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생과 약속 지킨 노선영의 라스트 미션, 4번의 올림픽 마침표
OSEN 이균재 기자
발행 2018.02.13 05: 27

생사를 넘나든 우애의 역주였다. 
노선영이 우여곡절 끝에 친동생인 고(故) 노진규와의 약속을 지켰다. 노선영은 지난 12일 오후 강릉서 펼쳐진 2018 평창동계올림픽 스피드스케이팅 여자 1500m서 1분58초75를 기록, 14위를 차지했다.
이로써 노선영은 주종목인 아닌 1500m에서 올림픽 개인 최고 순위를 갈아치웠다. 노선영은 지난 3번의 올림픽서 1500m에 모두 출전해 32위(2006년 토리노), 30위(2010 밴쿠버), 29위(2014 소치)에 오른 바 있다.

노선영에게 평창행의 의미는 먼저 하늘나라로 떠난 동생과의 약속을 지키는 것이었다. 노선영은 쇼트트랙 국가대표였던 노진규의 누나다. 노진규는 2014 소치동계올림픽을 앞두고 부상으로 출전이 무산돼 노선영 홀로 올림픽에 나섰다. 이후 노진규는 골육종 암세포가 발견돼 2016년 생을 마감했다.
소치올림픽 출전을 끝으로 은퇴를 결심했던 노선영은 '평창 올림픽에 함께 출전하자'던 동생과 약속을 지키기 위해 은퇴를 미뤘다. 시련의 연속이었다. 평창행 하나만을 바라보며 훈련에 매진해왔던 노선영은 개막을 보름여 앞둔 지난달 23일 '출전무산'이라는 청천벽력 통보를 받았다.
노선영은 올림픽 팀추월에 나서기 위해서는 개인종목 출전권을 반드시 확보해야 한다는 규정을 제대로 해석하지 못한 대한빙상경기연맹의 행정 착오로 평창행 좌절 직전까지 갔다. 하늘에 있는 동생이 누나의 간절한 외침을 듣기라도 한 것이었을까. 예비 2순위였던 노선영은 러시아 선수 2명의 출전이 불발되면서 극적으로 평창행 막차에 탑승했다.  
노선영은 동생과의 약속을 지킨 뒤 "진규가 봐도 만족스러워 했을 것이다. 올림픽에 다시 나오게 된 건 동생과의 약속이 컸다"면서 "마지막 올림픽서 후회없이 뛰기 위해 4년을 더 준비했는데 허무하게 기회를 날려버릴 수 없었다"고 기뻐했다.
노선영은 이제 자신의 마지막 올림픽 역주를 준비하고 있다. 노선영은 "마지막 올림픽서 '이정도면 됐다'고 미련 남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고 싶었는데 그렇게 했다"면서 "힘들게 출전한 만큼 4번의 올림픽 중 가장 기억에 남는다"고 했다.
노선영은 오는 19일 김보름, 박지우와 함께 여자 팀추월에 출전한다. 마지막 올림픽서 생애 첫 메달에 도전하는 노선영은 "훈련을 많이 쉬어 타격이 컸는데 생각보다 1500m를 잘 타서 팀추월을 잘할 수 있을 것 같다"고 웃었다.
노선영이 4번에 걸친 올림픽 도전의 끝을 향해 발걸음을 재촉하고 있다./dolyng@osen.co.kr
[사진] 강릉=민경훈 기자 rumi@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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