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흥민은 연장 그리고 우승 직후에도 끝까지 김학범호 캡틴이었다 [AG]
OSEN 이균재 기자
발행 2018.09.02 05: 55

손흥민(26, 토트넘)은 끝까지 김학범호의 주장이었다.
김학범 감독이 이끄는 아시안게임 남자 축구대표팀은 지난 1일(한국시간) 밤 인도네시아 보고르 파칸사리 스타디움서 열린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남자 축구 결승전서 일본과 연장 혈투 끝에 2-1로 승리했다. 연장 전반 3분 이승우(헬라스 베로나)의 천금 선제골과 연장 전반 11분 황희찬(함부르크)의 결승골을 더해 금메달을 확정지었다.
한국 축구 역사의 한 페이지를 장식한 날이었다. 김학범호는 아시안게임 사상 첫 2연패의 위업을 달성했다. 1970년 방콕(버마와 공동우승), 1978년 방콕(북한과 공동우승), 1986년 서울, 2014년 인천 대회에 이어 통산 5번째 정상에 올랐다. 이란과 함께 나눠가졌던 역대 최다(4회) 우승국 칭호도 독차지했다. 두 차례 원정 공동우승을 넘어 첫 원정 단독우승의 전리품도 안았다.

'캡틴' 손흥민의 공헌이 있었기에 가능한 성과였다. 손흥민은 이번 대회서 '주인공'이 아닌 '조연'을 자처했다. 골은 키르기스스탄과 조별리그 3차전 1골이 전부였다. 남다른 헌신으로 부족한 득점을 메웠다. 손흥민은 토너먼트서 황의조(감바 오사카)의 결정적인 골을 연이어 도왔다. 결승전서도 이승우와 황희찬의 2골을 모두 어시스트하며 특급 조력자로서 빛났다.
손흥민은 주장 소임도 200% 해냈다. 그라운드 밖에서는 강렬한 메시지로 선수들을 일깨웠다. 피치 안에서는 말보다는 행동으로 솔선수범했다. 때로는 채찍으로, 때로는 당근으로 흔들리는 김학범호를 이끌었다. 손흥민의 '캡틴 아우라'는 말레이시아전 '반둥 참사'를 겪은 선수들의 안일함을 바꿔놓았다. 
손흥민은 연장 혈투 때도, 금메달을 목에 건 뒤에도 끝까지 캡틴이었다. 연장 전반 3분 이승우의 선제골 장면이 상징적이다. 박스 안 손흥민의 오른발 슈팅 타이밍에 이승우가 왼발을 갖다 대 열리지 않던 일본의 골망을 흔들었다. 공격수로서 충분히 욕심을 낼 법한 상황이었다. 손흥민의 의외의 대답 속에 캡틴의 품격이 드러났다. "승우가 '나와 나와' 해서 빨리 비켜줬다. 승우가 더 좋은 자리에 있었고 좋은 마무리를 할 수 있는 자리였다. 결국 어시스트를 했다."
황인범(아산)은 "흥민이 형이 경기 전날 항상 선수들을 모아서 미팅도 하고, 좋은 이야기도 해줬다. 정신적으로 해이해진 선수들이 있다고 생각하면 확실히 잡아줬다"며 "흥민이 형은 이번 대회에 임하는 자세가 간절했다. 흥민이 형에게 정말 고맙다"고 했다.
주장으로서 동료들에게 두둑한 신뢰를 얻었던 손흥민이지만 "그런 건 정말 아니"라며 손사래를 쳤다. 그러면서 "내가 많이 부족했는데 어린 선수들이 정말 노력을 많이 해줘서 너무 고맙다. 잔소리도, 쓴소리도 많이 했다. 선수들이 부정적으로 받아들이지 않고 해줘서 금메달을 딸 수 있었다. 어린 선수들이 하나가 돼서 우승할 수 있었다"고 공을 돌렸다.
김학범호의 금메달 뒤엔 '캡틴' 손흥민이 있었다./dolyng@osen.co.kr
[사진] 보고르(인도네시아)=이대선 기자 sunday@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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