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아차 ‘올 뉴 K3’, 정면돌파한 ‘둘째’의 선택은 옳았다

기아차 ‘올 뉴 K3’, 정면돌파한 ‘둘째’의...
[OSEN=강희수 기자] 이 녀석은 영락없는 둘째다. 싹싹하고 바지런함을 타고 났지만 그로 인해 자신은 늘 피곤하다....


[OSEN=강희수 기자] 이 녀석은 영락없는 둘째다. 싹싹하고 바지런함을 타고 났지만 그로 인해 자신은 늘 피곤하다. 맏이는 첫째로 태어나 대우받고, 막내는 아직 어려 보살핌을 받지만 둘째는 온갖 심부름으로 녹초가 돼도 정작 돌아오는 건 흔한 타박이다.

‘준중형.’ 그 이름만으로 얼마나 어중간한 존재인지 알 수 있다. 중형에 준하지만 중형은 아닌 차. 수직 계열의 조직 문화가 횡행하던 시절, 아래로 신경 쓰고 위로 눈치 보던 딱 둘째 같은 세그먼트가 준중형이다.

숙명처럼 ‘SUV 득세’가 촉발한 뭇매도 맨 먼저 맞았다. 세단의 위기가 마치 제 탓인 양 온몸으로 받아냈다. 성급한 비평가들이 ‘준중형 사망 선고’를 꺼내려 할 바로 그 무렵, 이 녀석은 보기 좋게 재기에 성공한다. 이 또한 영락없는 둘째의 모습이다. 바지런하고 싹싹한 둘째치고 제 할 몫 못하는 친구를 본 적이 없다. 그 어떤 형제, 자매보다도 사회성이 뛰어나고 가정적이다.

올 초 출시 된 기아자동차 ‘올 뉴 K3’가 주목 받고 있다. 가장 한국적인 세그먼트 ‘준중형’의 위기를 슬기롭게 극복하고 있다. 저물어 가는 시대적 소명에 연연하지 않고 좀더 도전적인 곳에서 존재의 이유를 찾은 덕분이다.


‘올 뉴 K3’의 존재감은 신차가 출시 되고 시장에 풀리기 시작한 3월 판매 실적부터 두드러지게 나타난다. 2월 1,975대 팔렸던 ‘올 뉴 K3’는 3월 5,085대로 수직상승 한다. 여세를 몰아 4월에는 6,925대로 정점을 찍고 5월 5,024대, 6월 4,074대로 상향 안정기를 맞았다.

이후 구조적 요인으로 7월 3,583대, 8월 2,668대로 주춤하고 있지만 여기에는 수요가 하강해서가 아니라 내수/수출의 공급 균형을 맞춰야 하는 기아차 내부 사정이 있었다. 국내뿐만 아니라 해외에서도 ‘올 뉴 K3’에 대한 수요가 늘어나면서 국내 물량을 무한정 늘릴 수가 없다. 월 7,500대의 생산 케파(production capacity)에서 국내 공급분을 3,000대 수준으로 조정해야 하는 속사정이 있다. 이 때문에 해외 영업부문과 국내 영업부문이 물량 확보를 위해 줄다리기를 하고 있다는 소식도 들린다.

‘올 뉴 K3’는 화성공장에서 생산 되는데 기아차 라인업에서 특히 인기가 많은 쏘렌토, 모하비, 니로도 모두 이 곳에서 만들어진다. K3만을 위해 케파를 획기적으로 늘릴 수도 없는 실정이다. 3,000대 이하로 떨어진 8월 실적은 8월 단체교섭 과정에서 발생한 부분 파업 여파가 컸다.

국내 수요측면에서 보면 대기열이 월 5,000대 수준으로 쌓여 있다. 오늘 당장 계약해도 차량 인도까지는 6주 이상이 걸린다. 월간 판매 실적이 보여주는 그 이상의 메시지가 ‘올 뉴 K3’에 있다.


▲디자인, 헤리티지를 얻다

지난 2월 출시 된 ‘올 뉴 K3’의 디자인을 보고 깜짝 놀란 사람들이 여럿이다. 업계 한 켠에선 준중형의 종말을 예고하고 있는데 ‘올 뉴 K3’의 디자인은 오히려 더 공격적이었다. “이래도 나한테 관심을 안 보일 테야?”라는 무언의 시위였다. 헤드라이트는 방사형 디자인으로 사방을 비추는 빛의 속성을 형상화 했고, 라디에이터 그릴 하단의 인테이크 그릴과 좌우 방향지시등 아래 배치 된 동굴 같은 에어커튼은 입체감으로 작용해 아담한 사이즈의 K3를 훨씬 커 보이게 했다.

