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3위' 비상하는 한화, '한용덕 매직' 시작됐다
OSEN 이상학 기자
발행 2018.04.16 06: 00

단독 3위. 한화가 개막 18경기 만에 10승 고지를 밟으며 무섭게 비상 중이다. 매년 시작부터 바닥권이었던 한화가 시즌 초반이지만 단독 3위까지 치고 올라갔다. 놀라운 변화가 아닐 수 없다. 
한화의 돌풍에는 올 시즌 지휘봉을 잡은 한용덕(53) 감독이 있다. 겨우내 눈에 띄는 전력 보강이 없었고, 크고 작은 부상과 구위 저하로 지친 투수진을 감안하면 첫 해는 쉽지 않은 인내가 필요해 보였다. 2승2패에서 4연패를 당할 때만 하더라도 우려가 현실이 되는 듯했다. 한용덕 감독도 "현실을 직시해야 할 것 같다"며 말을 아꼈다. 
하지만 빠르게 분위기 전환에 성공했다. 4연패 탈출을 시작으로 8승2패, 승률 8할로 급반등했다. 지난 2006년 이후 처음으로 개막 18경기에서 10승을 수확, 초반 싸움에서 밀리지 않고 상위권에 올랐다. 한용덕 감독은 "지금처럼 한다면 어느 팀과 붙어도 승산 있다"며 자신감을 보이고 있다. 한용덕 매직이 이제 막 시작됐다. 

▲ 참고 또 참는 인내의 야구
감독에게 가장 필요한 덕목 중 하나가 '인내력'이다. 초보 감독이지만 한 감독의 뚝심은 인정할 만하다. 참고 또 참는다. 선수를 바꾸고 싶거나 실수가 나와도 한 번 더 생각하고 지켜본다. 스스로가 납득할 수 있도록 속으로 참을 '인(忍)'을 새긴다. 
지난 11일 대전 KIA전에서 선발 윤규진이 5회 1사에서 연속 볼넷을 주며 위기에 몰렸다. 결국 최형우에게 역전 스리런 홈런을 맞은 뒤 한 타자를 더 상대하고 교체됐다. 한 감독은 "바꾸고 싶은 마음이 조금은 들었지만 선수 본인이 납득할 수 있는 시간을 주고 싶었다. 투수가 맞을 것 같아 바꿔버리면 선수의 전투력이 떨어진다. 스태프가 믿고 참으면 선수는 달라지게 되어있다"고 말했다. 외인 투수 키버스 샘슨도 3경기 연속 패전으로 흔들렸지만 일찍 빼거나 2군으로 보내지 않았다. 
주루 플레이에서 미스가 나와도 참는다. 지난달 24일 시즌 개막전이었던 고척 넥센전에서 2회 1사 3루에서 이용규의 우익수 뜬공 때 3루 주자 최재훈이 홈으로 들어오다 아웃됐다. 그 이후 점수를 주며 역전패했다. 상승 흐름에 찬물을 끼얹은 플레이. 홈 쇄도 사인을 낸 전형도 3루 작전코치가 경기 후 한 감독에게 미안함을 나타냈다. 하지만 한 감독은 "괜찮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건 그런 과감함이다. 주루사 신경 쓰지 말고 앞으로도 계속 소신껏 공격적인 주루를 펼쳐 달라"고 말했다. 
그 이후 한화의 주루는 더 공격적으로 변모했다. 주루사도 많지만 상대 수비가 늘 긴장을 하게 만들고 있다. 한 감독은 "사실 4번 호잉 앞에서 주루사가 나왔을 때 '무리하지 말자'란 말을 하려다 참았다. 내가 한마디를 하면 선수들이 다시 수동적으로 돌아갈 수 있다. 죽더라도 지금처럼 과감하게 해야 다양한 득점 루트가 나온다. 전처럼 타자가 쳐서 득점을 내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 우리가 변화하기 위해선 더 공격적인 주루가 필요하다. 실수가 나오더라도 내가 참으면 된다"고 이야기했다. 
▲ 번트는 NO, 화끈한 공격 야구
한 감독 야구의 핵심은 '공격'이다. 투수들에겐 도망가지 않는 공격적인 투구를 주문한다. 지난 2월 스프링캠프 연습경기 중 10실점한 김재영을 따끔하게 혼낸 것도 맞아서가 아니라 피해가는 투구를 해서였다. 김재영은 "감독님께서 '도망 다니지 마라. 네 공 던져 맞으면 안 빼고 밀어줄게'라고 하셨다"고 말했다. 인터벌이 길어 한 감독에게 강한 메시지를 받았던 이태양도 이제는 공을 잡으면 지체 없이 바로바로 던진다. 그는 "감독님 메시지를 잘 받았다. 변하지 않을 수 없었다"고 털어놓았다. 
