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대서지 17호, 국내 최초 나도향의 번역소설 ‘카르멘’ 발굴, 게재

근대서지 17호, 국내 최초 나도향의 번역소설...
[OSEN=홍윤표 기자] ‘낡은 신선함으로 가득한 자료의 열람 터’를 자임해온...


[OSEN=홍윤표 기자] ‘낡은 신선함으로 가득한 자료의 열람 터’를 자임해온 『근대서지』17호(2018년 상반기호. 소명출판 발행)가 국내에서 최초로 나도향의 번역소설 ‘카르멘’을 발굴, 소개했다. 아울러 번역과학소설『월세계여행』과『서유견문』(1895년)의 저자인 유길준(1856~1914)의『노동야학』도 최초로 발굴, 해제를 곁들여 잘못 알려져 있던 사실을 바로잡았다.

반년간지인『근대서지』는 2009년에 발족한 근대서지학회(회장 전경수)가 그동안 숨어 있었거나 잠자고 있던 실증적인 자료(신문, 잡지, 단행본 등)를 찾아내 연구자들을 연결, 서지적인 탐구를 바탕으로 숱한 오류를 바로잡고 근, 현대한국문학 해석의 새로운 지평을 열어왔다는 평가를 듣고 있는 이색적인 잡지다. 그동안 『근대서지』의 성과는 자못 눈부신 바 있어 특히 한국문학 연구자들에게는 ‘오아시스’ 같은 존재로 대접받고 있다.

최근에 발간된 『근대서지』17호는 기대를 뛰어넘는 글들로 치장했다. 우선 표지를 장식한 ‘카르멘’은 프랑스 작가 메르메의 중편소설로 나도향의 번역소설로는 국내에 처음 소개되는 것이다. 요절한 작가 나도향(1902~1926)은 ‘벙어리 삼룡’, ‘물레방아’, ‘뽕’ 등 한국문학사에 길이 남을 명 단편 소설로 널리 알려져 있지만 번역소설이 있다는 사실이 알려진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손성준 부산대 교수는 나도향의 ‘카르멘’ 번역이 그의 문학세계에 끼친 영향을 작품분석을 통해 증명하고 “1920년대에 활동했던 문인들의 작품세계를 깊이 있게 들여다보기 위해서는 그네들의 번역문학을 반드시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손 교수는 해제(解題)를 통해 나도향의 카르멘 뿐 만 아니라 『조선일보』에 실렸던 ‘연애소설 칼멘’(1921년 10월〜)과 박문서관이 발행했던 『카르멘』(1925년 1월)의 비교를 통해 두 작품의 시차인 3년 동안에 일어난 나도향의 작가적 역량의 성숙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강부원 성균관대 교수가 해제를 맡은 『월세계여행』은 서양과학소설을 번역한 책으로 그 동안 번역자가 신일용(辛日鎔)으로 잘못 알고 있던 것을 신태악(辛泰嶽)으로 바로잡는 한편 이 책이『지구에서 달까지』와 『달나라 탐험』 두 편의 소설을 전, 후편으로 삼아 합역(合譯)했다는 사실과 출판사가 박문서관이라는 점도 새로 밝혀냈다.

유길준의『노동야학(勞動夜學)』(1909년)은 조윤정 한국과학기술원 초빙교수가 기존의『노동야학독본(勞動夜學讀本)』(1908)과의 목차 비교를 통해 두 텍스트의 차이를 확인한 다음『노동야학독본』에서 삭제된 단원들을 구체적으로 살펴보고, 후자에 추가된 단원들의 내용 분석을 거쳐 『노동야학』의 한계와 의의를 밝혀냈다.

조윤정 교수는 “노동야학이 당시의 정치적 제약 속에서 편집, 발간되었기에 내용상 한계를 가질 수밖에 없으나 구성이나 내용 및 문체상의 변화를 통해 좀 더 쉽게 노동의 가치를 이해하고 노동자의 의무를 깨우칠 수 있는 방향으로 나아갔다”고 평가하면서 “노동야학은 이전에 진행되었던 연구들을 갱신함과 동시에 당대 정치, 경제, 문화의 경계를 넘나들며 활동했던 유길준의 활약상과 이상을 재구하는 데에 크게 기여할 자료”라는 결론을 내렸다.

이번 호에는 화가 김환기, 김향안 부부의 수필 두 편을 『매신사진순보』찾아내 실었고, 시인 천상병과 김춘수의 산문도 발굴해 소개하고 그 의미를 분석한 글도 실렸다.

아주 흥미로운 글이 더 있다.

『오빠는 풍각쟁이』 저자인 장유정 단국대 교수가 영화배우 최민수의 외할아버지인 강홍식을 조명한 것이 눈길을 끈다. 영화배우 겸 가수였던 강홍식은 월북하는 바람에 낙인이 찍혀 활동에 비해 세인들의 관심을 많이 받지 못한 예술인이다. ‘가수 강홍식의 면모’에 대한 것으로는 장 교수의 글이 최초인 만큼, 그 자체로도 뜻 깊다.

작가 김훈의 선친인 김광주의 중국시절 행적과 관련, 한상언 한양대 교수는 ‘해방 후 중국에서 귀국, 소설가로 여생을 보낸 김광주가 일찍이 1930년대 중국에서 영화를 연출하고 영화배우들의 분장기술인 화장술에 대한 책을 펴냈다’는 새로운 사실을 밝혀냈다. 한 교수는 이 책의 발굴에 대해 “영화인 김광주의 발견이기도 하지만 상해에서 활동한 조선인들의 모습을 보다 구체적으로 그려 볼 수 있다”고 그 의의를 높였다.

다양, 다기한 글과 사진으로 『근대서지』를 다채롭게 꾸민 오영식 편집위원장은 책 뒷글(후기)에서 “2019년, 내년이면 기미년 3.1운동의 100주년이 되는 해이며, 더불어 최초의 문예지 『창조』도 발간 100주년이 되는 해이다. 그리고 근대서지학회가 창립 10주년을 맞이하는 해”라면서 “2009년 7월 1일 출범한 근대서지학회가 이제 10년차를 맞이하였으나 몇몇의 주도적 노력에만 좌우되는 방식에는 근본적 변화가 없어 스스로 안타깝게 생각한다. 이제 어떤 식으로든 발전적 변화를 갖는 노력을 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고 잡지 출간의 소회를 털어놓았다.

『근대서지』는 올해 초 창립 20주년을 맞이했던 인문학 전문 출판사인 소명출판(대표 박성모)이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한 호도 거르지 않고 줄기차게 발행, 그 위상을 확립했다. 인문학 불모지인 이 땅에서 ‘소명출판’은 『근대서지』뿐만 아니라『해방기간행도서 총목록』(오영식 지음),『시대의 얼굴-잡지 표지로 보는 근대』(서유리 지음)등 근대서지학회 회원들의 저술도 근대총서 시리즈로 꾸준히 발간하고 있다.

chuam@osen.co.kr

이미지 제공=소명출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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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8-07 14: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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