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윈 나우’ 롯데에 엄습한 ‘좌투수 부족 리스크’
OSEN 조형래 기자
발행 2018.01.16 09: 00

윈 나우 버튼을 과감하게 누른 롯데 자이언츠. 당장의 성적을 위해서 뒤를 돌아보지 않는 선택을 내리고 있지만, 몇몇 부분에서는 다소 우려스러운 대목들이 있다. 그 중 하나가 바로 좌완 투수 부족에 대한 리스크를 떠안은 것이다.
KBO리그는 물론 한국과 일본 리그에서 좌완 투수의 가치는 우완 투수에 비해 높다. 같은 능력이라면 좌완 투수가 더 높은 평가를 받는다. ‘좌우놀이’라는 통념이 통하지 않는 시대가 되긴 했지만, 좌타자가 많은 현대 야구에서 좌완 투수에 대한 메리트는 분명 있다. 수요와 공급의 불균형도 가치가 올라가는 데 한 몫 했다. 수준급의 좌완 투수를 찾는데 혈안이 된 것은 당연했다.
롯데 역시 마찬가지다. 2016년 신인 드래프트에서는 7명의 투수를 지명했는데, 2차 1라운드 한승혁을 포함해 총 5명의 투수를 좌완 투수로 뽑았다. 2014년 신인 1차 지명은 좌완 김유영이었다. 매 시즌 신인 지명회의에서 좌완 투수는 롯데의 선택지에 최우선 순위로 있었다.

그동안 롯데는 좌완 투수 기근이 극에 달했다. 1990년대 주형광이 리그를 주름잡았던 이후 장원준이라는 투수가 등장하기까지 강산이 변할 만큼의 시간이 걸렸다. 그러나 이 장원준마저 FA 계약으로 팀을 옮겼다. 강영식과 이명우라는 좌완 터줏대감들이 있었지만 이제는 30대 후반을 향해 간다. 강영식은 결국 지난해 말 발표된 보류선수 명단에서 제외됐고 경찰야구단 코치로 선수생활을 마감했다.
살펴보면. 올해 롯데 투수진에서 1군 즉시 전력감인 토종 좌완은 이명우, 그리고 2차 드래프트를 통해 데려온 고효준, 두 명 밖에 없다. 롯데가 외국인 투수 라인업을 기존의 브룩스 레일리를 붙잡으면서 펠릭스 듀브론트를 택한 것도 좌완 부족을 해결하기 위함이었다.
좌완 투수를 집중적으로 선택하면서 미래를 대비했다고는 하나, 또 그만큼의 유출이 있기도 했다. 2015년 2차 드래프트에서 군 복무를 해결하기 직전이던 좌완 심규범을 NC로 보냈고, 이번에는 2차 드래프트를 통해 조현우를 kt로, 그리고 채태인의 사인&트레이드 때 박성민을 넥센으로 보냈다. 조현우는 2015년 박세웅이 포함된 5대4 트레이드 때 kt에서 롯데로 팀을 옮겼지만 군 복무만 해결하고 다시 kt로 복귀한 셈이 됐다. 박성민은 지난 2017년 신인 드래프트 4라운드 지명 선수였다.
심규범, 조현우, 박성민 모두 롯데가 나름대로 전략적인 차원에서 육성을 하려고 했던 좌투수들이었지만 현재는 팀에 없다. 또한 그나마 최근 2년 동안 투수진에 힘을 보탠 김유영은 군 복무를 해결하기 위해 상무에 입대했다. 결국 외국인 투수들과 1군급 투수들을 제외하면 당장 전력으로 활용할 수 있는 좌완 투수는 전무한 실정이다. 지난해 말 오키나와 마무리캠프에도 투수진 명단에 좌완 투수는 임지유 1명 뿐이었다.
윈 나우의 행보 속에서 이 정도의 선수 유출은 대수롭지 않다고 볼 수 있다. 또한 현재 롯데의 상황에서는 선수 유출은 어느 정도 감수해야 한다. 그러나, 좌완 투수의 가치로 미뤄볼 때 언젠가는 롯데에 이 부분들이 뼈아프게 다가올 수도 있고, 육성에 대한 확실한 방향성 없이는 좌완 투수 부족에 대한 리스크는 점점 커질 가능성도 있다.  /jhrae@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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