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용준의 e스포츠 엿보기] 성공에 취했던 LCK, 현실을 돌아봐야 할 때
OSEN 고용준 기자
발행 2018.05.22 11: 44

이제 LCK가 호령하던 시절은 끝났다. 2018 롤챔스 스프링 스플릿 우승팀으로 소위 'LCK 패왕'으로 불리던 킹존 드래곤X가 굴욕적인 완패로 한국 팬들에게 '쇼크'를 안겼다. 승패는 병가지상사라는 말처럼 일희일비 할 수 없지만 이제는 다른 지역을 한 수 아래로 봤던 생각을 바꿔야 할 때가 됐다. 
'2018 미드 시즌 인비테이셔널(이하 MSI)'은 LCK에 잊지 못할 굴욕적인 대회였다. 북미 대표 리퀴드를 두 차례 꺾었지만 완승을 장담했던 중국 유럽 등 다른 시드 지역들에게는 1승 1패, 대만의 플래시 울브즈에는 2전 전패를 당하면서 고개를 숙였다. 경기력을 끌어올리면서 결승에 올라갔지만 RNG에 1-3 참패를 당했고, 다가오는 롤드컵까지 위기론이 퍼지고 있다. 하지만 이번 패배는 예고된 패배였을지도 모른다. 
지난 해 중국 전역에서 열린 '2017 LOL 월드챔피언십(이하 롤드컵)'의 경우 결과론 적으로 한국 지역 두 팀이 우승, 준우승을 차지했지만, 삼성(현 젠지)의 경우 RNG에 완패를 당하면서 위축됐었다. 단판제 승부에서 플래시 울브즈는 이번 뿐만 아니라 LCK 팀들에게 강한 모습을 계속 보여왔었다. 이번 결과를 거울 삼아 준비하지 않으면 안방에서 열리는 올해 롤드컵서 큰 망신을 당할지도 모른다. 

이번 대회는 지난 2년간 열린 국제대회와 달리 준비 과정부터 쉽지 않았다. SK텔레콤이 지난 2015년 MSI 준우승 직후 한국 e스포츠협회가 팔을 걷어 올려 붙이면서 참가하는 국내 팀들을 도왔다. 2015년 롤드컵부터 2016년 까지는 전력분석과 현지 지원을, 지난 2017년에는 전력 분석을 한국 e스포츠협회가 지원했다. 이번 대회는 일체의 지원이 없었다. 비용문제로 인해 팀들이 독자적으로 대회를 준비했다. 
현지에 도착한 킹존 선수단의 경우 선수단 전체 중 절반 가량의 선수가 심한 감기 몸살을 앓으면서 컨디션 관리에도 어려움을 겪었다. 여기다가 아침 일찍 일어나는 스케줄로 인해 시차 적응도 실패하면서 부진의 원인이 됐다. 
'엎친데 덮친다'고 경기력까지 떨어졌다. 도미노 현상처럼 상하체 균형이 모두 무너지면서 인상적인 경기력을 보여주지 못했다. 여기다가 상대를 한 수 아래로 여기며 과소평가했던 방심도 빼 놓을 수 없다. 큰 소리는 쳤지만 완패를 거듭 당하면서 자연스럽게 날 선 비난을 유발하기도 했다. 
그렇지만 이 같은 결과는 승승장구 했던 LCK가 자초한 현실이다. 2015 MSI 이후 5개의 국제대회에서 우승을 놓치지 않았다. 국제 무대에서 주인공을 이야기할 때 LCK 지역 팀들이 항상 빠지지 않았고, 팬들의 기대심리도 자연스럽게 높아졌다. 
하지만 화려한 겉과 달리 내적인 면에서는 병들고 있었다. 대기업 팀인 CJ, 삼성이 발을 빼면서 외향적으로 작아지고, 남아있는 팀들도 전체적인 큰 그림 보다는 팀의 이익을 쫓는 구조로 바뀌고 있다. 리그의 근간 중 하나인 팬들의 편가르기도 갈수록 더 심해지고 있다. 
지금 이 혼란을 잠재우기 위해서는 앞으로 열리는 '리프트 라이벌즈'와 '롤드컵'서 확실한 실력을 보여주는 수 밖에 없다. MSI 우승을 놓친 것은 아쉽지만 이번 결과를 거울삼아 LCK의 현실을 돌아봐야 할 때다. / scrapper@osen.co.kr

Copyright ⓒ OSEN.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