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기] 투싼 페이스리프트에 파고 든 “지니야” “오케이 구글”
OSEN 강희수 기자
발행 2018.08.21 08: 57

 근래 자동차 기자들이 자조적으로 주고 받는 대화 한 토막. “디트로이트 모터쇼 취재를 가야 하나, CES(매년 1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리는 전자제품 전시회) 취재를 가야 하나?” 지난 주말, 고양 현대모터스튜디오에서 열린 ‘투싼 페이스리프트’ 미디어 시승행사 프레젠테이션은 자동차 기자들의 고민이 공연한 게 아니었음을 보여줬다. 
대개의 자동차 출시 프레젠테이션은 ‘디자인’ ‘성능’ ‘마케팅’ 등으로 분야를 나눠 제품의 장점을 어필하는 순으로 진행 된다. 그런데 이날은 KT의 AI 스피커 ‘기가지니’가 등장하고, 구글의 차량용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인 ‘안드로이드 오토’도 시연 됐다. 특히 구글에서는 구글코리아의 정지현 이사가 직접 무대에 올라 현대차에서 작동 되는 ‘안드로이드 오토’에 큰 의미를 부여했다.
IT에 밝은 사람들이라면 원격으로 시동을 켜고 에어컨을 작동시키는 ‘기가지니’가 대단히 새로울 건 없을 듯하다. 스마트폰에서 즐기던 콘텐츠들을 차량의 인포테인먼트 패널에서 이용할 수 있는 ‘안드로이드 오토’도 마찬가지다. 다만 이 같은 접목이 마침내 현실이 됐다는 사실만은 의미가 있다. 국내 통신사들이 AI 기기가 침투할 수 있는 최적의 공간으로 ‘거실’과 ‘차량내부’로 꼽고 있는데, 거실과 침실에 안착한 AI 스피커가 차량으로 영역을 확장하기 시작한 신호탄이기 때문이다.

투싼 페이스리프트는 IT 기업의 프레젠테이션이 말해주듯, 안방에서 AI 스피커를 이용해 미리 시동을 걸 수 있고, 주행 중에는 ‘오케이 구글’을 호출해 투싼의 8인치짜리 플로팅 타입 디스플레이에서도 구글 어시스턴트를 사용할 수 있었다. 
왠지 주객이 전도된 것 같은 떨떠름함을 안고 ‘투싼 페이스리프트’로 눈을 돌렸다. 안면부가 달라져 있었다. 그런데 그리 낯설지는 않았다. 소형 SUV ‘코나’에서 시작해 중형 SUV ‘싼타페’로 전파 된 디자인 언어들이 ‘투싼’으로 이어지고 있었다. 특히 헤드램프 디자인은 날카로웠다. 풀 LED 헤드램프는 가로로 길게 뻗었지만 기역자 모양이 선명하고, 그 아래로는 니은자를 돌려 놓은 듯한 안개등이 헤드램프의 날카로움을 보완해 주고 있었다. 안쪽에 메시타입의 문양이 자리잡고 그 바깥으로 크롬바가 가로로 강건하게 배치 된 모습은 ‘싼타페’에서 익숙한 디자인이다.
후면부는 리어범퍼와 스키드 플레이트가 정돈 되면서 가로로 넓어진 느낌이 들도록 했다. 뒤차에서 봤을 때 안정감이 높아지는 효과를 노릴 수 있었다. 3세대 투싼이 시장에서 반응이 여전히 좋은 데다가 상품 자체가 페이스리프트인 만큼 나머지 디자인은 손 볼 데가 없었다. 홍석범 현대자동차 국내마케팅 실장이 “8월 7일 예약 판매를 시작했는데 열흘간 3,577대가 계약 됐다”고 자랑하는 베스트셀링 모델이기 때문이다.
주행성에서는 ‘밸런스’와 ‘다이내믹’을 동시에 강조했다. 이미 시작 된 TV 광고에서도 두 단어가 부각 된다. 다이내믹이라는 단어에는 내재적인 모순이 있다. 짜릿한 불안감을 ‘다이내믹’으로 받아들이는 착각이다. 정제 되고 절제 된 다이내믹은 밋밋함으로 받아들이는 오류다. 이 같은 오류를 막기 위해 현대차는 ‘균형 잡힌 다이내믹’이라는 개념을 TV 광고로 세뇌시키고 있다.
고양 현대모터스튜디오를 출발해 서울외곽순환도로를 거쳐 양주시를 왕복하는 시승코스에서 ‘투싼 페이스리트프’가 보여준 ‘밸런스’는 칭찬받을 만했다. 고속주행 구간에서는 묵직한 안정감으로, 와인딩 구간에서는 민첩한 무게 중심 배분으로 균형을 유지했다. 어떤 상황에서도 실내는 심하게 조용하고 차분했다. 차는 전륜 8단 자동변속기를 장착한 디젤 2.0 모델이었고, 전자식 사륜구동 시스템인 HTRAC이 장착 돼 있었다.
연비도 뛰어났다. 최고출력 186ps, 최대토크 41.0kg.m의 동력성능에 공인 연비는 14.4km/ℓ (복합연비, 2WD AT, 17인치 타이어 기준)나 됐다. 계기반의 RPM 움직임만 봐도 경제성은 의심할 바 없었다. 웬만한 속도에서는 2000 RPM을 넘으려 하지 않았다. 시승행사에는 동원되지 않았지만, 알루미늄 소재를 이용해 경량화를 하고 다양한 연비 신기술이 활용 된 스마트스트림 디젤 1.6은 복합연비가 무려 16.3km/ℓ(2WD AT, 17인치 타이어 기준)에 달한다.
밸런스와 고연비는 차의 운동성에 영향을 끼친 모양이다. 킥다운에서 반응속도가 무디게 세팅이 돼 있었다. ‘균형 잡힌 다이내믹’은 이런 반응을 원천적으로 방어하기 위해 고안한 논리는 아니었을까? ‘밸런스 & 다이내믹’은 도시민이 추구하는 다양한 라이프스타일과 어울리고 있었다. 
투싼 페이스리프트의 가격은 디젤 2.0 2,430만원~2,847만원, 스마트스트림 D 1.6 2,381만원~2,798만원, 1.6 가솔린 터보 2,351만원~2,646만원, 얼티밋 에디션 2,783만원~2,965만원이다. (※자동변속기, 개별소비세 3.5% 기준) /100c@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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