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h!커피 한 잔③] 박정민 "박정민의 청춘? 격동의 시기…사춘기 다시 온듯"
OSEN 장진리 기자
발행 2018.07.11 14: 57

 박정민의 양쪽 팔에는 인상적인 문신이 있다. 모두 ‘변산’을 촬영하면서 새긴 것이다. 한쪽 팔에는 ‘참을 인(忍)’이 새겨져 있고, 반대쪽 팔에는 삼나무 숲을 걸어가는 어린아이가 새겨져 있다. ‘참을 인’에는 글자 그대로 ‘참자’는 의미가 담겨 있고, 삼나무 숲, 그리고 그곳을 걷고 있는 어린아이에는 ‘곧은 마음’이 담겨 있다.
“문신을 하고 싶었는데 ‘변산’을 하는 김에 하게 됐다”는 박정민은 “‘참을 인’은 우리가 항상 스트레스를 받고 화가 많지 않나. 그런 점에서 늘 참아야 하니까 ‘참을 인’을 새겼다. 반대쪽 문신은 한쪽만 있으니까 너무 점 같아서 새기게 됐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삼나무 숲을 걸어가는 어린 아이라는 독특한 도안은 박정민이 직접 생각한 것으로, 곧은 마음으로 ‘초심을 잃지 말고 걸어가자’라는 스스로에 대한 다짐을 담고 있다.
문신을 새겨야 할 만큼 참을 일이 있을까 싶어 최근에 가장 크게 참은 일을 물어봤다. 그러자 박정민은 또 다시 스스로를 향한 회초리를 집어 들었다.

“‘변산’을 처음 본 날이요(웃음). 전 제 영화를 처음 보는 날 기분이 좋지 않거든요. 실수들을 발견하니까요. 저는 제 실수가 보이잖아요. 거울에서 보던 내가 연기를 하고 있다는 게 이상하기도 하고요. 제 친구들은 저한테 연기 잘 한다고 하는 사람이 단 한 명도 없거든요. 얼마나 우습겠어요, 폼 잡는 게(웃음). 제 영화를 처음 보면 더 잘할 수 있지 않았을까, 늘 아쉬움만 들어요.”
박정민 스스로도 자신에게 엄격한 ‘자기 학대’ 스타일이라는 것을 인정하는 바다. 스스로를 끝없이 뒤돌아보고, 자신에게 채찍질하고, 부족한 것이 없나 매순간 자신을 점검하는 것은 배우 박정민의 원동력이다. 누군가는 단번에 하늘의 별을 따듯 ‘배우’ 혹은 ‘스타’라는 이름을 가졌을 테다. 그러나 박정민을 ‘배우’로 키우고, ‘원톱’으로 성장시킨 것은 스스로를 향한 엄격함이 만든 탄탄한 내공이다.
“제가 봐도 자기 학대 스타일이에요. 놔주면 뭐해? 나태해지지(웃음). 제가 늘 부족하다고 생각해야만 해요. 제가 연기할 때, 살 때 가장 경계하는 건 방심이에요. 늘 뭔가 기분이 안 좋거나, 실수를 저질러서 뒤늦게 생각해보면 늘 방심했었던 것 같아요. 예를 들어서 제가 게임을 하는데 갑자기 죽어요, 왜 죽었지 생각해보면 ‘아, 내가 방심했구나’ 생각하는 거랑 똑같은 거죠. 저라는 사람은 연기를 카메라 앞에서 편하게 하려면 세팅이 많이 필요해요. 제 안의 세팅이요. 많은 배우들도 그럴 테지만 장착을 잘 해야 연기를 할 수 있어요. 그래야 후반부에는 별다른 준비가 없이도 연기를 잘 해나갈 수 있거든요. 그런 것처럼 뭐 하나 놓치지 않으려고, 방심을 하지 않으려고 늘 노력하죠.”
‘동주’와 ‘변산’, 이준익 감독의 연출작이라는 점 외에도 공통점이 있다. 바로 다른 어두운 현실에서 신음하는 청춘을 그리고 있다는 점이다. ‘동주’에서 박정민은 이름도 언어도 꿈도 허락되지 않았던 1945년, 희망하고 절망하고 부딪히고 싸우던 청춘 송몽규를 맡았고, ’변산’에서는 영원히 돌아오고 싶지 않았던 고향에서 잊고 싶었던 자신의 과거를 마주하는 ‘빡센 청춘’ 학수를 연기했다. 그렇다면 인간 박정민은 어떤 청춘을 보냈고, 어떤 청춘을 보내고 있을까.
“격동의 시기죠. 여러 가지 감정들을 경험하는 시기예요. 가끔은 너무 신이 날 때도 있고, 가끔은 너무 우울할 때도 있고, 가끔은 또 너무 화가 나기도 하고. 저는 사실 무던한 사람이거든요. 어떤 사건이 일어나도 잘 되겠지, 어떻게 되겠지 하고 생각하는 사람인데 요즘의 저는 다시 사춘기가 온 것 같아요. 뭔가 하나하나에 반응이 오는 시기인 것 같더라고요. 뭘 찾고 뭘 취하고 버려야 하는지를 끊임없이 고민하게 되니까, 수련원 같은 데를 들어가야 하나 템플 스테이를 해야 하나 싶어요.”
치열하게 고민한다는 건, 우리가 살아있다는 증거일 것이다. 여기, 지금, 우리가 존재하기에 우린 치열하게 부딪혀야 하고, 싸워야 하고, 고민하고, 울고, 또 웃어야 한다. “이 과정들도 뒤돌아보면 나한테 도움이 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배우가 여러 가지 감정들을 알아간다는 건 나쁘지 않은 과정이다”라고 말하는 박정민은, 이미 자신의 고민과 갈등에 대한 해답도 찾은 것일지 모른다.
뒤늦게 사춘기의 열병을 앓고 있는 것 같다는 박정민의 현재 최대 고민은 ‘변산’의 흥행이다. 그도 그럴 것이, ‘변산’은 마블의 신작 ‘앤트맨과 와스프’와 한날 한시 맞대결을 펼치게 됐다. 박정민은 “‘앤트맨’과 대격돌한다. 정말 정신없는 상황이다. 이렇게까지 홍보를 해본 게 처음인 것 같다. 정말 재밌다”며 “이 과정이 모두 끝났을 때 과연 나는 어떤 기분일까 궁금하다. 쓸쓸할 것 같기도 하다. 내가 너무 좋아하는 친구들, 사람들과 이런 과정들을 해나가고 있는데 과연 끝났을 때는 어떤 기분일까 마음이 쓰인다”고 말했다.
박정민은 7월까지 ‘변산’의 흥행을 위해 몸과 마음과 정신까지 모두 쏟을 예정. 부디 이 고되지만 즐거운 길의 끝에 흥행이라는 큰 선물이 기다리고 있기를, 진심으로 바라고 응원한다./mari@osen.co.kr
[사진] 메가박스 플러스엠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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