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오키나와(일본), 이상학 기자] "팀을 좋게 옮긴 게 아니라 조심스럽다".
그러나 금의환향이라고 하기엔 정성훈의 지난 겨울이 너무 추웠다. 일본 오키나와 스프링캠프에서 만난 정성훈은 "팀을 좋게 옮긴 게 아니라 조심스럽다"며 전 소속팀 LG에 괜한 오해나 피해가 살까 걱정했다. 하지만 KIA 캠프에서 보름의 시간이 흘렀고, 정성훈도 이제 KIA 선수로 새 시즌을 준비 중이다.
지난 14일 일본 킨구장에서 열린 일본 라쿠텐과 연습경기에는 2번타자 3루수로 선발출장하며 실전 감각을 끌어올렸다. 우승팀 KIA에서 주전으로 뛰기 쉽지 않다는 것을 잘 아는 정성훈은 마음을 이미 내려놓았다. 백업이지만 팀 내 야수 최고참으로서 노장의 힘을 보여줄 태세다. 다음은 정성훈과 일문일답.- 캠프 시작 후 2주가 지났다. 15년 만에 돌아온 KIA는 어떤가.
▲ 처음에는 어색한 면이 없지 않았지만, 이제 조금 편해진 느낌이다. 분위기기 좋다. 과거 해태 시절 느낌은 없다. 같이 뛰었던 형들이 코칭스태프가 됐을 뿐이다. 세월이 흐른 만큼 많이 것이 달라져 있다.
- 임창용과 함께 마지막 해태 시절 선수이기도 하다.
▲ (임)창용이형 같은 경우는 마지막 해태의 우승도 하며 좋은 시절을 보냈다. 나 같은 경우 해태가 전성기 이후 조금 내려온 시기에 뛰었다. 왕조를 경험하지 못했기 때문에 마지막 해태 선수로서의 자부심이 크진 않다. 고향팀이다 보니 예전 FA가 됐을 때 KIA에 대한 생각을 하기도 한 적은 있다.
- LG 시절 함께한 김기태 감독과는 어색함이 없겠다.
▲ 그때나 지금이나 감독님 훈련 스타일은 똑같다. 내게 특별한 주문은 없으시고, 하던대로 편하게 하라고 하신다. 괜히 오버해서 다치면 안 되니 편하게 해주길 바라신다.
- 캠프에서 어떤 부분에 중점을 두고 훈련하나.
▲ 지금은 내가 어느 자리에서 뛸지 정해지지 않았다. 다시 3루 연습도 하고 있다. 언제 어디로 나갈지 모르기 때문에 전부 대비를 해놓아야 한다. 방망이도 늘 그랬던 것처럼 집중하고 있다.
- 3루 수비는 오랜만인데 어색하지는 않나.
▲ 원래 포지션이 3루였기 때문에 어색함은 없다. 3~4년 정도 3루를 안 보긴 했다. 몸이 계속 따라줄지 모르겠지만 어깨 상태가 좋아지고 있다. 코치님들께 '3루 수비도 할 수 있으면 하겠다'고 말씀드렸고, 코치님도 3루 연습할 것을 주문했다.
- 2003~2004년 현대에서의 우승이 마지막이다. 우승에 대한 목마름도 클 것 같다.
▲ 나 하나가 들어왔다고 팀에 큰 영향을 미칠 것이라 생각하지 않는다. 그 정도 선수가 아니다. 잘하는 선수들을 뒷받침하는 역할에 맞추면 좋은 결과가 나올 것이다. 우승팀 분위기라는 것은 예전에도 그렇지만 지금도 잘 모르겠다. 현대 시절에 우승을 경험해 봤지만, 우승팀은 멤버가 워낙 좋다. 그래서 우승을 하는 것이다.
- 우승팀에 온 만큼 이 자리를 지켜야 하는 부담이 있겠다.
▲ 지금 내 입장에선 그런 것을 느낄 수 없을 것 같다. FA로 좋게 팀에 합류한 것이 아니기 때문에 우승을 지켜야 하는 부담은 덜하다. 좋은 멤버들을 조금이나마 뒷받침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 그만한 활용 가치를 기대하고 팀에서 불러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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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올 시즌 첫 경기를 뛰면 KBO리그 역대 최다 출장자가 된다.
▲ 기록을 의식하는 스타일은 아니지만 하나하나 쌓일수록 기분이 남다르다. 지금까지 열심히 하다 보니 기록도 자연스럽게 따라왔다. 이런 기록들은 나 혼자 한다고 해서 되는 게 아니다.
- 올 시즌 목표를 말하자면 무엇이 있을까.
▲ 매년 같은 질문을 받지만 야구를 할 때 딱히 목표를 세우고 하진 않는다. 예전같이 주전이 아니기 때문에 목표가 더더욱 없다. 개인 목표는 세울 수 없다. 주전은 포지션과 역할이 정해져있지만 난 그렇지 않다. 빨리 팀의 일원이 돼 내가 해야 할 백업으로서 역할에 집중해야 한다.
- KIA 팀 내에서 최고참 야수이기도 하다.
▲ 주전들은 이미 잘하고 있는 선수들이라 내가 무슨 말을 해줄 게 없다. 하지만 어린 선수들에게 전할 수 있는 조언이 있을 것이다. 벤치에 있을 때 야수 최고참으로서 여러 조언들을 해줘야 한다. 이 역시 KIA에서 내가 해야 할 중요한 일이다. /waw@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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