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h!쎈 초점] 봄이 싫은 당신들을 위한 이별 영화
OSEN 장진리 기자
발행 2018.04.15 15: 39

봄이 꽃의 계절이라고, 그래서 꿀이 뚝뚝 떨어지는 사랑 영화의 계절이라고 누가 말했나. 봄은 달디 단 사랑 영화의 계절이기도 하지만, 센치한 이별 영화와도 잘 어울리는 계절이다. 싱숭생숭해 사랑 영화보다는 이별 영화에 손이 먼저 갈 관객들을 위한, 세 가지 이별 영화를 추천한다. 
#봄날은 간다(2001, 허진호 감독)

지방 방송국 라디오 PD 은수(이영애)와 사운드 엔지니어 상우(유지태)는 녹음 여행을 떠나 자연스럽게 가까워지고, 사랑에 빠진다. 그러나 봄이 지나고 여름이 다가오면서 두 사람은 이별하게 된다. '봄날은 간다'는 늘 그렇게 짧고 무심히 지나가는 한때의 봄날처럼 지나가버리는 사랑에 대해 이야기한다. 봄이 오면, 꽃이 피고, 봄이 지나는 것처럼, 남자와 여자는 생의 봄날 같은 사랑에 빠져 꽃처럼 아름다운 사랑을 하지만, 봄바람이 지나가듯이 지나가는 사랑을 붙잡을 수 없다.
허진호 감독은 남자와 여자가 처음 만나 사랑을 하고, 이별을 하는 평범한 이야기를 특유의 감성으로 상투적이지 않게 풀어냈다. 마음이 떠난 여자와, 이별이 준비되지 않은 남자. "어떻게 사랑이 변하니?"라고 묻지만, 우리는 사실 세상에 변하지 않는 것은 없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봄처럼 어김없이 찾아오고, 손에 쥘 수 없어 놓칠 수 밖에 없는 사랑을 이 봄에 다시 한 번 만나보는 것은 어떨까. 
#너의 췌장을 먹고 싶어(2017, 츠키카와 쇼 감독)
공포물을 연상케 하는 제목이지만, 사실 '너의 췌장을 먹고 싶어'는 가장 애틋한 고백이 담긴 말이다. 췌장암에 걸린 시한부 환자 사쿠라(하마베 미나미), 그리고 그의 진심이 담긴 비밀일기를 우연히 보게 된 소년(키타무라 타쿠미)이 예정된 이별의 시간을 향해 한발 한발 다가가는 이야기를 그리는 영화는 너무도 아름다워서 더욱 애틋하다. 
'너의 췌장을 먹고 싶어'는 풋풋한 첫사랑 로맨스이자, 가슴 아픈 이별 영화이자, 삶과 죽음을 건너 더욱 단단해지는 이들의 성장을 그리는 성장 영화다. 영화 시작부터 '시한부'라는 설정이 그려진 만큼, 풋풋했던 첫사랑은 끝이 나지만, 이별은 모든 것의 끝이 아닌 시작이기에 영화가 주는 의미는 남다르다. 엔딩을 보고 나야 제목에 숨은 의미를 이해할 수 있는 영화 '너의 췌장을 먹고 싶어', 무시무시한 이 말에 숨은 애틋한 진심을 영화를 통해 확인하기를 추천한다. 
#라라랜드(2016, 데이미언 셔젤 감독) 
꿈을 꾸는 사람들을 위한 별들의 도시에서, 재즈 피아니스트 세바스찬(라이언 고슬링), 배우 지망생 미아(엠마 스톤)는 미완성인 서로의 무대를 채워가기 시작하면서 사랑에 빠진다. 시간의 흐름에 따라 뜨겁게 사랑하고, 춤추고, 싸우고, 노래하는 이들의 사랑의 여정은 곧 오르막과 내리막을 오가는 꿈의 여정과도 맞물린다. 
마법처럼 아름다운 '라라랜드'의 절정은 엔딩 시퀀스다. 세바스찬과 미아를 둘러싼 꿈, 그리고 사랑의 현실과 상상이 한 편의 뮤지컬처럼 펼쳐지는 엔딩 시퀀스는 두고두고 떠오를 최고의 장면이다. '그때 내가 만약'이라는 선택을 후회하지만, 돌이켜보면 실패일지 모를 그 선택마저도 감싸안는 두 사람의 찬란하게 아름답고, 그래서 더 슬픈 무대는 이 봄 '라라랜드'를 다시 한 번 봐야 할 이유일 것이다. /mari@osen.co.kr
[사진] 공식 포스터, 공식 스틸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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