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 불펜이 '왕조' 시절 삼성 이후 6년 만에 2점대 평균자책점을 바라보고 있다. 타고투저 시대를 맞아 한화는 독보적인 불펜의 힘으로 승승장구하는 중이다.
한화는 지난 1일 사직 롯데전에 13-6 역전승을 거뒀다. 0-6으로 뒤진 경기를 뒤집어버린 타선의 힘도 대단했지만 이태양(2이닝)-송은범(1이닝)-박상원(1이닝)으로 이어진 불펜이 추가 실점 없이 막은 게 발판이었다. 올해 한화가 리그 최다 20번의 역전승을 거둔 데에는 이처럼 불펜의 뒷받침이 크다.
한화는 팀 평균자책점 4.45로 SK(4.44)에 근소한 차이로 2위에 올라있다. 불펜 지분이 압도적이다. 구원 평균자책점 3.17로 이 부문 부동의 1위를 지키고 있다. 2위 KT(4.34)와도 1점 이상 차이가 나고, 최하위 NC(6.10)에 비해서는 두 배 가까이 낮다. 마무리 붕괴부터 불펜 대란 시대이지만 한화만은 예외다.
양적으로나 질적으로나 모두 한화 불펜은 명실상부 리그 최강이다. 서균(1.08) 정우람(1.17) 박상원(1.31) 장민재(1.76) 등 1점대 평균자책점 투수만 4명. 안영명(2.84) 이태양(3.09) 송은범(3.15)도 2~3점대를 유지하고 있다. 거의 모든 투수들이 이기는 경기에 투입될 수 있을 만큼 '전원 필승조' 모양새를 이뤘다.
구원승도 18승으로 리그 최다. 송은범이 4승, 안영명·장민재가 3승, 이태양·정우람이 2승씩 올렸다. 마무리 정우람은 리그 최다 19세이브로 이 부문 1위를 굳건히 하고 있다. 특정 선수에게 의존하지 않다 보니 불펜야구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과부하가 걸리지 않는다. 3연투는 마무리 정우람이 두 번 한 게 전부.
베테랑과 신예 가릴 것 없이 경쟁 체제가 형성됐다. 안영명은 "어린 선수들도 '저 자리가 내 자리가 될 수 있겠다'는 생각으로 한다. 고참들도 자리를 뺏기지 않기 위해 치열하게 한다"고 말했다. 장민재도 "올해로 나도 10년차인데 그동안 팀에서 느껴보지 못한 분위기에 위기의식을 느끼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제 한화 불펜은 구원 2점대 평균자책점까지 바라본다. 구원 2점대 평균자책점은 2013년부터 지난해까지 5년간 리그에 없었다. 2013년 LG(3.40), 2014년 LG(4.22), 2015년 NC(4.50), 2016년 NC(4.15), 2017년 두산(4.31)이 구원 평균자책점 1위였지만 2점대와 거리가 멀었다. 리그 전체가 타고투저 시대를 보냈고, 불펜도 숱하게 무너졌다.
가장 마지막 2점대 구원 평균자책점은 2012년 삼성으로 그해 2.64를 기록한 바 있다. 왕조 시절 최강 불펜이었다. 2012년 삼성은 마무리 오승환(2승1패37세이브·1.94)을 필두로 안지만(1승2패28홀드·1.71) 권혁(2승3패1세이브18홀드·3.10) 권오준(1승3패10홀드·2.95) 정현욱(2승5패3홀드·3.16) 심창민(2승2패1세이브5홀드·1.83) 등 불펜 신구조화가 잘 어우러졌다. 7회까지 앞선 경기에서 72승2패, 승률이 무려 9할7푼3리였다.
6년 전 삼성 기록을 따라가기 위해선 갈 길이 멀다. 최강 불펜을 만든 송진우 한화 투수코치는 "우린 전원이 필승조다. 어느 누구 하나에 의존하지 않는다. 투수들이 뒤에서 잘 막아주니 타자들도 계속 집중력을 유지하며 후반에 뒤집는 경기가 많아졌다"며 "아직 시즌이 많이 남았다. 코치 입장에선 항상 불안하지만 쉽게 무너질 것 같지 않다"고 자신했다. /waw@osen.co.kr
[사진] 안영명-송은범-이태양-정우람-김범수-박상원-서균-장민재(좌측 상단부터 시계방향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