하는 궁극적인 성과, 즉 한국시리즈 우승은 불가능하다. 느슨하게 움직이면 내년 이맘때 또 이런 비판이 기다릴지 모른다. 그렇게 되면 그 자체로 무능이라는 비판을 피할 길이 없어진다. 현장, 프런트 다 마찬가지다. /skullboy@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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