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퇴 아닌 전진’ SK 봉민호가 돌아보는 1군 데뷔전
OSEN 김태우 기자
발행 2018.05.25 14: 41

SK 좌완 봉민호(22·SK)에게 2018년 5월 11일은 잊을 수 없는 날이다. 1군 무대에 처음으로 선 날이자, 앞으로 자신의 야구 인생을 어떻게 설계해야 하는지 알았던 날이기도 하다.
퓨처스리그(2군)에서 쾌투를 선보였던 봉민호는 5월 10일 생애 첫 1군 엔트리에 등록됐다. 육성선수 신분으로 시즌을 시작했지만, 뛰어난 실적 끝에 정식선수 등록과 1군 진입을 한꺼번에 이뤄냈다. 이어 5월 11일 인천 LG전에서 데뷔전을 가졌다. 결과는 1⅓이닝 1피안타(1피홈런) 2탈삼진 1실점이었다.
팀이 리드를 잡고 있다 역전을 당한 상황에서 마운드에 올랐다. 이미 LG 타선의 기세를 오를대로 오른 상황이었다. 봉민호도 첫 타석 승부에서 그 기세에 휩쓸렸다. 채은성에게 우월 솔로홈런을 허용했다. 1군 첫 타자 승부에서 홈런을 맞은 것이다. 그러나 역시 평가대로 대범했다. 이어진 네 타자를 깔끔하게 처리하고 1군 데뷔전을 마쳤다. 굳이 따지자면 긍정적인 평가를 내릴 수 있었던 데뷔전이었다.

봉민호는 이튿날 2군행 통보를 받았다. 팀 불펜 사정상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 그러나 1군 코칭스태프에 좋은 인상을 남겼다. 트레이 힐만 SK 감독도 “잘 던졌다. 체인지업도 좋았다. 2군에서 계속 준비를 잘 하고 있으라”며 봉민호를 자신의 콜업 리스트에 담았다. 봉민호도 아쉬움보다는 “좋은 경험을 했다”고 돌아봤다.
사실 자신의 100%를 보여주지 못했다고 자책하는 봉민호다. 아무래도 상황이 긴장될 수밖에 없는 까닭이었다. 2군 코칭스태프는 “긴장한 탓인지 투구 후 몸이 솟구치는, 예전의 나쁜 버릇이 나왔다”고 안타까워했다. 2군에서 140㎞대 초반의 패스트볼을 던졌으나 1군 데뷔전에서는 130㎞대 중·후반에 머물렀다. 하지만 숨김동작과 독특한 투구 딜리버리는 충분히 통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남긴 것은 분명했다.
봉민호는 “홈런 하나를 맞기는 했지만 볼넷을 주지 않은 점은 만족스러웠다. 100%를 보여주지 못한 것은 아쉽지만 그래도 좋은 경험을 했다”고 데뷔전을 돌아봤다. 짧은 1군 생활 동안 느낀 점도 많았다고 했다. 그래서 다음을 기약하며 다시 뛰고 있다. 언제가 될지는 모르겠지만, 다음 기회에는 반드시 자신의 장점을 각인시킨다는 각오다. 봉민호는 2군에 내려간 뒤 다시 2경기 연속 무실점으로 힘을 내고 있다.
2군에 내려왔지만 봉민호의 겨울 구상보다는 빠른 속도다. 봉민호도 “그래도 등록선수가 됐고, 1군 데뷔전도 치렀다. 지난겨울에는 생각하지 못했던 일들이 생각보다 빨리 일어났다”고 웃으면서 “아쉬움보다는 긍정적으로 생각하면서 준비를 잘 하겠다”고 다시 그라운드를 응시했다. 2군행이 한 걸음 후퇴가 아닌, 한 걸음 더 앞으로 나아갔다고 믿는 봉민호가 다시 기회를 얻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skullboy@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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