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깨끗한 디젤보다 더 어려운 현명한 관리”…자동차 미세먼지 감시기술 국제 세미나
OSEN 강희수 기자
발행 2018.04.26 09: 23

“디젤도 깨끗해질 수 있다.” 요즘 같이 하루가 멀다하고 미세먼지가 대기를 뒤덮는 상황에서 이런 말을 하면 ‘무슨 뚱딴지 같은 소리냐’는 말을 듣기 딱 좋다. 경유를 연료로 쓰는 디젤 엔진은 미세먼지를 일으키는 주범으로 지목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디젤도 깨끗해 질 수 있다’는 말이 어떤 조건 아래에서는 영 틀린 말은 아니었다. “관리가 잘 되고 있다면”이라는 전제가 필요하기는 하지만. 
지난 20일 서울 여의도 콘래드 호텔에서는 자동차 미세먼지와 관련한 국제 세미나가 열려 눈길을 끌었다. 그 동안 미세먼지를 발생시키는 요인을 캐는 세미나는 많았지만, ‘그럼 어떻게?’라는 질문에 대한 답은 흔치 않았다. 

이날 세미나에는 영국에 본사를 두고 있는 EA(Emissions Analytics)라는 기업이 참여하고 있었다. 영국은 일찌감치 산업혁명과 그로 인한 살인적인 대기 오염을 겪었던 나라다. 그랬던 영국도 최근에는 산업 발전 후유증과는 또 다른 대기 오염에 직면하고 있다. 자동차 배기가스로 인한 환경 오염이다. EA는 이 같은 배경에서 탄생한 환경 관련 민간 기업이다. 최근에는 우리나라에도 EAK(Emissions Analytics Korea)를 설립해 활동을 하고 있다.
EA는 영국과 유럽에서 운행 되는 차들에 EQUA라는 배출가스 등급지수를 매겨 발표한다. 실험실이 아닌 실도로 주행(RDE, Real Driving Emissions)을 토대로 자동차 배출가스를 측정하고, 그 등급을 수치화 하는 작업을 하는 기업이다. 영국 런던시는 2019년부터 모든 차량에 배출가스 등급을 매기고, 등급이 낮은차에 대해서 과징급을 부과하고 통행을 제한하는 ‘초저배출구역(ULEZ, Ultra Low Emission Zone)’을 운용하기로 했는데, 이 등급을 정하는 기준으로 영국 EA의 EQUA 등급지수가 활용되고 있다.
EA는 판매되는 차량의 배출가스를 자발적으로 측정한 뒤 그 결과를 대중에게 공개하고 있다. 소비자에게는 저공해 차량을 구매하도록 장려하고 자동차 메이커에게는 저공해차 개발을 유도하는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실도로 주행에서 배출가스가 측정 되기 때문에 배출가스 조작장치를 장착한 자동차 메이커는 100% 들통난다. EA는 환경보호 감시 기능의 공익성을 인정받아 프랑스 파리, 독일 프랑크푸르트 그리고 미국 LA에서 지사를 운영 중이고 각 국가의 환경관련 정부기관과 긴밀한 협력관계를 유지하고있다.
이날 세미나에는 특별히 EA의 설립자인 닉 몰던 씨(Nick Molden)가 참석해 자동차 배기가스와 관련해 상식을 뒤엎는 이야기들을 내 놓았다. EA의 자료에 의하면 ‘유로6를 만족하지만 가장 낮은 수준(Dirtiest)의 디젤차는 유로5를 충족하는 배기성능 좋은 차(Cleanest)보다 유해도가 6, 7배나 더 나쁘다’고 했다. ‘20년 된 차가 최근에 나온 새 차 보다 더 깨끗(Cleaner)한 경우도 있었다’는 내용이 있는가 하면 ‘상위 5% 내의 배기성능 좋은 디젤이 평균의 가솔린 엔진보다 더 깨끗하다’는 조사 결과도 있다.
게다가 ‘배기 성능이 떨어지는 하위 10% 이하의 가솔린차는 최신 디젤차보다도 84%나 더 많은 질소산화물(NOx)을 배출하고 1km당 이산화탄소 배출량도 16%가 높다’고도 했고 ‘대부분의 가솔린은 최신 디젤차 보다 초미세 물질을 더 많이 배출한다’는 내용도 있다.
이 같은 EA의 실도로 측정 결과를 보면 결국은 관리의 문제가 대두될 수 밖에 없게 된다. 디젤이라고 반환경적이고, 가솔린이라고 친환경적이라는 이분법적 분류는 설득력이 없게 된다. 어떤 엔진을 갖추고 있든, 철저한 관리가 중요하다는 결론을 내릴 수밖에 없다.
이날 세미나에는 환경부, 서울시청, 국회 미세먼지 특별위원, 한국자동차 환경협회, 자동차 10년타기 시민연합 등 환경관련 주요 인사들도 참석했는데, 자동차 10년타기 시민연합 임기상 대표는 “영국은 미세먼지 대책이 민간 주도로 진행 되고 있는데, 우리나라는 자동차 메이커 주도로 이뤄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임기상 대표는 “일본은 경제성 위주로 차를 사고, 미국 사람들은 안전성을 따져 차를 구매하고, 유럽에서는 정부가 공유한 민간 차원의 환경 관련 테스트 데이터를 보고 구매를 결정한다는 말이 있다. 반면 우리나라는 어떤 연료를 쓰느냐를 놓고 모델을 결정하는 어처구니 없는 상황이 한 때 있었다. 이 때문에 도로를 달리는 차의 절반 가까이가 경유차가 되는 현실을 맞았고, 정부 보조금을 받고 노후 경유차를 폐차한 뒤 또다시 경유차를 사는 기현상이 벌어졌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자동차 미세먼지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서는 “정부가 정확한 데이터를 시민에게 제공해, 미래 환경을 생각하는 자동차 구매가 이뤄지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국과학기술연구원 미세먼지사업단 단장을 맡고 있는 배귀남 박사도 발표자로 나섰는데 “1950년대 영국 런던의 스모그는 이산화탄소가 일으킨 환경 재앙이었다. 그러나 2013년의 중국 스모그는 질소산화물 같이 훨씬 더 복잡한 요소가 뒤섞여 발생했다. 중국 스모그가 우리나라에 영향을 끼치고 있는 것은 틀림 없는 사실인데, 단순히 미세먼지 한 가지로 대응할 성질의 것이 아니다. 단계적이고 체계적이며 종합적인 대책이 필요하다”고 현재의 대기 오염 상황을 규정했다. /100c@osen.co.kr
[사진] 자동차 미세먼지 감시기술 국제 세미나에서 발표를 하고 있는 EA 설립자인 닉 몰던 씨, 임기상 자동차 10년타기 시민연합 대표, 한국과학기술연구원 미세먼지사업단 단장 배귀남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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