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윤표의 휘뚜루 마뚜루]장필준을 변호한다
OSEN 홍윤표 기자
발행 2018.08.22 10: 00

8월 13일, 한국야구 대표 팀은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에 출전할 선수들 가운데 부상 중이거나 부진한 선수를 교체, 최종 명단을 확정했다. ‘선동렬호’에 마지막으로 승선한 4명 중 삼성 라이온즈 우완 투수 장필준(30)에 대해 일각에서 비판적인 여론이 일었다.
같은 삼성 구단의 심창민(25)의 기량이 더 나은데도 발탁하지 않았다는 게 주된 이유였다. 겉으로 드러난 성적만을 놓고 보면 그 같은 지적은 일리가 있긴 하다. 투구 유형도 유형이지만 선동렬 감독이 주목한 것은 선수 기록의 추이(흐름)였던 것으로 보인다. 8월 들어 경기마다 실점을 하며 기복이 심했던 심창민(25)에 비해 무자책점으로 꾸준하게 호투 행진을 벌인 장필준에게 더 눈길이 갔을 법하다.
정작 선 감독이 장필준에게 신뢰를 보인 까닭은 다른 데 있다.

2017년 아시아프로야구챔피언십대회를 마친 뒤 선 감독은 사석에서 한 가지 일화를 들려주며 대표 팀 맏형 노릇을 묵묵히 해낸 장필준에 대해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당시 장필준은 한국의 경기가 없는 쉬는 날에 일부러 후배 투수들을 이끌고 도쿄돔으로 가서 일본과 대만전을 같이 지켜보며 상대 타자들의 동작을 일일이 메모해 가면서 의견을 나눴다고 한다. 그 때 대표 팀 박세웅(롯데 자이언츠)이나 임기영(KIA 타이거즈)같은 후배투수들이 “필준이 형한테 배운 게 많다.”고 입을 모았을 정도다.
그런 성실한 자세가 선동렬 감독을 사로잡았다. 이를테면 ‘깊은 인상’을 남긴 것이다. 장필준은 8월 들어 출장한 7게임에서 단 한 점도 내주지 않고 1승 2홀드를 기록하며 삼성 상승세의 숨은 주역 노릇을 했다. 특히 대표 팀 승선 다음날인 8월 15일 넥센 히어로즈 전에서 김하성 과 박병호를 맞아 연속 삼진을 빼앗아낸 것은 인상적이었다. 시속 150km에 육박하는 빠른 공과 안정된 제구력이 돋보였다.
‘장필준’ 하면 떠오르는 인상은 침착과 차분함이다. 현장에서 오랫동안 장필준을 지켜본 OSEN 손찬익 기자에 따르면 장필준은 ‘예의 바르고 야구에만 몰두하는’ 선수다. 미국 마이너리그(2008년 LA 에인절스 입단)에서 눈물 젖은 빵을 곱씹었던 경험과 천성적인 성실함이 오늘의 그를 있게 만들었다.
무슨 일 한 가지를 하더라도 한 눈 팔지 않고 열심히 한다. ‘어떻게 하면 야구를 더 잘 할 수 있을까’ 하는 게 그의 변함없는 화두(話頭)다. 비록 올해는 부상 때문에 봄철 전훈지에서 조기 귀국, 한 때 어려움을 겪기도 했지만 매 시즌이 끝나면 경기도 용인 삼성트레이닝센터(STC)에서 붙어살다시피 한다는 게 권오택 트레이닝센터장의 증언이기도 하다.
‘진중하고 진지한’ 장필중은 후배들의 성가실 수도 있는 질문에도 싫다는 내색을 하지 않는다. ‘워낙 열심히 하고, 혼자서 사색하고 책을 읽는 게 흡사 정현욱 코치와 닮았다.’는 평을 듣는 것도 어색하지 않다.
조금만 잘 해도 집적대는 사람들이 많지만 장필준은 주변의 유혹에 넘어가지 않고 흔들림이 없다. 묵묵히 후배들 이끌고 제 야구 공부에 열중하는 그를 삼성 구단의 중간급 이하 후배들이 믿고 따르는 것이 전혀 이상하지 않다.
그는 낯을 많이 가리는 편이어서 곁을 쉽게 내주지 않는다. 언론의 인터뷰 요청에는 “아직 제가 인터뷰할 수준은 아닌 것 같습니다. 어색합니다.”고 정중하게 사양을 한다. 그러면서 그가 덧붙이는 말은 “더 열심히 할게요.”다. 아직 많이 부족하다는 얘기다. 입에 발린 소리가 아니라 실제로 그는 겸손하다. 마이너리그에서 어학 공부를 제대로 했던 덕분인지 그의 영어회화 실력은 역대 해외파 선수들 가운데 손에 꼽을 만치 수준급이라는 게 삼성 구단 직원의 증언이기도 하다.
장필준은 믿음직하고 듬직하다. 그런 그의 성향이 이번 아시안 게임 야구 대표 팀 안에 긍정적인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을 것이다.
글/ 홍윤표 OSEN 선임기자
사진/ 박형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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