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들린 4이닝 삭제’ 윤희상, SK 기대대로 돌아왔다
OSEN 김태우 기자
발행 2018.08.11 08: 05

자신감을 찾은 투구에는 거침이 없었다. 불펜투수에게는 버겁게 느껴지는 4이닝을 순식간에 지웠다. 윤희상(33·SK)이 시즌 전 SK의 기대대로 돌아왔음을 실감할 수 있는 한 판이었다.
윤희상은 10일 창원 마산구장에서 열린 NC와의 경기에서 영웅적인 활약으로 팀의 12-8 승리에 공헌했다. 어지럽게 흘러간 이 경기에서 팀의 네 번째 투수로 등판, 4이닝 동안 2탈삼진 퍼펙트 무실점 투구를 선보이며 시즌 첫 승을 따냈다. 4이닝 동안 투구수는 단 34개에 불과했다. 압도적인 투구라는 표현까지 부족한, 말 그대로 신들린 투구였다.
초반 끌려가며 연패의 기운이 감돈 SK는 5회 최항의 3타점 싹쓸이 적시타와 김성현의 역전 3점포를 묶어 10-8로 경기를 뒤집었다. 그러나 5회 나선 이승진이 첫 두 타자에게 출루를 허용하며 무사 1,2루에 몰렸다. SK 벤치는 윤희상을 곧바로 투입해 진화에 나섰다. 윤희상은 완벽한 소방수였다. 노진혁을 병살타로 처리한 윤희상은 박민우를 우익수 뜬공으로 잡아내고 불을 껐다. 이날 경기의 승부처였다.

윤희상은 이후 최근 상승세 조짐을 보이던 NC 타선의 기세를 완전히 꺾었다. 공격적인 투구로 상대 타자들의 방망이를 유도했는데 대부분 빗맞거나 힘에서 밀렸다. 그만큼 윤희상의 공에 위력이 있었다. 6회, 7회, 8회까지 한 번의 피출루 없이 이닝을 삭제한 윤희상은 12-8로 앞선 9회 마무리 신재웅에게 마운드를 넘기고 자신의 임무를 다했다.
올해 불펜으로 전향하며 SK의 필승조로 기대를 모았던 윤희상은 전반기 고전을 면치 못했다. 5월 6경기 평균자책점은 무려 12.27이었다. 결국 6월 2군행을 자청했고, 2군에서 차분히 컷패스트볼과 커브를 가다듬으며 반전의 칼을 갈았다. 그런 윤희상은 1군 재승격 후 7월 7경기에서 10⅓이닝 무실점, 8월 3경기에서도 5⅓이닝 동안 평균자책점 3.38로 호투했다. 10경기 동안 실점한 경기는 딱 1경기였다. 반대로 멀티이닝 경기는 5번이나 됐다.
후반기 9경기 평균자책점은 1.23으로 뛰어나다. 피안타율은 1할2푼8리다. 후반기 들어 9경기 이상, 10이닝 이상을 던진 투수 중 평균자책점 리그 전체 2위(1위 송은범 0.63)다. 
윤희상의 화려한 재기는 시사하는 바가 크다. SK는 시즌 전 윤희상을 8회에 투입할 셋업맨으로 평가했다. 하지만 그 자리에 구멍이 생기면서 다소 고전한 시기가 있었다. 최근 SK 불펜이 외견상 안정감을 찾기는 했지만, 이는 일정 부분 김태훈의 마법 같은 활약에 의존하는 바가 컸다.
하지만 김태훈처럼 1이닝 이상을 던져줄 수 있는 윤희상이 가세함에 따라 SK 불펜도 숨통이 트였다. 왼손 김태훈, 오른손 윤희상이라는 필승 카드가 굳건히 버티면 SK의 6~8회도 수월하게 흘러갈 수 있다. 2군행을 자처하며 후반기 대도약을 다짐한 윤희상이 SK가 바라는 그 모습 그대로 질주하고 있다. /skullboy@osen.co.kr

Copyright ⓒ OSEN.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