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 SK 프리뷰 3] ‘근거 있는 자신감’ 문승원, 진짜 출발대 서다
OSEN 김태우 기자
발행 2018.02.07 15: 01

2017년 SK의 가장 큰 관심사는 새로운 선발투수를 찾을 수 있느냐였다. ‘에이스’ 김광현의 이탈도 이탈이었지만, 전체적으로 고여 있는 팀 마운드에는 새 피가 절실했다. 상대적으로 키우기 어려운 선발이라면 더 그랬다.
구단과 트레이 힐만 감독의 선택은 문승원(29)이었다. 여러 이유가 있었다. 우선 선발투수가 갖춰야 할 덕목을 두루 갖추고 있었다. 100구 이상을 던질 수 있는 스태미너, 다양한 구종 등이 코칭스태프의 눈을 사로잡았다. 순해 보이는 인상 이면에는 강한 자존심도 있었다. 팀 내 어린 투수들이 아직은 가지고 있지 못한 무기였다. 이왕 낙점한 것, 꾸준히 기회를 줬다. 문승원은 지난해 SK의 5선발로서 29경기에 나가 155⅓이닝을 던졌다. 데뷔 후 첫 규정이닝 소화였다.
말 그대로 맞으면서 배웠다. 사실 성적이 그렇게 좋은 것은 아니었다. 29경기에서 6승12패 평균자책점 5.33을 기록했다. 승리 소식을 알린 날보다, 패전의 아픔을 곱씹는 날이 정확히 두 배 많았다. 하지만 문승원은 그 과정을 긍정적으로 돌아본다. 맞는 순간은 고통스러웠지만, 스스로 치료하려고 발버둥친 결과 어느덧 새 살이 돋아 있었다. 문승원은 그 새 살을 보며 “나도 할 수 있구나”는 자신감을 얻었다.

그런 문승원은 2018년을 설렘과 함께 시작한다. 문승원은 “예전에는 캠프에 참가할 때 부담이 많이 드는 느낌이었다. 그런데 올해는 준비를 많이 해서 그런지 조금 편안하다는 생각이 든다”고 했다. 의례적인 코멘트보다 한 발자국 더 나아간 자신감도 엿보인다. 문승원은 “더 잘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기대가 많이 된다”고 힘줘 말했다. 제대 이후 항상 뭔가에 쫓기는 모습이었던 문승원은 이렇게 달라져 있었다.
좋을 때, 그렇지 못할 때가 극명하게 갈리기는 했지만 전체적으로 소중한 2017년이었다. 문승원은 “처음으로 풀타임을 뛰었는데 규정이닝을 채웠다. 그렇게 던지면서도 아프지 않았다는 점이 가장 좋았다. 그 정도는 던질 수 있다는 이야기 아니겠나”면서 “지난해를 통해 경험을 많이 해서 야구를 보는 눈이 조금 넓어진 것 같기도 하다. 물론 부족한 부분도 있었지만, 잘 했다는 생각이 든다”며 힘찬 새 해를 다짐했다.
막연한 세계를 자신의 힘으로 하나둘씩 극복해 나가는 과정에서 문승원은 강해져 있었다. 이제는 자신감도 생긴다. 근거가 없는, 거만은 아니다. 문승원은 “예전에 없던 자신감이 좀 많이 생긴 것 같다”고 수줍게 웃으면서 “예전에 몰랐던 부분들을 몸으로 느꼈다. 에너지가 생긴다고 해야 하나. 저도 모르게 자신감이 생긴다”고 이야기했다. 그 자신감은 문승원을 일으키는 동력으로 작용한다. 이미 새 시즌 준비는 모두 끝났다.
문승원은 “지난해 10월과 11월은 강제 휴식이었다. 온천에도 다녀 왔는데 좋았다”면서 “지금 몸 상태는 아주 좋다. 아픈 곳도 없다”고 말했다. 결혼을 했지만 몸을 잘 만들기 위해 해외 신혼여행도 다음으로 미루고 훈련에만 매진할 정도였다. 모처럼 잡은 기회를 놓치지 않으려는 의지로 똘똘 뭉친 결과 최상의 컨디션에서 2018년 캠프를 준비한다. 올해가 자신의 프로 경력에서 아주 중요한 시기라는 것은 스스로도 잘 알고 있다.
문승원은 “경쟁에서 지지 않을 자신이 있다. 작년에는 구단이 확실하게 밀어주는 것을 느꼈다. 올해는 내 힘으로 자리를 차지하는 것이 목표다. 모든 것을 내 힘으로 한 번 해보고 싶다”고 큰 포부를 드러냈다. 근거 있는 자신감으로 무장한 문승원이 홀로서기의 출발대에 섰다.
2018년 프리뷰
규정이닝 소화는 아무나 할 수 있는 게 아니다. 그런 측면에서 지난해 확실한 가능성을 내비쳤다고 할 수 있다. 구단에서도 문승원을 확실한 선발 자원으로 보고 있다. 앞으로 완성형 선발로 커 나갈 것이라는 기대는 굳건하다. 성장세를 이어갈 수 있다면 김광현의 복귀와는 관계없이 풀타임 선발로 자리를 굳힐 가능성이 있다. 관건은 타자들을 좀 더 확실하게 제압할 수 있는 변화구의 완성도. 문승원도 “웨이트 트레이닝을 체계적으로 했고, 체중도 감량했다. 유연성 운동도 많이 했다”고 준비 과정을 설명했다. 지난해를 통해 얻은 자신감, 결혼 후 강해진 책임감은 좋은 무형자산이 될 것이다. 박종훈이 그런 길을 걸었듯이, 문승원도 올해 10승 문턱을 넘어서면 잠재력은 더 폭발할 수 있을 것이다. /skullboy@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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