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 풀렸나?’ 5월 ERA 0 서진용, 벽 뚫기 재도전
OSEN 김태우 기자
발행 2018.05.25 14: 00

“좋을 때 조금 더 나가도 괜찮을 것 같기는 한데요”
SK 불펜의 핵심이자 차기 마무리로 기대를 모으고 있는 서진용(25)은 농담을 섞었다. 서진용은 여전히 신중함을 유지하면서도 “5월 들어 몸이 더 풀린 것 같다”고 말했다. 서진용의 5월 성적을 보면 이는 근거 없는 자신감이 아님이 잘 드러난다. 5월만 놓고 보면 리그 최고 불펜을 놓고 다툴 만한 성적이다.
서진용은 24일 현재 5월 들어 가진 8경기에서 9이닝을 소화하며 실점이 단 하나도 없다. 9이닝 동안 탈삼진 9개를 기록한 반면, 피안타는 4개에 불과하다. 피안타율은 1할3푼3리다. 평균자책점에서 보듯 불펜투수에게 치명적인 피홈런은 당연히 없다. KBO 리그 전체를 따져도 월간 8경기 이상을 출전한 선수 중 평균자책점이 0인 선수는 서진용을 포함해 4명(정우람 진명호 서진용 김강률)이 전부다.

한때 7.02까지 치솟았던 시즌 평균자책점도 4.56으로 낮아졌다. 사실 그 전부터 성적이 그렇게 나쁘지는 않았다. 4실점 이상을 기록하며 무너진 경기가 두 차례 있어 평균자책점이 크게 뛰었을 뿐이었다. 23경기 중 18경기는 무실점이었다. 하지만 4월 말부터 그런 기복도 줄이더니, 5월 들어서는 맹위를 이어가고 있다. 트레이 힐만 SK 감독도 “진짜 투수가 되어가고 있다”고 박수를 아끼지 않는다.
스스로의 말대로 몸이 풀렸다. 서진용은 지난해와 다른 시즌 준비 패턴을 가져갔다. 지난해에는 마무리 보직에 대한 부담감 때문에 페이스를 일찍 끌어올렸다. 그러나 실패였다. 올해는 반대로 천천히 몸 상태를 올렸다. 시즌 전체를 소화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교훈을 실천했다. 그 결과 5월 들어 평균구속이 올라오고 있다. 최근에는 140㎞대 후반의 패스트볼을 거침없이 던진다. 구속의 일관성은 물론 제구도 잘 되고 있다. 실투가 많지 않다.
손혁 SK 투수코치는 “서진용의 패스트볼 구위가 좋다. 공의 회전이 많아 포수 마스크 정도로의 높이만 들어가도 상대의 헛스윙을 유도할 수 있을 정도”라고 했다. 구속 이상의 힘이 실린다는 평가다. 여기에 들쭉날쭉했던 포크볼 제구 또한 많이 좋아졌다. 서진용은 “점차 좋아지고 있는 것 같다”면서 감을 이어가겠다고 다짐했다.
손 코치는 서진용의 패스트볼에는 문제가 없다는 생각이다. 포크볼이나 변화구 제구가 문제인데 좋을 때의 릴리스포인트와 손 감각을 기억하라는 주문을 하고 있다. 24일 인천 넥센전에서는 1⅓이닝을 2탈삼진 무실점으로 막았다. 떨어지는 포크볼, 마치 살아 들어오는 듯한 패스트볼로 각각 삼진 하나씩을 뽑아냈다. 자신감이 생길 법한 대목이다.
이런 서진용은 다시 한 번 벽에 도전한다. 서진용은 지난해부터 승부처에 다소 약하다는 단점을 가지고 있었다. 3~4점차에서는 압도적인 구위를 선보이지만, 점수차가 적으면 유독 승부에 어려움을 겪곤 했다. 올 시즌 초반에도 이런 전철을 다시 밟았다. SK의 마무리로 성장하려면 이 벽을 깨야 한다.
마무리 박정배가 다소 주춤한 상황에서 SK는 서진용과 신재웅을 경기 후반을 지킬 수호신으로 낙점했다. 앞으로도 계속 어려운 상황에 나서야 하는 셈이다. 구단의 구상보다는 더 일찍 중책을 다시 맡는다. 다시 벽에 도전하는 서진용의 성적이 흥미로운 가운데 지금의 페이스라면 이번에는 벽 너머를 볼 수 있을지도 모른다. 구위 유지는 물론, 한 번 실패해도 툭툭 털어버리고 다시 일어나는 강한 의지가 필요하다. /skullboy@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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