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생인터뷰] "잊을 수 없는 하루" 박경수의 특별했던 '경수 DAY'
OSEN 이종서 기자
발행 2018.05.20 09: 31

"선수 생활에서 잊을 수 없는 하루가 될 것 같네요." 박경수(34·KT)가 자신을 위한 날에 활짝 웃었다. 
박경수는 19일 수원 케이티위즈파크에서 열린 '2018 신한은행 MY CAR KBO리그' NC 다이노스와의 팀 간 5차전에 2루수 겸 6번타자로 선발 출장했다.
이날 경기 전부터 박경수는 다른 선수보다 조금 더 분주히 움직였다. KT가 창단 첫 '선수 Day'를 마련했고 1호 주인공으로 박경수를 지정해 각종 행사가 있었기 때문이다.

2015년 KT의 1군 진입에 맞춰 FA 이적한 박경수는 최근 3년 간 주장으로 팀의 구심점 역할을 했다. 화려하지는 않지만 꾸준하게 두자릿수 홈런을 때려내면서 실력으로도 팀에 꼭 필요한 존재였다. '선수 Day' 1호 주인공으로 손색없었다. 마침 위즈파크에 위치한 주소 역시 '경수대로'. KT 구단은 이 부분에서 이름을 따 '경수대로 6번길 DAY'로 지정했다.
경기 전 경기장 곳곳에서는 '경수대로 6번길 DAY'를 알리는 대형 배너가 설치됐고, 야구장의 스태프도 박경수 기념 티셔츠를 입었다. 위즈파크 곳곳에 '박경수'라는 이름을 새겼다. 박경수도 팬 사인회 행사를 하며 팬과 직접 만나는 시간을 가졌다.
시구도 특별했다. 이날 시구는 박경수의 첫째 딸 박은서 양이 했다. 타석 자리에는 박경수의 아버지가 섰다. 박경수의 데뷔 첫 '가족 시구'였다.
모든 것이 자신을 위한 날이었던 만큼, 박경수는 경기 전 다소 긴장한 모습이었다. 무엇보다 성적이 좋지 않아 미안한 마음과 부담이 함께 했다. 박경수는 이날 경기 전까지 10경기에서 타율 1할6푼7리로 지독한 슬럼프에 빠져있었다.
박경수는 "요즘 성적이 좋지 않아서 조금 부담스러운 것도 사실"이라며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잘하도록 하겠다. 무엇보다 개막전이라는 기분으로 초심으로 돌아가겠다. 오늘이 터닝포인트가 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경기는 팽팽한 투수전으로 흘렀다. 박경수도 첫 타석에서는 범타로 물러났다. 그러나 0-0으로 맞선 5회말 1사에 박경수가 침묵을 깼다. 박경수는 NC 선발 투수 최성영의 직구를 공략해 우익수 키를 넘기는 큼지막한 2루타를 날렸다. 이후 강백호의 땅볼 때 3루를 밟은 박경수는 장성우 타석에서 나온 포일로 홈에 들어왔다. 공이 빠지는 순간 과감하게 결정을 내리고 몸을 날렸다. KT가 1-0으로 앞서 나가는 순간.
수비에서도 박경수는 존재감을 뽐냈다. 4회말 1사 이원재 타석에서 2루 베이스와 2루수 사이로 향한 타구를 몸을 날려서 잡았고, 불안정한 자세에서도 유격수에게 토스해 아웃 카운트를 이끌어냈다. 비록 병살 플레이로 연결되지 않았지만 KT는 4회초를 무실점으로 넘길 수 있었다.
2-2로 맞선 9회말 2사 KT는 유한준의 2루타로 끝내기 찬스를 만들었다. 공교롭게도 다음 타자는 박경수. 그러나 NC는 1루가 비어있는 만큼, 박경수를 걸렀다. 이후 이창진 타석에서 KT는 이진영을 대타로 냈고, 이진영은 좌전 안타로 이날 경기를 끝냈다. KT는 3연패를 탈출했고, 0.5경기 차로 붙었던 9위 NC와의 승차도 다시 1.5경기 차로 벌렸다.
공·수 활약에 팀 승리까지 잡으면서 박경수도 안심이 된 듯 활짝 웃었다. 박경수는 "어려운 경기를 잡았다. 어렵게 이긴 만큼 개인적, 팀적으로 의미가 있다. 경기 전 이야기한 것처럼 오늘 경기가 터닝포인트가 됐으면 좋겠다"며 "많은 관중 앞에서 승리해 기분이 좋다"고 소감을 전했다.
가족과 만든 특별한 시간에 대해서는 구단에 고마움을 전했다. 박경수는 "정신이 없었고, 또 부담스럽기도 했지만, 결과가 이렇게 잘 나와서 나와 가족 모두에게 특별한 추억이 될 것 같다"고 이야기했다.
아울러 박경수는 "오늘 팬들께서 많이 환호해주시고 응원을 해주셨다. 기분이 남다르다. 선수 생활에 있어서 잊을 수 없는 하루가 될 것 같다"라며 "모든 관중이 내 피켓을 들고 응원하는 모습을 수비하면서 봤고, 정말 감동적이었다. 이번 기회를 터닝포인트로 좀 더 잘하도록 하겠다"고 힘주어 이야기했다./ bellstop@osen.co.kr
[사진] OSEN, KT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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