공격에선 벤치 개입을 최소화한다. 타자들이 마음껏 칠 수 있게 맡겨준다. 18경기에서 희생번트가 단 1개밖에 없다는 것이 이를 증명한다. 지난해 85개로 이 부문 최다였고, 2016년에도 87개를 기록하며 두 번째로 많았다. 2015년에는 무려 139개로 압도적인 최다 희생번트 팀이었기에 이 같은 변화는 크다. 
한 감독은 "내가 현역 투수일 때 상대팀이 번트를 하면 '땡큐'였다. 아웃카운트 하나를 쉽게 잡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 아웃 하나를 잡기 위해 투수가 얼마나 혼신의 힘을 다하며 머리를 쓰는가. 그런 면에서 예전부터 중요할 때가 아니면 가능한 번트 사인을 내지 않으려 한다. 굳이 번트를 대지 않아도 지금 선수들이 찬스에서 집중력 있게 잘해주고 있다"며 "그동안 코치를 하면서부터 느낀 것이지만 감독이 경기에 많이 개입해서 잘 되는 것을 많이 못 봤다. 결국 경기는 선수가 풀어나가야 한다"는 지론이다. 
선수 기용 법에 있어서도 믿음의 야구가 진하게 배어있다. 시즌 초반 타격 부진에 시달린 오선진을 주전 3루수로 밀어붙였다. 한 감독은 "야구의 기본은 수비다. 수비만 잘해도 큰 힘이다. 타격도 곧 올라올 것이다"고 믿음을 나타냈다. 오선진은 최근 5경기 타율 4할7푼6리 10안타 1홈런 4타점으로 급반등했다. 그는 "성적이 안 좋은데도 계속 써주신 감독님께 감사하기도 했지만 죄송했다. 어떻게든 만회를 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 화목한 덕아웃, 괜찮아 야구
요즘 한화 덕아웃 분위기는 최고조에 달아올랐다. 임시 주장을 맡고 있는 송광민은 "감독님께서 지고 있어도 항상 분위기가 좋아야 한다고 말한다. 더 파이팅을 내고 있다"고 말했다. 최근 들어 첫 홈런을 친 선수들에게 '침묵 세리머니'로 환영하며 웃음꽃이 피어나고 있다. 한 감독은 "선수들이 덕아웃에서 노는 느낌이 든다. 눈치 보지 않고 화목한 집안 같다"며 웃었다. 
젊은 선수들은 더 이상 벤치 눈치를 보지 않는다. 15일 삼성전에서 5이닝 4실점으로 승리투수가 된 선발 김재영은 3회까지 4실점했지만 무너지지 않았다. 그는 "요즘은 벤치를 잘 안 본다. 벤치를 보면 바꿀 것 같아 안 보게 된다"며 웃은 뒤 "타자만 보고 승부에 집중하고 있다"고 이야기했다. 한 감독이 선수들에게 가장 강조한 부분이 '벤치 눈치 보지마라'는 것이다. 
1군 최고참 선수인 배영수도 "감독님께서 좋은 분위기를 만들어주고 계신다. 내가 잘 던진 것도 아닌데 늘 '괜찮아'라며 힘을 준다. '괜찮아' 한마디가 정말 괜찮고 좋다. 그 말씀은 씩씩하게, 실패를 두려워하지 말고 마음 편하게 해보라는 말씀 아니겠나. 서로 믿으면서 팀이 하나가 되어 좋은 방향으로 가고 있다는 게 중요하다"며 달라진 팀과 덕아웃 분위기를 전했다. 
한 감독은 "선수들이 그라운드에서 뭔가 하고자 하는 느낌 자체가 좋다. 파이팅 있게, 전투력이 올라섰다. 2군 퓨처스·육성군·재활군부터 프런트까지 전체가 하나가 된 느낌이다. 박종훈 단장님이 그런 쪽으로 신경을 많이 써주셨고, 조직력 있는 팀으로 움직이고 있다. 코치들도 각자 역할을 잘해주고 있다. 난 그저 선수들에게 잘한다며 박수만 칠뿐"이라고 자세를 낮췄다. 
아직 18경기밖에 치르지 않은 시즌 초반이지만 베스트 전력이 아닌데도 분위기를 타고 있다는 점에서 놀랍다. 한 감독은 "팀이 만들어지고 있다. 초반에 힘들 것으로 봤는데 기대보다 빠르게 자리를 잡아간다. 기대치도 자꾸 커진다"며 더 높은 곳을 바라보기 시작했다. /waw@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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