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서프라이즈(미 애리조나주), 최익래 기자] "감히 제가 '열심히 하면 반드시 길이 있다'는 말을 쉽게 꺼낼 수 있을까요? 누군가의 인생이 달린 문제잖아요".
서건창은 대학 진학 대신 LG에 육성선수로 입단했다. 그렇다고 길이 열린 건 아니었다. 서건창은 이렇다 할 활약없이 2008년 1군 1경기 출장 후 방출됐다. 결국 현역으로 입대, 프로 선수로 생활을 접는 듯했다.
포기는 없었다. 서건창은 일찌감치 군 문제를 해결한 뒤 2011년 9월, 넥센의 입단 테스트에 응했다. 넥센은 그를 신고선수로 영입했고, 이듬해 곧장 정식 선수로 등록됐다.그 다음부터는 너무도 잘 알려진 신화가 쓰인다. 서건창은 당시 주전 2루수 김민성의 부상으로 곧장 개막전에 출장했다. 거기에 2루수 골든글러브까지 차지하며 영광을 누렸고, 2014년에는 KBO리그 최초 200안타 주인공이 됐다.
냉정히 말해 육성선수는 열 명 중 아홉 명이 실패한다. 1군에서 생활을 이어가는 자체가 드물고, 서건창처럼 정상에 오른 이는 KBO리그 역사상 손에 꼽는다.
서건창은 육성선수들에게 한 가지 조언을 했다. "열심히 준비하고 끝까지 버텨야 한다. 책에서 본 문구인데, '저 모퉁이만 돌면 희망이 있을 것이다'는 말을 해주고 싶다. '언젠가 되겠지'의 그 '언젠가'가 당장 내일일 지도 모른다".
고개를 끄덕이는 기자에게 서건창은 한 가지 이야기를 보탰다. "하지만 이건 마냥 장밋빛 이야기 같다. 열심히 해라? 다 열심히 한다. 그럼에도 기회가 안 오는 선수들도 있다. 운이 크다. 나 역시 운의 도움을 받았다. 내가 남의 인생에 대해 무조건 버티라고 이야기하는 자체가 가혹하다".
육성선수 신화로 꼽히지만 모두가 서건창이 될 수는 없다. 때문에 심드렁하게 뻔한 조언만 하고 싶지 않다는 게 서건창의 뜻이다.
그렇다면 진짜 도움이 될 만한 이야기는 무엇일까. 서건창은 '특성화'를 꼽았다. 그는 "본인이 뭘 잘할 수 있는지 파악하는 게 우선 아닐까. 5툴이라고 하지 않나? 그걸 다 잘하려고 하면 어중간해질 수밖에 없다. 그 중 하나만 잘해도 1군 자리는 있다. 어떻게든 1군에 버텨있다면 기회는 온다. 나또한 그랬다"고 회상했다.
거기에 한 가지를 더 보탠다면 막연한 상상을 조금 더 구체화 하는 것. 어떤 장면에서, 어떤 플레이를 펼칠지 이미지 트레이닝을 하라는 이야기다.
수많은 선수들이 1군 스타를 꿈꾸지만 이는 선택받은 몇몇의 이야기다. 그 선택을 받은 서건창도 있지만, 그렇지 않은 사례가 훨씬 많다. 때문에 서건창의 이야기가 가벼이 들리지 않는다. /ing@osen.co.kr
[사진] 서프라이즈(미 애리조나주)=지형준 기자 jpnews@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