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당구★들, "UMB-KBF, 그냥 당구 치게 해달라" 한 목소리
OSEN 강필주 기자
발행 2018.07.11 19: 53

"우리는 정치인이 아니다."
당구계 별들이 한 목소리로 세계캐롬연맹(UMB)과 대한당구연맹(KBF)의 화해를 바랐다.
11일 서울 임피리얼 팰리스 호텔에서 가진 '제1회 3쿠션 챌린지 월드 마스터즈(이하 3CC 월드 마스터즈)' 기자회견장에는 세계 당구 최고수들 24명이 한 자리에 모였다.

오는 12일부터 15일까지 나흘간 열리는 이번 대회는 여러모로 당구계에서 화제가 됐다. 역대 최대 총상금 2억 5000만 원이 걸린 것은 물론 세계 최초로 적용되는 레이저를 이용한 마이웹스포츠(MyWebSport) 시스템이 적용된 새로운 경기방식도 주목을 받았다. 
이 때문에 국내에도 잘 알려져 있는 '사대천왕' 프레드릭 쿠드롱(벨기에), 다니엘 산체스(스페인), 딕 야스퍼스(네덜란드), 토브욘 브롬달(스웨덴)을 비롯해 전 세계 당구 스타들이 모두 모였다. 한국에서는 허정한(12위)과 최성원(13위), 조치연(40위), 최완영(60위)이 출전했다.
이날 기자회견장의 화제는 UMB와 KBF의 갈등 문제였다. UMB와 KBF는 최근 방송중계권과 관련 규정을 놓고 대치하고 있다. KBF는 UMB가 당초 약속을 어기고 규정을 일방적으로 변경, 받아들일 수 없는 갑질을 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UMB는 다른 국가 연맹들이 공통적으로 따르고 있는 규정을 KBF만 따르지 않고 있다고 답답해 하고 있다.
이에 세계당구선수협의회 마르코 자네티 회장은 "회장으로서 UMB와 KBF 사이에 오간 이메일을 참조해 볼 수 있었다. 그래서 그 과정을 알고 있으며 각자 추구하는 것이 무엇인지 알게 됐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개인적인 생각이라는 전제를 단 후 "각자 추구하는 것이 무엇인지, 서로 다른 견해가 무엇인지 차근차근 볼 수 있었다"면서도 "내가 볼 때 KBF쪽에서 건설적인 제안이나 해결을 위한 구체적인 제안이 없었다. 하지만 UMB쪽은 문을 열어뒀다는 생각이 든다. 언제든지 KBF와 협의하고 대화하려는 자세를 가지고 있었다. 개인적으로 내린 결론은 '말을 물가까지 데려올 수는 있지만 물을 먹일 수는 없다'는 것"이라고 말해 KBF에 대한 아쉬움을 내비쳤다.
산체스는 좀더 강한 어조로 UMB와 KBF에 답답함을 호소했다. 그는 "우리는 선수다. 그저 대회에 나와 경기를 하길 원할 뿐이다. UMB와 KBF처럼 정치적이지 않다. 그저 우리가 당구를 할 수 있게 해달라. 선수가 훌륭한 경기를 할 수 있게 해달라"면서 "현재는 당구가 성장해가는 과정에 있다. 두 단체가 함께 노력한다면 긍정적일 것"이라고 강조했다. 
UMB와 KBF 사이에서 난처한 상황에 몰린 최성원을 비롯한 한국 선수들은 이번 대회에 출전하지 말라는 통보를 받았다. 이번 대회에 출전할 경우 징계를 내리겠다는 소리가 들렸다. 하지만 최성원은 "이 대회에 참가하면 징계를 받을 수 있다는 말이 있다. 징계 여부를 떠나 내게 월드컵은 기존에 꾸준하게 나갔던 대회다. 계속 참가할 의향이 있다"고 당당하게 말했다.
허정한 역시 마찬가지. "월드컵에 출전한 것이 10년 가까이 됐다. 그동안 많은 선수와 경쟁해서 내 가치를 올리려고 했다. 하지만 이번 사태로 월드컵에 출전하지  못한다면 내 가치를 올릴 수 없게 된다"면서 "이것은 옳지 않다고 본다. 월드컵에는 계속 나갈 것이다. KBF가 규제를 가할 때는 선수협이 결정해야겠지만 선수 개개인도 책임감과 의무감이 무엇인지 자기가 판단해 제 권리를 찾도록 목소리를 내야 한다" 고 주장했다. /letmeout@osen.co.kr
[사진] 지형준 기자 /jpnews@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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