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수살인' 김윤석 vs 주지훈, 美친 열연이 재현한 실화극(종합)[Oh!쎈 현장]
OSEN 김보라 기자
발행 2018.09.13 19: 19

 김윤석과 주지훈을 믿고 봐도 좋을 것 같다. 각각 형사, 살인범을 연기한 두 사람이 마치 공을 주고받듯 강약이 조절된 컬래버레이션 연기를 보여줬다. 누가 더 튀어보이거나 모자라지 않아 생생한 리얼리티가 느껴진다.
13일 오후 서울 메가박스 코엑스에서 영화 ‘암수살인’(감독 김태균, 제공배급 쇼박스, 제작 필름295 블러썸픽처스)의 언론배급시사회가 진행됐다. 이 자리에는 형사 김형민 역의 김윤석, 수감된 살인범 강태오 역의 주지훈, 각본 연출을 맡은 김태균 감독이 참석했다.
‘암수살인’은 어떻게 이런 살인사건이 벌어졌을까라는 의문을 가질법할 정도로 드라마틱한 실제 범죄 사건을 모티프로 한다. 김태균 감독이 2012년 가을, 우연히 SBS ‘그것이 알고 싶다’의 한 에피소드를 접하면서 시작했다.

방송 다음날 취재를 위해 무작정 부산으로 내려간 김 감독은 실제 주인공인 김정수 형사를 만나 범행의 흔적이 남아있는 사건 현장으로 향했다고 한다. 5년 간 끈질기게 이어진 꼼꼼한 취재 끝에 마침내 영화를 완성했다. 한국영화에서 그동안 다뤄지지 않았던 암수범죄를 그렸다.
암수범죄는 실제 범죄 사건이 발생했지만 용의자 및 피해자의 신원파악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공식 통계에 집계되지 않은 범죄 사건을 말한다.
곽경택 감독과 각본을 집필하고 연출한 김태균 감독은 “실화를 바탕으로 모티프를 받아서 영화를 진행하는 것에 부담이 있었지만, 차별점을 두려고 했다”며 “스스로 특징을 둔 게 암수살인이었다. 형사는 피해자가 누구인지 진실이 증명되는 역수사 방식을 통해 범인을 찾으려 한다. 기존 장르 영화와 달리 피해자에 초점을 맞추는 방식이다. 범죄 도구 등 참혹한 것들을 담지 않으려고 했다. 장르적으로 다른 영화를 만들려고 했다”고 연출 방향을 밝혔다.
이날 주지훈은 “탄탄한 시나리오가 좋았다. 김윤석 선배님이 먼저 캐스팅돼 있었는데 그에 대한 믿음이 있어서 하게 됐다”며 “무엇보다 기존의 형사물, 범죄 드라마와 다른 결을 느꼈다. 장르 드라마의 쾌감이나 스피디한 전개가 없었기에 양날의 검이라고 느꼈다. 내가 잘 할 수 있을까 싶었지만 강태오라는 강렬한 캐릭터를 하고 싶었다”고 출연을 결정한 이유를 밝혔다.
김윤석은 “김형민 형사가 마지막 사건을 짚어나가는 연기를 했을 때, 주지훈 씨가 연기하는 표정을 보면서 굉장히 마음이 아팠다”며 "공부도 잘했던 태오가 어떻게 그렇게 살인자가 됐는지 미묘하게 슬프기도 했다. 주지훈이 무서운 살인마연기를 했지만 어떤 때는 천사 같은 모습을 보기도 했다. 주지훈이 인상 깊은 연기를 보여준 거 같다”고 극찬했다.
살인마 강태오를 연기한 주지훈은 “김윤석 선배님의 눈빛과 감정 연기를 잊을 수 없다”며 “오늘 완성된 영화를 처음 봤는데 그 때의 감정이 떠오른다. 되게 인상 깊은 연기를 보여주셨다”고 말했다.
강태오 캐릭터에 대해 “제가 메이크업을 안했다. 살을 뺀 것도 아닌데, 다크서클 때문에 살이 빠졌나보다(웃음)”라며 “머리가 짧은 게 대본에 적혀 있었지만 그게 삭발은 아니었다. 감독님께 삭발을 해보면 어떠냐고 여쭤 봤다. 감독님도 삭발을 원하셨다고 하더라. 꿍짝이 잘 맞아서 신속하게 이뤄진 거 같다. 많은 변화를 주기보다 변곡점을 주는 게 나을 거 같았다”고 캐릭터를 분석하고 표현한 과정을 전했다.
주지훈은 사이코패스나 살인마가 아닌, 감정조차 불가능해 도저히 속을 알 수 없는 희대의 살인범 강태오 캐릭터를 자신만의 스타일로 완성했다.
이어 김윤석은 “형사물이라는 점에서 ‘추격자’와 비교될 거 같다”며 “그땐 전직 형사고 이번에는 현직 형사다. 당시 (하정우와 저의 추격이)UFC 같았다면 이번엔 테니스 같다. 하지만 속으론 강렬하게 UFC를 하고 있었을 거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저는 ’암수살인’에서 했던 형사가 가장 마음에 든다. 이런 형사가 실제로도 주변에 있었으면 좋겠다”며 “폭발적으로 끓어오르는 형사가 아니라 느리더라도 천천히, 진실을 추구해가는 모습이 마음에 들었다. 지금까지 했던 형사 캐릭터들 중에 가장 마음에 든다”고 만족감을 드러냈다.
김윤석은 범인에 대한 분노보다 억울하게 살인범의 손에 죽어간 피해자들에 대한 연민과 공감을 가진 형사 캐릭터를 만들었다.
주지훈은 “김윤석 선배에 대한 존경심과 두려움이 동시에 있었다. 근데 촬영장에서 뵈니 예상과 달리 마치 카스테라처럼 부드럽고 친근하셨다”며 “선배님과 함께 한 조각 한 조각 장면을 만들어가는 재미가 있었다"고 했다.
그러면서 그는 “강태오가 감방 안에서 생활하는 모습, 감옥 안에서 센 척을 하기 위해 금품이나 물건을 요구하는 걸 흥미롭게 봤다”며 “그 부분을 디테일하게 만져서 자세히 가려고도 했다. 하지만 호흡이 빠르게 달려가다 보니 세심한 준비가 필요 없을 거 같았다. 모든 것은 현장에서 나오는 대로 맡긴 거 같다”고 설명했다.
형사의 집념, 살인범의 광기를 밀도 있게 담아낸 ‘암수살인’은 분노나 신파 없이도 인간적인 울림을 선사하며 깊은 공감을 던진다. 10월 3일 개봉./ purplish@osen.co.kr
[사진]  박재만 기자 pjmpp@osen.co.kr

Copyright ⓒ OSEN.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