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기] 아흔에 얻은 늦둥이 볼보차 ‘더 뉴 XC40’, 꽉 채운 막내의 욕심보
OSEN 강희수 기자
발행 2018.07.26 10: 22

 큰 집에 사는 사람이나 작은 집에 사는 사람이나 살다 보면 공간이 좁게 느껴지기는 마찬가지다. 때때로 버려야 할 것을 버리지 못하기 때문에 짐은 늘 쌓여만 간다. 하지만 이 이론은 100% 진실은 아니다. 사람에 따라 필요한 모든 것을 누리면서도 좁은 공간을 넓게 쓰는 이들이 있다. 
볼보자동차 SUV 라인업의 막내 XC40이 그렇다. ‘더 뉴 XC40’은 볼보자동차가 브랜드 설립 이후 90년 만에 처음으로 선보이는 콤팩트 SUV다. 늦둥이인 만큼 욕심도 많다. 누가 봐도 플래그십(XC90)에 비하면 작은 게 분명하지만 부족한 게 뭔지 모르겠다. 아, 있긴 하다. 적재공간. 
이름 짓기 좋아하는 볼보자동차는 ‘더 뉴 볼보 XC 40’에 스웨디시 미니멀리스트(Swedish Minimalist)라는 가치를 부여했다. 볼보차의 태생이 독특한 북유럽 문화를 꽃피운 스웨덴이라는 게 전가의 보도다. 플래그십 XC90은 ‘스웨디시 럭셔리’였다. 북유럽 문화는 화려하게 사는 것도 특별하고, 소탈하게 사는 것도 특별한가 보다. 

어쨌거나 볼보자동차의 해몽은 이렇다. 현대인이 추구하는 미니멀 라이프스타일에 최적화 된 차가 ‘더 뉴 볼보 XC 40’이라는 것. 미디어 시승행사에서 이 차를 경험하고 상당 부분 이 주장에 공감하게 됐다. 미니멀 라이프 스타일이 버린 건 ‘사이즈’이지 ‘디테일’이 아니었다. 작다는 것 말고 부족한 건 없었다. 오히려 작기 때문에 얻은 것들이 더 돋보였다. 안전이 그렇고 주행감이 그랬다. 아이디어가 번쩍이는 수납공간은 애교가 돋을 정도다. 핸드폰 무선충전 공간과 카드홀더, 갑티슈를 보관할 수 있는 공간, 글러브박스를 열어 고리를 돌리면 나타나는 비닐 봉지 걸이...디테일을 중히 여기는 이들이 반색할 요소들이다. 
작아도 꽉 찬 인상은 ‘반자율주행(Semi-autonomous Drive)’에서 크게 와 닿았다. ‘더 뉴 볼보 XC 40’에는 볼보차가 자랑하는 반자율주행 기술 ‘파일럿 어시스트 2’가 전 모델에 기본으로 장착 돼 있다. 앞 차와 간격을 알아서 맞추고, 차선을 벗어나지 않기 위해 알아서 핸들을 돌리는 정도라면 여기서 굳이 언급할 필요가 없었을 게다. 
‘파일럿 어시스트 2’는 지금까지 경험한 그 어느 반자율주행 시스템 보다 고집이 셌다. 코너링에서 운전대를 돌리려는 힘이 아빠와 팔씨름에 나선 초등생 아들 녀석 같다. 여차하면 아빠를 꺾을 기세다. 차가 판단에 자신이 있다는 얘기겠다. 단순히 한쪽 차선만 읽어 이탈을 방지하는 수준이 아니라, 좌우 양 차선의 중앙을 달릴 수 있도록 유도하고 있었다. 정밀 지도의 지원을 받는 단계는 아니어서 차선이 선명하게 보이지 않는 곳에서는 핸들을 움직여 주지 못하는 한계는 있었다. 이 때는 일반적인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ACC)처럼 속도와 간격 유지만 해준다. 정밀 지도의 지원을 받게 되면 완전 자율주행 단계가 된다. 
