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던질 수 있다” 피 끓는 김광현, 윤곽 드러난 마지막 플랜
OSEN 김태우 기자
발행 2018.08.19 09: 30

김광현(30·SK)의 복귀 시즌은 대성공으로 흘러가고 있다. 선수의 성적도, 구단의 관리도 더할 나위가 없었다. 이제 SK는 마지막 플랜을 준비하고 있다.
KBO 리그에 ‘올해의 재기상’이 있었다면 올해 수상자는 단연 김광현이다. 팔꿈치 수술을 받고 꼬박 1년을 재활한 김광현은 올 시즌 19경기에서 102⅔이닝을 던지며 9승5패 평균자책점 2.72를 기록했다. 피안타율은 2할3푼4리, 이닝당출루허용률(WHIP)은 1.12에 불과했다. 규정이닝에는 10이닝 정도가 모자라지만, 100이닝 이상을 던진 투수 중에서는 평균자책점 1위다.
선수의 눈물겨운 노력도 있었지만, 구단의 인내심 있는 관리도 있었다. SK는 메이저리그(MLB) 사례 등을 종합해 김광현의 올해 투구 이닝을 제한하려고 했다. 전력을 다해 던지는 1군 등판과 아시안게임 합산 기준으로 110이닝, 2200구 정도를 한계로 잡았다. 나머지 휴식기 중 2군 등판 투구수 등을 모두 생각할 때 이 정도가 적당하다고 판단한 것이다. 만약 포스트시즌에 가면 몸 상태에 따라 10이닝 정도는 여지를 둘 수 있다는 게 SK의 당초 구상이었다.

현재까지는 김광현의 페이스가 구단의 기대를 훌쩍 뛰어넘는다. 김광현은 102⅔이닝을 던졌다. 구단이 설정한 110이닝에 근접했다. 그런데 투구수만 놓고 보면 이야기가 조금 다르다. 올 시즌 효율적인 투구를 선보인 김광현은 현재까지 1629구밖에 던지지 않았다. 구단이 설정했던 2200구까지는 아직 여유가 있다. 여기에 지금까지 한 번도 아프지 않았다는 게 고무적이다. 몇 차례 일본에서 받은 검진 결과도 ‘이상 무’였다.
손혁 SK 투수코치는 “김광현이 정말 대단한 투수라는 것을 다시 한 번 느낀다”고 했다. 손 코치는 “나도 현역 시절 어깨와 팔꿈치가 아팠다. 그러면 복귀 후 팔스윙 같은 것이 무의식적으로 짧아지기 마련이다. 하지만 광현이는 그런 것이 전혀 없다. 두려움 없이 던지고 있다. 그러면서도 지금까지 아픈 적이 없었다. 성실하게 재활을 했다는 의미”라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지난 1년을 날려 팀과 팬에게 죄송한 마음이 큰 김광현이다. 김광현은 “한 번도 큰 통증을 느낀 적이 없다”고 웃으면서 “1년을 푹 쉬지 않았나. (설정한 이닝과 투구수보다) 더 던질 수 있다고 확신한다. 힘이 충분히 남아있다는 것을 느낀다”고 강조했다. 내심 남은 일정도 정상적인 로테이션을 돌았으면 하는 게 김광현의 바람일지 모른다.
하지만 SK는 마지막까지 인내심을 가지고 관리한다는 심산이다. SK는 아시안게임 브레이크 전까지 112경기를 했다. 아직 32경기가 남았다. 로테이션대로 돈다면 최소 6경기, 일정에 따라 최대 7경기도 뛸 수 있다. 그러나 SK는 그대로 김광현을 쓸 생각이 전혀 없다. SK가 생각하는 김광현의 남은 최대 등판은 ‘5경기’ 정도다. 그마저도 3주간의 아시안게임 휴식기가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2위가 일찍 확정되는 분위기면 그 이하로 끊어준다는 심산이다.
그렇다면 계산이 어느 정도 맞아 떨어진다. 김광현의 올 시즌 한 경기 평균 투구수는 85개 정도다. 사실상 최대치인 100개를 잡고 500개를 더 던진다고 해도 정규시즌을 2130구 정도에서 마무리할 수 있다. 구단이 시즌 전 계산했던 보다 적게 떨어진다. 때문에 포스트시즌에서의 운신 폭도 조금은 넓어질 수 있다. 구단도 이런 큰 무대에서 최대한 많이 나가겠다고 고집을 부릴 김광현의 에이스 심성과 투지를 잘 안다.
김광현의 상태가 예상보다 좋아 당초 설정했던 이닝은 넘길 것이 확실시된다. 그래도 수많은 변수가 버티는 시즌에서 이 정도면 성공적인 관리로 봐야 한다. 무엇보다 자신의 옛 스타일을 상당 부분 버리고, 효율적이고 공격적인 투구로 돌아온 김광현의 자기 변신이 가장 결정적인 원동력이었다.
이런 김광현은 휴식기 중에도 조금씩 공을 던지며 컨디션을 관리한다. 오는 22일 KIA 2군과의 서머리그 경기에 선발 등판해 가볍게 몸을 풀 예정이다. 이후에도 서머리그 일정 중 한 차례 더 등판 계획이 잡혀있다. 전력을 다하기보다는 감각을 유지하는 선이다. SK의 ‘최대 5경기’ 구상을 역산하면, 휴식기 후 첫 등판은 9월 8일 인천 두산전이 될 공산이 커 보인다. 토, 금, 목, 수, 화 순으로 던지고 정규시즌을 마무리하는 시나리오다. /skullboy@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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