가장 큰 매력은 옆 라인에서 나온다. 실내 공간 배치의 한계로 인해 그 동안 금기시 됐던 쿠페형 실루엣이 준중형 차급에서 시도 됐다. 뒷좌석 공간조차 버릴 수 있었다는 건 ‘올 뉴 K3’의 아이덴티티의 혁신적 변화로 손꼽힌다. 쿠페형 실루엣의 옆구리는 살아 움직이는 듯한 면처리로 채워져 저중심의 안정감과 입체감을 높였다.

완성도 높은 ‘올 뉴 K3’ 디자인은 어디에서 나왔을까? 헤리티지다. 이제 겨우 2세대를 지났지만 ‘올 뉴 K3’는 1세대 K3의 디자인 요소들을 충실히 계승하고 있다. K3는 현대기아차의 디자인 거장 피터 슈라이어가 K시리즈 디자인을 정립하는 과정에서 원형을 가장 잘 보존한 모델이다. ‘올 뉴 K3’는 피터 슈라이어에 의해 정립 된 원형이 2세대로 진화한 산물이다.


몇 해전 재규어 브랜드의 디자인 총괄 디렉터 이안 칼럼은 우리나라의 자동차 디자인 꿈나무들 앞에서 이런 얘기를 했다. “내 디자인의 원천은 재규어 디자인의 헤리티지다”라고. 자동차 디자인계의 세계적 권위자가 “전통의 가치를 살려 재해석 할 수 있는 헤리티지가 있었다는 게 나에겐 행복이었다. 헤리티지를 중시한다는 것은 단순히 카피한다는 의미가 아니다”고 말했다.

헤리티지가 없는 디자인은 신차가 나올 때마다 ‘달라’ 보이도록 열심이지만 헤리티지가 정립 된 디자인은 ‘닮아’ 보이게 주력한다. ‘올 뉴 K3’의 디자인은 원형을 버리지 않아 한층 완성도를 높일 수 있었다.

▲’윗분 눈치보는 패밀리카’를 떨치다

‘올 뉴 K3’가 쿠페 실루엣을 채택했다는 것은 준중형 차의 구실이 달아졌다는 의미다. ‘올 뉴 K3’ 이전의 준중형은 가정을 꾸려 이제 막 식구를 늘려가는 신혼초의 부부용이었다. 아이가 생기니 좀더 넓은 공간이 필요하지만 사회적 위치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는 이들에게 준중형은 최적의 선택이었다.


하지만 이제 그 역은 SUV에 넘기면 된다. 아니, 넘길 수밖에 없게 됐다. 세계적인 SUV 대세의 흐름은 우리나라 자동차 시장에서도 도도해졌다.

‘윗분 눈치보는 패밀리카’를 떨치니 ‘올 뉴 K3’에 자유가 허용 됐다. 뒷좌석 공간쯤은 손해를 보더라도 운전자의 만족도가 더 중요해졌다. ‘올 뉴 K3’는 그 점을 놓치지 않았다.

▲준중형이 아니다. 자유요 개성이다

2세대 K3, ‘올 뉴 K3’는 낀 세대 차급을 과감히 떨치고자 했다. 상품의 콘셉트를 바꾸니 소비자층이 달라졌다. 종전(2017년) 20대가 18.2%이던 연령대별 구매 비중이 신형은 32.3%로 높아졌다. 30대는 17.7%에서 20.9%로 늘어났다. 반면 40, 50대는 53.4%에서 39.3%로 줄었다.

요즘 20, 30대가 아이가 생겨서 준중형을 찾을 리는 없다. 결혼조차 하지 않은 이들이 태반인데 패밀리카가 무슨 소용이랴. 그들에겐 개성과 자유만이 선택의 기준일 뿐이다.


‘스마트스트림 G1.6’ 가솔린 엔진과 짝을 이룬 ‘스마트스트림 IVT(Intelligent Variable Transmission)’ 변속기는 젊은 그들에게 또 다른 자유를 부여했다. 공인 복합연비 15.2km/ℓ(15인치 타이어 기준)인 이 차는 최근 기아자동차가 마련한 ‘올 뉴 K3 생활연비 최강자 선발대회’에서 놀라운 수치를 기록했다. 연비왕에 뽑힌 주인공이 보여준 수치는 무려 31.2km/ℓ였다.

집에서 바지런 떨던 둘째는 사회로 나오면 그 어떤 형제 자매보다 빠르고 높이 인정 받는다. 아래 위로 낀 처지에서 존재감을 확보하기 위해 터득한 습성이 사회에서 요구하는 강력한 적응력이 됐다. ‘올 뉴 K3’ 이전의 준중형이 가정에서의 둘째였다면, 이후의 준중형은 가치를 인정받은 사회인으로서의 둘째는 아닐까? 준중형 세그먼트의 새로운 패러다임이다. /100c@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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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9-06 07: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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