‘안전의 볼보’ 답게 차원 높은 안전장치들도 전 트림 기본 제공 되는 것들이 많다. 시승행사에서 확인할 수 없는 내용이긴 했지만 소개는 할 필요가 있겠다. ‘도로 이탈 보호 시스템’이라는 게 전 트림에 장착 됐다. 이 장치는 차가 부득이하게 도로를 이탈해 위급 상황에 처하게 되면 순간적으로 안전벨트의 압력을 높여 운전자를 시트에 최대한 밀착시킨다. 급제동과 긴급 회피행동 같은 긴박한 상황에서 작동한다. 
볼보 안전시스템의 상징과도 같은 ‘시티 세이프티’도 트림에 관계 없이 실렸다. 기본적으로는 주행 방향에 나타난 보행자와 자전거를 인식해 차를 정지시키는 안전장치다. 더 나아가 교차로 좌회전시 반대편 도로에서 직진하는 차를 인식해 충돌을 피하도록 조처한다. 
‘반대차선 접근 차량 충돌 회피’ 기능도 있다. 추월을 위해 반대차선으로 들어섰는데, 마주오는 차를 발견하게 되면 차가 알아서 원래 차선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돕는다. 
볼보자동차코리아는 ‘더 뉴 볼보 XC 40’을 출시하면서 2,000cc 직렬 4기통 싱글 터보 가솔린 엔진을 장착한 모델만 들여왔다. SUV라면 으레 떠올리는 디젤 모델은 추후에 검토할 사안으로 돌려 놓았다. 미세먼지로 인한 대기 환경 이슈가 고조 되고 있는 상황에서 굳이 디젤 모델을 먼저 들여올 이유가 없다는 판단이었다. 
8단 기어트로닉 변속기와 조합 된 2,000cc 가솔린 엔진은 ‘더 뉴 볼보 XC 40’을 상당히 탄력적인 존재로 만들었다. 부드러움과 강함이 주행 상황에 따라 다르게 반영 됐다. 고속에서는 차돌같이 딱딱해지고, 저속에서는 순한 양같이 부들부들했다. 작아서 얻게 된 매력이었다. 국내에 출시 된 ‘더 뉴 볼보 XC 40’ T4는 최대 출력이 190마력, 최대토크가 30.6kg.m이다. 콤팩트 SUV를 자유자재로 다스릴 수 있는 조건이다. 시승 코스는 대부분 수도권 외곽이었었지만 도심 주행에 최적화 된 밸런스를 갖고 있다고 볼보차코리아는 강조했다. 
‘도심 최적화’라고 하지만 전 트림에 똑같이 실린 사륜구동시스템을 보면 꼭 그렇지만도 않다. 물론 도심이라도 눈길 주행이나 급격한 코너링에서는 사륜구동이 절실하지만 ‘더 뉴 볼보 XC 40’의 사륜구동은 그 수준이 아니다. 정통 오프로드에서나 볼 수 있는 ‘경사로 감속 주행장치’가 기본 적용 돼 있고 주행 모드에는 험지 주행에 적합한 ‘오프로드 모드’가 엄연히 선택지로 명시 돼 있다. 
‘더 뉴 볼보 XC 40’이 볼보차 SUV 라인업의 막내이긴 하지만 디자인만 보면 오히려 가장 눈에 띈다. 다둥이 집안의 형제 자매는 막내가 더 목소리가 큰 경우가 흔하다. 전면부 그릴 디자인이 ‘거칠 게 없는’ 막내의 인상을 닮았다. XC90, XC60과 디자인의 틀은 공유하지만 XC40의 그릴 디자인은 더 많이 돌출 돼 있고, 더 강하게 음각 돼 입체감은 맏형을 위협한다. 
형제들과 닮은 듯하면서도 다른 개성을 표출하는 데는 이유가 있었다. XC40은 먼저 태어난 XC60 개발 과정에서 채택 되지 못하고 탈락한 차점작이 디자인 원형이 됐다고 한다. XC60은 볼보차 SUV 삼형제 중에서도 조형미가 특히 뛰어나다는 평을 받고 있는데, 최종 낙점을 받기 못한 디자인 중에서도 버리기 아까운 수작들이 많았다는 게 볼보차코리아 관계자의 귀띔이다.
‘더 뉴 볼보 XC 40’ T4는 ‘모멘텀’(4,620만 원)과 ‘R-디자인’(4,880만 원), ‘인스크립션’(5,080만 원) 세 트림으로 판매 된다. /100c@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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